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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해제된 美 NSC 기밀문서, 무슨 내용이 담겼나? - 한국, 美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일본 보조 역할로 후퇴 - 기밀문서의 핵심, “인도-태평양전략은 중국 겨냥” - 美, "최대 압박책으로 북핵포기 유도”
  • 기사등록 2021-01-14 14:34:08
  • 수정 2021-01-14 20: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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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 백악관. 그래픽= Why Times]


[해제된 美 NSC 기밀문서]


미 백악관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문서(US Strategic Framework for the Indo-Pacific)’라는 NSC문서를 전격 공개했다. 그동안 기밀문서였던 10쪽 분량의 이 문건은 중국 압박을 위한 인도-태평양전략, 그리고 이와 관련된 한국의 역할 및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 문건은 최근 사임한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부보좌관이 NSC의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 시절 작성해서 2018년 2월부터 미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틀이 됐던 것이다.


[기밀문서의 핵심, “인도-태평양전략은 중국 겨냥”]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임이 또다시 확인됐다.


해제된 기밀문서에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들, 그리고 파트너 국가들과의 와해를 노리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통해 만들어진 역내 공백과 기회를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인공지능과 유전자 공학 같은 최첨단 기술의 우위를 추구해 독재에 이용하려 하고 있고, 이것이 자유 사회에 심각한 도전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디지털 감시, 정보통제, 영향력 행사 확산이 미국의 가치와 이익을 증진하려는 노력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미 정부는 “은밀하거나 강압적인 영향력 행사를 포함해 상대국의 주권을 약화시킬 목적을 가진 중국의 활동에 미국과 세계 전역의 파트너들이 저항력을 갖추는 것”을 이상적 상태로 상정했다.


이와 함께 중국이 미국이나 동맹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억지하기 위해 “실전 투입이 가능한 미군 병력과 대비 태세를 강화한다”는 독자적 견제책도 수립했다.


이에 대한 핵심 대응은 국가간 협력으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를 주요 허브로 삼는 4각 안보전략이 그것이라고 문서는 설명했다.


[美 NSC 기밀문서에 나타난 한국과 일본, 쿼드의 역할]


이 기밀문서는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국과 일본의 역할도 언급했다


한국과 일본이 발전된 재래식(conventional) 무기를 더 확보하도록 도와야 하며, 더불어 한국과 일본이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선 인도-태평양에서의 지역통합과 기술 진보의 중심축(pillar)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empower) 것과 함께 이를 위해 일본 자위대의 현대화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더 많은 기여와 긴밀한 한·일 관계 유지를 원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한국에 대해서는 쿼드 4개국 연합이 아닌 개별 주체로 한반도를 넘어 지역안보에서 더 큰 역할을 맡을 것을 고무해야 한다고, 문서는 덧붙였다.


결국 이 문건은 미국의 역내 주요 동맹국 중 일본을 대중 견제의 핵심축으로 삼고, 한국도 이를 보조하도록 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쿼드 4개국 협력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이 문건에서는 “인도·일본·호주·미국을 주요 허브로 하는 4각 안보 틀의 형성을 목표로 한다”고 정리하고 있으며, “일본·호주와의 삼각 협력을 심화한다”는 대목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증폭하기 위해 일본의 주도적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문서는 또 강한 인도가 뜻을 같이 하는 나라들의 협력과 함께 중국에 맞서 균형을 잡아줄 것이라며, 인도 역시 대중국 전략의 주요 부분임을 밝혔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 문건에 나타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4각 협의체인 ‘쿼드(Quad)’의 역량에 더 주목하고, 상대적으로 한국에 대해선 대중 견제 역할을 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美 NSC 기밀문서의 북한 관련 내용]


이 기밀문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핵심 국가안보 도전 3개를 지정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 이 중 하나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할 수 없도록 보장하고 현재와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미국 안보에 있어 도전이라는 것이다.


이 문서는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그리고 한국을 종속시키겠다는(subjugate)는 북한의 공공연한 의도가 미국 본토와 미국의 동맹국들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이 바라는 최종 단계는 북한이 더 이상 미 본토와 동맹국들에 위협을 가하지 않고 한반도가 핵과 화학, 사이버, 생물 무기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라고 명시했다.


