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여야 대표, 협치 물꼬 텄지만…'추미애·원구성' 뇌관 여전 - 이낙연·김종인 회동서 추경 및 재난지원금 신속 처리 합의 - 추미애 의혹·윤영찬 논란 놓고 여야 강대강 대치 불가피
  • 기사등록 2020-09-11 10:21:27
  • 수정 2020-09-15 09:49:01
기사수정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신속한 처리와 공통 공약 및 정강정책의 입법화에 합의하면서 여야 협치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병가 특혜 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정국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실제 협치 복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원구성 재협상 의지를 내비치는 데다, 정기국회 비대면 입법활동을 놓고서도 여야 이견이 해소되지 않는 등 여러 뇌관들이 산재해 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10일 국회 사랑재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첫 오찬 회동을 가졌다.


박 의장 취임 100일을 맞아 마련된 첫 여야 수뇌 회동으로 협치 복원의 물꼬를 트는 자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을 받았다.


그 기대에 화답하듯 양당 대표는 정부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7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에 공감대를 이뤘다.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는 "추석 이전에 모든 것이 집행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는 18일까지는 추경이 처리 되었으면 한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김 위원장도 "앞으로 정기국회에서 당면한 과제가 4차 추경 관련해서 추석 이전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2차 재난 자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추경이 빨리 처리 되는 게 선결과제라 생각한다"며 "그 점에 있어서는 내용 자체가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는 한 염려 안 하셔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또 이 대표는 "양당의 4·15 총선 공약에서 공통된 것과 정강·정책에서 공통된 것을 추출해보니 37개 정도 된다. 그것도 정기국회 안에 함께 노력해서 처리했으면 한다"고 정책협치를 재차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이 대표도 협치를 꼭 해야 되겠다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으신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의 협치 의지를 긍정 평가했다.


그 결과 여야는 ▲4차 추경의 조속한 처리와 추석 전 재난지원금 지급 노력 ▲4·15 총선 공약 및 정강정책 중 공통사안의 양당 정책위의장 간 협의 처리 ▲월 1회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정당대표 정례회의 개최 ▲코로나19 방역 및 민생지원 관련 법안의 9월24일 본회의 처리 등 4개항에 합의했다.


이를 놓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경제적 위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야가 일단 협치로 가는 길목에 첫 다리를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40여년에 걸친 남다른 인연에 주목해 '찰떡공조'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1982년 동아일보 기자이던 이 대표는 전두환 정부의 금융실명제 관련 특종을 했는데 당시 취재원이 김 위원장이었다.


하지만 정국 긴장도를 높일 수 있는 변수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협치가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당장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관련 의혹을 놓고 국민의힘은 연일 의혹 제기와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제2의 조국 사태'로 비화시킬 태세다.


특히 국민의힘은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특임검사나 특별검사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이번 의혹 제기를 야당의 정치공작으로 보고 총력 엄호에 나선 상황이어서 강대강 대치 정국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이 대표의 경고와 당사자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압력' 논란을 두고서도 국민의힘은 고발 검토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한편 '윤영찬TF'를 꾸려 여권의 포털 외압·조작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어서 충돌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서 원구성 재협상 요구를 들고 나올 조짐이 보이는 것도 변수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위원장직을 11대 7로 나누는 데 잠정 합의를 이뤘지만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가져가는 것을 놓고 극한 대치를 벌였다.


결국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직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자 모든 상임위원장직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의 새 지도부 출범과 일부 상임위원장 공석을 계기로 재배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회동에서 "협치하려면 협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는데 총선이 끝나고 원 구성 과정 속에서 종전에 지켜오던 관행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여야 사이에 균열이 생겨났고 그것이 아직도 봉합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상임위원장 재분배 문제를 꺼냈다.

김 위원장은 "협치를 강조하려면 힘을 가지신 분들이 협치할 수 있는 여건을 사전에 만들어주셔야 되지 않느냐 생각한다"고도 했다. 원구성 재협상 의지를 드러내면서 핵심 쟁점인 법사위원장 양보라는 여당의 통 큰 결단을 간접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갖고 있어 다른 상임위의 '상원(上院)'으로도 불리는 법사위를 절대 내줄 수 없다는 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 대표도 김 위원장의 요구에 부정적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회동 뒤 열린 민주당 화상 의원총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개원 협상 과정에서 두세 달 동안 그 문제로 고초를 겪었는데 다시 우여곡절을 반복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은 것 같다. 원내대표 간에 다시 협의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부정적 입장을 취하자 김 위원장은 "현재 국회를 정상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한 현안이 풀리지 않고 이어진다면 여야의 긴장관계가 유지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했다.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재분배이 없다면 협치도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에서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라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비대면 국회'도 여야의 시각차가 큰 지점이다. 민주당과 국회는 비대면으로 입법활동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서두르고 있지만 국민의힘 측의 반대가 거세다.


국민의힘은 단순 의견을 나누는 회의의 경우 화상회의가 가능하지만 표결이 이뤄지는 회의의 경우 비대면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76석의 민주당으로 힘의 균형추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비대면 표결까지 허용되면 여당의 '입법 독주'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 간 회동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지만 당장 결론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며칠 되지 않은 사이 본회의장과 의원회관이 폐쇄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기 때문에 원격 출석, 비대면 표결을 입법화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더니 김 위원장은 '원칙적인 필요성은 알겠는데'하며 조금 주저하는 것 같았다"며 "박 의장이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동의하면 그렇게 하는 것으로 조정했다"고 했다.


양당 대표가 공감대를 이룬 4차 추경과 재난지원금의 조속한 처리·지급과 관련해서도 불씨는 남아 있다. 당청 간에 합의한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대해 김 위원장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다.


김 위원장은 회동에서 "저는 최근에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가 과연 현재의 한국 경제에 대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인 느낌을 받은 사람"이라며 "어저께 갑작스럽게 통신비 2만원씩 나눠줘야 겠다는 이런 발표도 나왔는데 한편으로는 정부의 재정 안전성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국민은 한 번 정부의 돈에 맛을 들이면 거기에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과연 현재 우리가 재정 안정성을 걱정하면서 정치적으로 그러한 결정을 하셨는지, 앞으로 재정 운영이나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 재정운용 방향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696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