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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美국채매각 보복한다는 中, 과연 성공할까? - 中의 美국채 투매는 中체제를 오히려 위태롭게 만들 것 - 中의 美국채 투매? 현실화 가능성 없는 협박에 불과 - 中, 美국채 투매한다면 美에 더 유리한 국면 조성될 수도
  • 기사등록 2020-12-19 21:43:04
  • 수정 2020-12-19 21: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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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까지 제재하자 美국채매각 통한 보복 구상하는 中]


미국이 중국 최대 반도체 회사인 SMIC를 포함한 중국 기업 80여 곳을 거래 제재 명단에 추가할 계획을 밝히며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자 중국이 대미 보복을 다짐하면서 중국이 보유한 국채매각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18일(현지 시간)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인터뷰에서 “중국이 SMIC를 통해 미국 기술을 활용해 국제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 군사 활동을 지원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제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앞으로 미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기 위해 SMIC와 그 계열사 11개 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할 예정이다. 이미 상무부의 거래 제재 명단에는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를 비롯한 275곳이 넘는 중국 기업이 올라 있다.


중국은 특히 중국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이자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기업인 SMIC에 대해 미국이 제재하기로 하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렇게 SMIC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하게 되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사실상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중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외국 기업을 탄압하는 잘못된 행위를 중단하라”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내에서 거론되는 것이 오래전부터 만지작 거려왔던 중국 보유 미국 국채의 매각 카드다.


실제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진 ‘중앙경제공작(업무)회의’에서도 중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들을 논의하면서 대미 보복 이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공산당과 정부, 주요 기관 수뇌들이 모두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올해는 국제정세가 엄혹하고 국내 정세도 복잡했다”며 “내년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과단성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 졌다.


[중국보유 미국 국채, 과연 얼마나 되길래?]


그렇다면 중국은 과연 얼마만큼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을까? 미국 재무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9년초 1조 1309억 달러에 이르던 보유량이 지난해 11월 들어 1조 892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가 올해 9월 현재 1조 617억 달러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환보유액에서 미국 달러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79%에서 2014년 58%로 낮아졌으며, 현재는 3조 달러 규모의 중국 외환보유액 중 3분의 1가량을 미국 국채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일본의 1조 2762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 현실화할까?]


지금 시점에서 최대 관심사는 과연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진짜로 매도하려 나설까 하는 문제다.


시쥔양 상하이 재경대학 교수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중국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미 국채 보유를 점진적으로 8000억 달러(약 951조원) 수준으로 낮출 것이다. 군사적 충돌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는 전량 매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광다(光大)은행 저우마오화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빌어 “과거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한 적이 없다고 해서 미래에도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의 채무 증가 및 경기 둔화 전망에 따라 위험성이 누적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중국이 미 국채 매각을 고려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미국 국채를 투매하다시피 내다 팔아 미국 경제 자체를 완전히 흔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중국식 협박’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胡锡进) 편집장도 지난 해 5월, “많은 중국 학자들이 미 국채를 팔아치우는(dumping)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가능성에 대해 한마디로 미국 당국은 ‘할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여유가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020년 초부터 거론되던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설에 대해 지난 5월 19일(현지시간)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이 그렇게 말한 배경에는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가 외환보유고에서 크라운 주얼(가장 가치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한다면) 그들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을 잃을 것이다. 마치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것과 같다"며 "정상적인 시장 여건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커들로 위원장은 "중국의 해법은 미국 국채를 파는 것이 아니다. 이는 중국 정부를 파산시킬 것"이라며 "중국의 해법은 일정한 투명성과 개방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의 이 발언에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설을 대하는 미국의 입장이 다 담겨 있다.


노스캐롤라니아대 경제학 교수를 지낸 칼 W. 스미스도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오히려 미국이 이익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미스는 “미 국채 매각은 중국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 단언했다.


스미스 교수는 그 이유로 다음 두 가지를 들었다.


①미 국채 가격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에 있는데, 대규모 매각은 미 국채 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그동안 트럼프 정부가 주창해 온 저금리 정책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트럼프의 저금리 주장은 경제성장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미국 은행들이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지급준비금 중 일부를 경제 활동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 만약 대규모로 미국의 국채를 매각한다면 연준의 금리인하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채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은행들은 일부 지급준비금을 이용해 국채를 더 사들일 것이고, 그러한 지출은 광범위한 미국 경제에 더 많은 현금을 쏟아 부어 성장을 자극할 것이란 논리다.


②미국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하게 되면 당연히 달러화를 받는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달러를 유로, 파운드, 위안화 등 다른 통화로 교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외환 시장에 달러화가 많이 투입되면서 달러가치는 약화될 것이고, 이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외국산 수입품 가격은 오르게 되고 반면 미국산 수출품의 가격은 낮아지면서 시장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는 그야말로 미국이 원하는 바다. 트럼프 정부도 지속적으로 중국에 요구해 왔던대로 수입은 더 적게 하고 수출은 더 늘리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약 달러는 미국 정부가 지극히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약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약 달러는 당장 미중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중(對中) 무역 적자가 효과적으로 줄어드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채 매각통한 중국 보복? 현실화 가능성 ‘0’]


한마디로 중국의 미국국채 전면 매각 방안은 사실상 거의 현실화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내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거론되는 것은 중국 정부가 보유한 미국 국채를 점진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기존에 보유한 미국 국채는 만기가 계속 돌아오기 때문에, 새로운 국채 매입으로 이를 보충하지 않으면 중국의 국채 보유량이 점차 줄어들 수 있어서 이런 방식으로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점차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①중국은 달러가 없으면 경제도 스톱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원유 소비의 72%를 수입에 의존한다. 그런데 그 원유를 수입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달러화다. 달러화가 원유결제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달러화 없이 중국 경제를 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투매한다는 것은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기축통화가 아니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미국과 금융거래를 전면 중단하면서 위안화로 온 세계 국가들과 경제활동을 펼치는 그러한 천지개벽이 있지 아니고서는 자칫 중국 공산당의 명운을 걸어야 할 수도 있는 그런 도박을 감히 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②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 미국 경제는 꿈쩍도 안한다.


상당수의 전문가들 조차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투매하게 되면 달러화 시장과 함께 미국 경제도 흔들거릴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한마디로 기우에 불과할 뿐이다.


그 이유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미국의 금융시장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가 올해들어 한 분기에 찍겠다고 하는 미 국채 규모가 무려 3조 달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사상 최저인 0.6%대다.


만약 중국이 1조 달러대의 국채를 투매한다고 해도 이를 얼마든지 흡수할만한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연준이 현재 6조4,000억달러대의 보유자산(대차대조표)를 갖고 있다. 이 자산은 미국 GDP의 30%대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80~90%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 국채를 투매한다 해도 단기간의 혼란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를 흔들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③동맹국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매입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여유를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우방국들의 지원 때문이다. 중국이 대량으로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그야말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대해 즉각적으로 미국의 우방국들이 이를 매입함으로써 시장에서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이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 놓을 때마다 일본이 앞장서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해 주었다.


올해 3월에도 중국이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놓자 일본의 투자자들이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당시 미국 국채 및 정부 보증 모기지 채권 액수가 504억 달러(약 62조원)에 달했다. 이는 관련 액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최근에는 영국, 스위스, 벨기에, 대만, 인도, 프랑스, 버뮤다,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이 미국 국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


결국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 거론은 그저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이지 현실화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분풀이의 방식으로 채택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로 인해 중국 공산당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갈수록 전 세계가 신뢰하는 안전자산으로서 자리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시장에 막 던지는 그 우매한 짓을 중국은 결코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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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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