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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시진핑이 미국 대선에 침묵하는 이유? - 2차 TV토론이후 확 달라진 중국 내부 분위기, 도대체 왜? - 바이든 친화 일변도에서 오히려 트럼프 유화적으로 변화 - 당선자 공식 확정때까지 침묵 지키며 미 동향 주시할 듯
  • 기사등록 2020-11-11 13:44:54
  • 수정 2020-11-11 23: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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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NN 캡쳐]


[미국 대선 결과에 침묵하는 시진핑]


11월 3일 마무리된 미국대선에 대해 중국이 침묵하고 있다. 물론 아직 바이든이 ‘공식 당선인’으로서 지위를 갖지 못했고, 트럼프측이 바이든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입장이 곤란해서 그럴 수 있다는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평소 중국이 보여온 바이든에 대한 태도와는 달리 유달리 긴 침묵을 지키고 있어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인정하면서 내년 2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미국 방문 및 미일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일정 협의가 들어갔다.


일본의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가 바이든 측에 스가 총리와의 대면 회담뿐만 아니라 전화통화 또한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9일 이미 조 바이든을 공식적으로 ‘당선인’이라 호칭하면서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어떠한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더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주변국들은 바이든을 이미 당선인이라 호칭하면서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데 시진핑 주석은 물론이고 정부차원에서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동안의 중국 내부의 흐름은?]


그런데 시진핑의 침묵과 함께 유독 돋보이는 부분이 바로 중국 내부의 분위기다. 지난 10월 22일 이후 중국 언론의 보도 자체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중국 언론이라 함은 사실상의 중국 공산당의 관영매체이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내부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미국내 중국인들에게 보내는 신호라고도 봐야 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 내부의 극적인 변화는 지난 10월 22일 미국 대선후보의 2차 TV토론 직후다.


10월 21일만 하더라도 관영 신화통신은 ‘전염병이 새롭게 정의한 미국 대선…유권자 4천300만명 사전투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방역이 트럼프의 최대 약점”이라며 바이든의 트럼프 행정부 방역대책 비판을 상당히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면서 “바이든의 신뢰도가 트럼프보다 높다…과거 트럼프가 우세했던 경제정책도 지금은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바이든을 적극 옹호하면서 지원하는 그런 뉴스를 올린 것이다.


TV토론이 있기 직전인 22일에도 ‘현장 유세로 분주한 트럼프, TV토론 준비하는 바이든’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위험한 궤도이탈, 바이든의 리더십으로 수렁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USA투데이(USA Toady)의 한 사설을 인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바이든을 편들었다.


그러면서 신화통신은 노스캐롤라이나 등 경합주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와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물론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이 크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바이든이 독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TV토론이 끝난 직후부터 보도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아주 중립적 입장으로 표변한 것이다. .


신화통신은 TV토론 결과를 전하면서 바이든 편을 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 내 코로나 확산이 완화돼 경제와 학교 수업을 재개해야 한다”며 바이든의 봉쇄론을 비판한 트럼프의 목소리를 더 크게 전했다.


심지어 “링컨 대통령을 제외하면 나보다 더 흑인을 위하는 사람은 없다”며 “(나는) 인종 차별이 가장 적은 사람”이라고 한 트럼프의 말도 인용해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정책분야별 트럼프와 바이든 후보의 주장을 전달하면서도 “중국은 규칙을 지켜야 한다….시진핑은 악당”이라는 한 바이든 발언은 아예 보도를 하지 않으면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국가안보에 관해 각자 입장을 밝혔다”고만 했다.


뉴스 논조가 확실히 달라진 것이다. 그 전만 하더라도 바이든의 일정을 세세하게 전하면서 바이든이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다는 식의 일방적 바이든 기사들과는 확연하게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신화통신의 보도 분위기가 확 바뀐 바로 그날, 중국 국무원은 신화통신 사장을 해임하고 후임에 허핑 부사장을 승진 발탁했다. 결국 신화통신의 사장이 바뀌면서 논조도 달라졌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이 왜 하필 그 시점에 중국 지도부는 ‘중국의 입’이나 다름없는 신화통신의 사장을 교체하고 또 논조도 바꾸기로 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신화통신이 미국의 대선 분위기를 과도하게 바이든 쪽으로 몰고감으로 인해 중국 내부나 당 지도부의 오판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신화통신 사장의 교체를 알리는 사고


더더욱 이 문제가 확대되면 중국의 언론 및 선전 분야 최고 책임자인 왕후닝 상무위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에 신화통신 사장을 전격 교체하기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미국에 소재하는 중국 정보 분석가들로부터 신화통신이 보도하는 대로 바이든이 일방적인 우세로 가고 있지 않다는 정보를 보고 받고 이러한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대선의 결과가 미국내의 바이든 우세 분위기와는 다르게 트럼프 당선 가능성도 있다는 보고들이 연이어 올라가면서 미국 대선 이후 중국에 미칠 충격파를 생각하면서 일방적 바이든 지지 보도 성향을 바꾸도록 했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에 대해 엇갈리는 중국 내부 분위기]


지금 중국 지도부가 미국 대선에서의 트럼프와 바이든 각각에 대한 평가가 아주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혼선이 사진핑의 침묵을 길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대다수 중국 지도부는 바이든의 당선이 중국에 유리할 것으로 봤다. 사실 미국에서도 그렇게 관측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 8월 미 국가방첩안보센터(NCSC)의 윌리엄 에버니나 국장은 의회 보고에서 “중국 정부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명확하게 바라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로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인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 시절, 중국과의 유화적인 정책을 주도했다. 당시 바이든은 “중국의 발전이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고도 했었다.