문서는 이 같은 역내 미국의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그동안 김정은 북한 정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임을 납득시킨다(convince)는 목표 하에 대북 정책을 펼쳐왔으며, 그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정책을 실시해왔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미국은 경제, 외교, 군사, 법 집행, 정보 수단을 이용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자금 흐름을 막아(choke off)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려 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고 궁극적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협상의 조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되돌리기 위한 단계를 밟는다면 북한과의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미·북간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거부감을 가진 ‘CVID’란 용어 대신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등 다른 용어를 사용했지만 당초 내부적으로 세운 목표는 CVID와 생화학·사이버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폐기였던 것이 이번 문건 기밀해제로 확인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핵을 가진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의 역량 강화를 중시했다. “한국과 일본의 선진적인 재래식 무기 역량 획득 지원”과 “한국과 일본 간 상호 긴밀한 관계 촉진”이 미국이 해야 할 일로 명시돼 있었다.


백악관은 이 문서가 2017년 3월 28일 '대통령의 대북전략' 이라는 내각 메모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NSC기밀문서 해제의 의미]


작성된지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안보 관련 문서가 기밀 해제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 문서가 지난 3년 간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지침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기밀해제는 “미래에도 오랫동안 인도·태평양을 자유롭고 개방된 곳으로 지키려는 미국의 지속적 헌신에 대해 미국민, 동맹·파트너들과 소통하기 위해” 문서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들에 미국의 전략적 약속이 굳건하게 지켜질 것임을 확인시키기 위해 이 문건을 공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해제된 미 NSC 기밀문서는 한국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전선의 중심에 한국이 아닌 일본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세계 최대 미군기지가 있는 한국이 대중국 전선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좌파정권인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도 상당히 수정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인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축은 일본이며 한국은 이를 뒷받침해주는 보조국가로 역할이 변동됐다.


이러한 전략 변경의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정부의 외교전략이 대폭 수정되었다는 데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 인도-태평양전략에서 한국이 핵심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약속을 해 놓고선 번번히 트럼프 대통령을 물 먹였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는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축이라고 말도 하고 공동성명에서 약속까지 해 놓고선 실제 외교의 실행에서는 한미동맹보다 시진핑과의 약속을 더 중시하고 그저 김정은의 눈치만 보는 외교를 펼쳐 왔다는 것이다.


그러한 한미간의 불협화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간 만남과 직전의 한미정상회담이었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거의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숨겨질 듯 보였던 한미정상회담 내용이 미 국무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국무부의 브리핑 자료는 “양측은 강력한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의 핵심이라고 재확인했다”는 발제로 시작된다.


특히, 이번 브리핑의 하이라이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또한 혈맹으로서의 한미동맹을 언급하면서 또다시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중국을 의식해 인도-태평양전략에의 동참을 거부해 왔다. 심지어 지난 2017년 한·미 정상회담 공동 발표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안보의 핵심 축임을 강조했다'는 문구를 넣었다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트럼프가 강조한 것이지 우리가 동의한 건 아니다"라고 얼버무릴 정도였다.


특히 “디지털 네트워크 보안과 해상법률 집행 역량 구축 등에 대한 지원 강화를 위한 의미 있는 협력이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하고 긴밀하게 할 것”이라고 한 것은 사실상 반(反)화웨이 전선과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원칙 등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했다.


여기에다 한미동맹 문제에 대해서도 “한미 정상은 강력한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 축)’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전략의 린치핀으로 공개적으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물론 일본과의 동맹은 '주춧돌(corner stone)'로 표기한 것과는 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한미동맹에 대한 성격을 다시금 한미 양국 정상이 규정한 셈이다. 그뿐 아니라 한미간 군사훈련의 중요성 및 한미일 안보협력도 아주 중요하게 다뤘다.


당시 한미정상간 합의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친중정책’은 완전히 수정되어야 하고, 북한과의 관계 역시 제재 완화 등의 카드를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이러한 약속을 지난 2019년 6월에 처음 한 것도 아니다. 여러번 약속을 했는데 이행되지 않으니까 문서로 정리까지 했는데 또다시 그 약속을 문재인 정부는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미 국무부의 발표대로라면 문재인 정부는 2019년 7월 이후에라도 중국과의 외교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고, 사실상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외교를 펼쳐야만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 한국 정부를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번 기밀문건에서 공개된 대로 한국을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제2선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이러한 전략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아니라 시스템이 움직이는 나라이고, 더불어 다양한 전략정책 기관들이 수립한 중장기 계획에 따라 도도하게 움직이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이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주변국으로 전락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전략 변경이 앞으로 한국의 안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문제라든지 감축론도 그래서 나온 것이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도 이런 배경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미 NSC 기밀문서의 내용을 곰곰이 뜯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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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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