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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이수혁 주미대사가 한미동맹을 뒤흔든 이유? - 주미대사가 한미동맹을 파국으로? 그 저의는 무엇인가? - 한미동맹 아닌 한중동맹으로 가기로 한 것인가? - 이수혁 주미대사의 발언, 대통령의 뜻인가?
  • 기사등록 2020-10-14 13:27:39
  • 수정 2020-10-14 22: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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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8일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국감 [사진=공동사진취재단]


[한미동맹을 뿌리째 뒤흔든 주미대사의 발언]


이수혁 주미대사가 지난 12일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대사는 이어 “한국이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향후 70년도 미국을 선택해야 하냐.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다. 70년 동맹을 맺었다고 앞으로도 동맹 맺어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이 대사의 이러한 발언은 그가 지속적으로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어느 한 쪽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이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온 것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우려 목소리에 대해 그렇게 답을 하면서 나온 것이다.


이수혁 대사는 지난 10월 3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특파원 간담회에서도 미·중 갈등 격화와 관련해 "일각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면서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10월 5일(현지시간)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면서 이 대사의 발언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국무부의 이런 논평에 대해 VOA는 "미 국무부는 동맹국의 정책이나 개별 지침에 대해선 해당 정부에 문의하라는 답변으로 일관해왔다"며 "워싱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 당국자 발언을 특정해 구체적 논평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번 화상국감에서의 이 대사 발언에 대해 미 국무부는 12일, “한미 동맹을 극도로 자랑스럽게 여긴다(extremely proud of)”면서 또 반박했다. 국무부가 주재국 대사, 그것도 동맹국 대사의 발언을 정면 반박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이수혁 대사가 하는 발언에 대해 미 국무부는 반박 논평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그러면서 “두 나라는 공유한 가치들에 기초해 동맹이자 친구로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하려는 자들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도전들에 맞설 수 있는 동맹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고 했다.


[수준 미달의 ‘코드대사’가 빚은 ‘선택적 동맹론’]


대사라는 직책은 해당국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 그래서 한 나라의 대사로 임명되면 대통령이 신임장을 수여한다. 이 신임장을 해당대사는 임지인 그 나라의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해당국의 동의를 받는다. 이를 아그레망이라 한다.


신임장은 "이 사람이 해당국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뜻이고, 아그레망은 해당국으로부터 그를 "대한민국 자체(또는 대한민국의 대표)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국에서 대사가 하는 말은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말과 다름이 없을 정도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외교관의 말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온갖 수사로 가득차기 마련이다. 이를 우리는 외교적 언어라고 말한다.


특히 이수혁 대사는 다른 나라도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의 대사다. 동맹국이란 국가의 운명을 상호 의탁하는 관계다. 더구나 한미동맹의 관계는 사실 우리가 일방적으로 미국에 의지하는 그러한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동맹국 미국의 대사가 동맹의 뿌리를 완전히 뒤흔드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실로 국가의 운명을 세치 혀로 농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미간의 관계가 아무리 동맹이라지만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진 동맹관계는 언제든지 휴지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전쟁때 우리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참전했고 무려 54,246명의 희생자를 냈다. 그래서 우리는 한미동맹을 혈맹이라 부른다.


그런데 그러한 동맹간의 신뢰를 지금 이수혁 주미대사가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 대사의 발언에는 “아무리 미국이 지난 70년간 우리를 도왔더라도 우리 국익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헤어질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뢰가 사라진 관계라면 동맹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것 아닌가?


한 나라의 대사는 한 마디로 해당국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다. 그것이 바로 대사관의 임무이고 사명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재국의 외교파트와는 더할 나위없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래야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수혁 대사는 그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저렇게 동맹국을 향해 악담을 쏟아내고 언제든지 결별하겠다고 나서는 한국의 대사를 미국 국무부가 가까이 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고, 웬만한 직책을 가진 담당자들도 우리 대사관 직원들을 만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한미간의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풀어야 할 난제들을 더욱 꼬이게 만듦으로 인해 오히려 국익을 심대하게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수혁 주미대사의 발언, 대통령의 뜻인가?]


이 시점에서 정말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대사는 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입’이다. 그 말은 대사의 말이 곧 대한민국의 생각이고 뜻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한미동맹을 언제든지 해체할 수도 있다는 이수혁 주미대사의 발언은 과연 누구의 뜻인가? 대통령의 뜻인가? 아니면 외교부의 방침인가? 도대체 이수혁은 누구의 지침을 받고 그러한 말을 한 것인가?


만약 그러한 지침이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을 국정감사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그렇게 위험한 발언을 했다면 이는 당연히 외교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책무 자체를 방기한 것이기 때문에 국익을 해쳤다는 이유로 당장 소환하고 교체해야 하지 않는가?


이에 대한 강경화 장관의 생각은 무엇인가? 산하의 주미대사가 엄청난 대형사고를 쳤는데 이에 대해 주의 한 마디 주지 않는다면 이수혁 대사의 발언에 대해 외교부장관도 동의한다는 뜻인가? 도대체 무엇인가?


[한국의 외교, 한미동맹 아닌 한중동맹으로 가기로 한 것인가?]