그런데 중국내부에는 이러한 바이든 지지 성향과는 확연히 다른 주장도 있다. 대표적인 이가 바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이다. 그는 “중국에 진정으로 바람직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의 논평에도 그렇게 올렸고, 또 중국 지도부에 그러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시진 편집장은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중국에 강경한 정책을 펴겠지만 바이든은 국제적 연대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고, 트럼프는 미국 단독주의로 중국을 압박하기 때문에 차라리 트럼프가 대하기 쉽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바이든 후보가 TV토론에서 중국을 거세게 비난했다는 점도 중국이 바이든을 경계하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바이든이 이렇게 티가 나게 중국을 멀리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아들 헌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런 스캔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돋보이게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하며 유세 중에도 중국을 향해 거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SCMP도 홍콩 비영리단체 하인릭재단의 스티븐 올슨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대선 유세 중 바이든이 중국을 향해 쏟아낸 거친 발언을 고려할 때, 그가 미중 무역합의를 재협상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하면서 만약 바이든 정권이 들어선다면 대 중국 압박이 더 거세질 수도 있다고 봤다.


물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9일 바이든을 ‘오래된 친구’라고 지칭하며 “2011년 그가 현직 미 부통령 자격으로 방문했던 수도 베이징의 허름한 식당이 주목받고 있다. 식당 주인 또한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반겼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식당은 바이든이 방문한 후 그가 먹은 자장면, 만두, 감자채볶음 등을 묶어 ‘바이든 세트’로 판매했다. 이제는 그 이름을 ‘대통령 세트’로 바꿔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일부 영자 신문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부와 중국의 주요 선전매체는 이번 미국 대선에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전개에 깊은 관심 보이는 중국 지도부]


지금 중국 지도부는 ‘아직 끝나지 않은 미국대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 어느 누구에게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흐름을 깊숙이 관찰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정보망은 미국 다음으로 대단히 폭넓고 깊숙하게 전 세계에 펼쳐져 있다. 당연히 미국내의 분위기를 중국 지도부보다 더 많이 아는 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중국의 해킹이나 도청 능력 또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 있다. 그래서 지금 미국의 흐름을 누구보다 더 자세하고 신중하게 관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지금은 바이든 세상이 된 듯 보이지만 그 판도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말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거에 대한 강공이 과연 어떻게 결말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법에 아직 당선이 확정되지 않은 후보가 외국의 정상과 통화를 한다든지 접촉을 하게 되면 이는 미 정부의 승인 없이 외교 교섭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로건법(Logan Act)’ 위반 사항이 된다.


당장 지난 9일(현지시간) 바이든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것에 대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바이든의 외교참모들은 이러한 법 위반을 하지 않기 위해 엄청나게 몸을 사리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만약 중국의 시진핑이 공식적으로 바이든을 당선인아라 부르거나 바이든을 향해 적극적 구애를 하고 나선다면 당장 법적인 문제도 있지만 내년 1월 20일 새 대통령 취임전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떠한 분노를 일으키게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중국 내부에 분명히 있다.


더더욱 지금은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소송도 남았고 당선인의 법률적 지위도 획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President-elect)'으로 명명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11월 3일 선거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였다. 그래서 만약 바이든이 특별한 선거 분쟁없이 270명 이상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일차적으로 대선 승자를 판단할 권한을 가진 연방조달청(GSA·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 청장의 공인을 거쳐야 비로소 대통령 당선인(President-elect)'과 '부통령 당선인(Vice-President-elect)'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수많은 언론이 쓰고 있는 당선인이라는 용어는 너무 앞서가는 단어이고 공식적으로 쓰면 안되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신중함은 우선 미국 대선의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점도 하나 있고, 또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섣불리 바이든과 채널을 개설하고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호칭했다가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예 입 다물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나타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바이든에게 축하 전문을 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제관례에 따를 것”이라며 “바이든 선생이 이미 당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을 잘 안다. 미국의 대선 결과는 법률과 절차에 따라 확정될 것으로 이해한다”며 미국을 존중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확정때까지 축하 인사를 미루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 2016년엔 미국 대선 다음날인 11월 9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미 대선 당선자 확정 이후를 준비하는 중국]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미 대선 결과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도 당선자 확정 이후를 기다리며 다양한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국은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이 되듯 중국을 향한 압박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는 듯 하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미국과 협력할 거리를 찾으면서 돌파구를 열어보려는 의도가 분명히 엿보인다. 시진핑은 10일 보아오 아시아 포럼 국제 과학기술 및 혁신포럼 개막을 축하하는 서한에서 "과학 기술은 모든 인류의 복지에 기여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세계 각국과 함께 과학기술 혁신과 협력을 강화하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며 상호 혜택을 주는 국제 과학기술의 교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중국은 세계 경제 회복, 인류의 건강 보장을 위해 기여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무역전쟁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이 강해질 것을 대비한 또다른 회피수단을 찾고 있는 것이다. 희토류 무기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서도 항미원조를 언급하며 내부 선전선동은 강화하고 있다. 아주 조심스럽게 트럼프 1기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잔뜩 웅크리고 미국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도대체 무슨 정보를 입수하고 또 알고 있길래 저렇게 자세를 낮추고 있는 것일까? 항간에 거론되는 대로 혹시 미국 대선에 개입을 한 것은 아닐까?


어떤 이유가 됐건 중국의 이번 미국 대선 이후 대응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시진핑의 다음 수’, 과연 뭘까? 눈여겨 볼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동영상은 11월 12일 오전 8시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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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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