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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0-23 14:29:07
  • 수정 2020-10-23 19: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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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사진=뉴시스]


민주주의의 요체는 자유로운 시민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지배의 정당성을 자기 지배에서 찾는 것이며, 이런 점에서 선거는 민주주의 꽃일 뿐만 아니라 뿌리요, 줄기요 열매이다. 지난 4.15 총선은, 그 과정에서 유권자의 표심이 왜곡되었다는 숱한 지적과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정황과 통계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지배의 정당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거쟁송을 전담하는 대법원으로서는 가능한 한 신속히 재판절차를 진행함으로써, 국민들의 의혹에 대해 적절한 증거자료에 근거한 합리적인 답을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법부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임에도 불구하고 삼권의 한 축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민주적 정당성의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4.15 총선 후 제기된 각종 선거무효소송에 관해 대법원이 보인 행태는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서 견제와 균형, 심판자가 아니라, 대법관을 중앙선관위 위원장으로 파견한 행정기관, 각 지방 선관위원장을 관할 법원의 판사로 앉힌 하나의 행정기관으로서 권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공직선거법에서 정하고 있는 처리 기한인 180일이 다 되도록 대법원에서 한 것이라고는 원고의 각종 증거신청을 묵살하고, 선관위가 투표지 분류기, 사전투표 관련 기기 등을 점검・교체한다는 명목 하에 사실상 증거를 훼손하는 행위를 방치하는 것뿐이었다. 투표 사무에 관한 일체의 정보와 자료를 선관위가 갖고 있기 때문에 피고인 선관위가 부담하여야 하는 입증책임을 석명 준비를 빌미로 원고에게 떠넘기는 행태는 선거쟁송이 갖는 본래의 의미를 망각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공정한 선거쟁송을 통해 국민들의 의구심이 적절히 해소되어야만 공정한 선거문화가 정착되고 모두가 승복하는 선거를 통해 건강한 자유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공정한 선거쟁송의 기본은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되는 모든 선거과정에 대해 선거를 관리하는 측에서 스스로 의혹을 해소하도록 하는 것이지, 완전한 정보 비대칭에 놓여있는 원고가 입증하여야 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지금이라도 중앙선관위에 대하여 원고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의혹을 스스로 해명하도록 하며,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전문가, 필요하면 해외의 전문가를 통해서라도 검증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간 소 제기 이후 합리적 이유 없이 시간을 끌며 사건을 뭉개왔던 책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그 내용에는 선거인 명부작성의 정확성, 특히 관외사전투표자들이 과연 진짜로 투표하였는지에 대한 샘플링 및 전수 조사, 등기 우편을 포함하여 투표지 이동과정에서의 엄결성, 전자개표기에 대한 해킹 가능성 및 투표 당시 복원된 시스템 하에서의 재연, 개표 전에 이뤄진 봉인함 훼손, 개표 후 현재까지 증거보전대상이 된 투표함의 훼손, QR코드 대조, 포렌식된 이미지 파일 검증 등이 들어가야 한다.


대법원은 전자개표를 포기하고 종이와 연필 선거를 부활시킨 네델란드, 아일랜드, 독일 등의 사법부를 배워야 한다. 선거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보통 시민들에 의해 검증이 불가능한 선거라면 비록 현실적으로 부정이 있었느냐와 별개로 그러한 선거는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저들의 법관적 양심이었다. 우리 대법원에 이 정도 양심을 기대하는 것이 사치인가.


지난 수개월 동안 투・개표의 투명성을 검증에 필수적인 각종 장비와 시스템에 대한 검증요청을 묵살하고, 심지어 선거결과의 무결성 검증에 필수적인 투표지 이미지에 대한 증거보전 의지마저도 보이지 않았던 것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분노하고 있다. 이제라도 대법원은 법관의 양심을 걸고,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선거관련 쟁송을 공정하고도 철저하게 심리하여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기 바란다.


2020년 10월 22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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