진짜 궁금한 것은 이수혁 대사의 이러한 일련의 발언에 대해 외교당국자 어느 누구도, 심지어 청와대마저도 이 대사를 질책하거나 주의를 줬다는 보도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집권여당을 포함한 핵심 당국자들은 이수혁 대사의 주장과 부합하는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수혁 대사가 “우리의 국익을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그러한 방향으로 가기로 내부적으로 양해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닌가? 말 실수가 아니라 이 정권 핵심부의 속내를 그대로 반영한 것은 아닌가 하는 말이다.


이수혁 대사가 한 대한민국 외교의 방향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너무나도 중요한 결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다 알아야 하고 동의를 해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 정권 핵심부의 생각은 한미동맹이 아니라 한중동맹으로 가자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아니면 한미동맹은 껍데기만 남기고 중국과의 연합을 추구하는 방향인 듯 싶다. 과연 이 방향이 맞는가?


분명히 말하지만 미국은 한반도의 영토에 욕심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심지어 피를 나눈 동맹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과는 자유민주 체제를 공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한 번도 우리나라를 위해 자신을 내어준 적이 없다. 오죽했으면 김정은마저 “일본은 백년 원수지만 중국은 천년 원수”라고 말했겠는가?


중국은 그런 나라다. 아직도 한반도를 중국의 종속국 정도로 낮춰본다. 언제든지 쥐고 흔들 수 있는 나라라는 의미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을 가리켜 ‘핵을 가진 깡패국가’라고 불렀다. 그렇게 힘을 가지고 지역패권을 추구하려는 나라라는 뜻이다. 여기에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국이다. 무역량이 크기는 하지만 그것을 지렛대로 대한민국 외교를 좌지우지하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그 무역량도 앞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세계의 경제구도가 탈중국(脫中國)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세계적 경제구도 역시 달라질 것이다. 당장 코 앞의 이익만 추구하다가는 대한민국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다.


그런 중국을 미국과 대등하게 생각하면서 저울질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고 80년대 운동권 사고방식이라 할 것이다.


[미·중간 선택 고민할수록 압박은 거세진다]


이수혁 같은 이처럼 미국과 중국간의 선택을 꺼내든다면 당연히 미국도 우리를 향해 속내를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


미국은 이미 전략다자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한국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쿼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지지하는 다른 나라에도 열려 있다”면서 “쿼드는 구속된 의무가 아니라 공동의 관심으로 추동되는 파트너십이고, 배타적인 그룹화를 의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한 쿼드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이젠 정할 때가 됐다. 그 쿼드의 참여 여부를 미적거린다는 것은 결국 불참하겠다는 의지를 미국에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시작전권 문제도 아주 중요한 선택카드 중 하나이다. 전시작전권 이양 논의를 하는 초점은 어떤 방식이 대한민국 안보를 더욱 강력하게 지켜주는 방법인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전작권 논의는 그러한 방향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이양이라는 시점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서욱 국방부 장관이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가 있다. 전작권 이양에 대해 미군은 부정적이다.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무적 결정을 책임지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한국군이 전시작전권 이양을 받을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떼를 쓰지 말아야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그렇게 발언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방어’라는 단순한 목표만을 보고 말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이에 대해 토를 달 이유가 뭐가 있는가?


우리는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의 진보된 무기들을 봤다. ICBM을 제외한 모든 무기들이 바로 우리 한국을 향해 사용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러한 엄청난 무기들을 보면서 염려하고 걱정하지 않는 정부를 보면서 아연실색하게 된다.


분명히 말하지만 미국은 바보가 아니다. 한국이 달라고 한다해서 줄 것 다 주고 그래놓고도 뺨 얻어맞는 그러한 어리숙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미국을 향해 전대협 의장을 지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 동맹은 ‘냉전 동맹’이라고 하고, 문정인 대통령 안보 특보는 “내게 최선은 실제 동맹을 없애는 것”이라 했다. 여기에 집권여당 민주당의 송영길 국회 외통위원장은 “주한 미군은 과잉이며, 유엔군은 족보가 없다”고 했다.


기가 찰 일이다. 모두 미국을 버리고 중국을 선택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런 와중에서 핵심 동맹국인 미국에 나가있는 대사마저 저런 소리를 했으니 미국이 지금 대한민국을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이라 보는가? 답이 뻔하지 않는가?


[이수혁 대사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아무리 정권 핵심부의 의사가 그렇다 하더라도 한미동맹을 정면으로 흔드는 발언을 현직 주미대사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것은 주미대사라는 기본 직책을 완전히 팽개친 망동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수혁 대사가 모를리 없음에도 일부러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도발하듯 발언하고 또 질의하는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불손하기까지 행동했다는 것은 분명 대사로서가 아닌 개인의 생각과 소신을 밝힌 것이고 분명한 의도가 있기 때문에 그러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수혁 대사는 왜 그랬을까?


최근 강경화외교부 장관의 교체론이 나돌고 있다. 남편의 일탈 문제도 있고 부동산 문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외교부장관으로서의 능력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년내 교체설이 나돈다.


정가와 외교가에서는 그래서 이수혁 대사가 바로 그 외교부장관 자리를 노리고 도발하듯 국정감사를 했다는 말들이 들려온다. 친문진영을 향해 보란 듯이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소문이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아무리 장관직에 대한 개인적 욕심이 있다 하더라도 국익을 내팽개치면서까지 그러한 도발을 했다면 나중 역사에서 참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임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짧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는 길다. 제발 근본을 벗어나 재앙을 만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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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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