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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미국이 中 화웨이를 제일 먼저 때려잡는 이유? - 화웨이 무너지면 中군사대국화 계획도 무너져 - 반도체의 군사-안보적 중요성, 미국이 中 급소 찌른 것 - 中반도체 닫히면 ‘중국제조 2025'도 엄청난 차질
  • 기사등록 2020-09-09 12:36:07
  • 수정 2020-09-09 2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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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phic=Michael Ewst]


[미국의 ‘디지털 철의 장막’과 중국의 대응]


중국의 자존심 화웨이(華爲, HUAWEI)가 몰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바로 미국의 제재 때문이다. 오는 9월 15일부터 화웨이는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어떠한 반도체 부품도 구매할 수 없게 되어 자동적으로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의 퀄컴, 인텔, 브로드컴, 구글 등 미국 회사들과 거래는 막혔고 이제부터는 한국의 삼성이나 SK와도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관련기사: [정세분석] 화웨이의 몰락, 중국경제에 미칠 영향은?(9월 7일)]

(관련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530] 화웨이의 몰락, 중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중국 정부가 어떤 수를 쓴다 할지라도 반도체에 대한 원천기술이 없는 중국으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여기에 홍콩 보안법 문제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허물어 버린 것도 결국 제 발등을 찍은 셈이 됐다. 홍콩이 미국으로부터 특수국가 지위를 잃음으로써 우회 무역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약 중국이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입을 한다면 그 거래업체는 미국의 제재를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 IT기술의 원천 봉쇄까지 제재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과거 중국이 ‘죽(竹)의 장막(bamboo curtain, 竹─帳幕;1949년 이래 중국의 대비공산권(對非共産圈) 여러 나라에 대한 배타적 정책을 가리키는 용어)을 연상하게 하는 ’디지털 철의 장막(Digital Iron Curtain; 미·중 무역 분쟁을 일컫는 말)‘을 치면서 아예 IT 시장에서 중국을 퇴출하려 하고 있다.


▲ 지난 8월 5일 디지털 철의 장막(Digital Iron Curtain)‘ 정책을 발표하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미 국무부]


지난 8월 5일(현지시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국의 자산 보호를 위한 Clean Network 발표’에서 밝힌 중국을 향해 펼치는 ’디지털 철의 장막(Digital Iron Curtain)‘은 크게 5가지다.


①클린 캐리어(Clean Carrier); 신뢰할 수 없는 중국 이동통신사가 미국 통신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못하도록 한다. 이들 회사에게 미국을 오가는 국제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②클린 스토어(Clean Store); 미국 모바일 앱 스토어에서 신뢰할 수 없는 어플리케이션을 제거한다. 중국의 어플리케이션들은 개인정보 위협과 함께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며 선전과 허위 정보를 전파한다. 이를 통해 미국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와 비즈니스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③클린 앱(Clean Apps);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가 미국인이 신뢰하는 앱 스토어에 앱을 사전 설치하거나 다운로드 할 수 없게 한다. 사실상 중국 공산당 소유인 화웨이 같은 회사가 미국의 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④클린 클라우드(Clean Cloud); 미국인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와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포함한 귀중한 지적 재산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와 같은 중국 회사들을 통해 access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에 저장 및 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⑤클린 케이블(Clean Cable); 미국을 글로벌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사업에 중국을 배제시켜야 한다. 그래야 중국이 이를 통한 정보 수집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미국은 이러한 ’디지털 철의 장막‘ 구축에 30여 동맹국들이 참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이러한 제재에 맞서 중국도 ’클로벌 데이터 안보‘ 구상을 내놓으면서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한 세미나에서 ‘데이터 안보에 관한 글로벌 이니셔티브(구상)’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미국이 30여개 동맹국들과 함께 펼치는 ‘디지털 철의 장막’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오히려 미국과 세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세 대결의 가장 맨 앞에 한국이 있다. 중국은 이미 이번 구상 발표에 앞서 다수의 외국 정부와 접촉해 지지를 요청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미·중 IT 전쟁으로 인터넷 세상이 점점 더 두 갈래로 나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연히 가장 고민에 빠진 나라는 한국이다. 중국은 사실 한국만 확실하게 잡아도 미국의 디지털 동맹의 중요한 한 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이 ‘디지털 철의 장막’을 통해 노리는 것은?]


그렇다면 미국은 미중충돌 상황에서 왜 ‘디지털 철의 장막’을 내놓았을까? 특히 미국은 왜 화웨이를 가장 먼저 희생양으로 삼았을까? 여기에는 중요한 미국의 전략이 숨어 있다.


▲ 지난 7일 한국국방연구원아 발표한 ‘반도체의 군사·안보적 중요성’ 논문


지난 7일 한국국방연구원은 ‘반도체의 군사·안보적 중요성’이라는 아주 의미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핵심은 “반도체가 현재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에 있을 뿐 아니라, 군사·안보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특히 “현존하는 첨단무기의 핵심 부품이자 미래 체계의 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반도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결국 미국이 미중 충돌 상황에서 ‘디지털 철의 장막’을 발표하고 제일 먼저 칼을 빼든 대상이 바로 화웨이라는 것은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닌 미래 군사전략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게 있어서 화웨이는 ‘중국 제조기술 굴기의 상징’이고 ‘중국제조 2025(Made-In-China 2025)’의 핵심기업이다. 사실상 화웨이가 무너진다면 중국의 미래도 무너질 수 있다. 당장 화웨이가 그동안 글로벌 5G 통신장비 점유율 1위(26.18%), 올해 1/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17.8%)를 기록할 정도로 중국 경제에게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5G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점유율뿐만 아니라 투자액, 기여도 등의 지수에서도 최상위권에 자리하는 등 세계적인 영향력이 막강했다.


그런데 화웨이가 가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성이고 더더구나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원천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화웨이는 최첨단 반도체가 없다면 생존할 수 없다. 화웨이가 흔들린다면 중국 제조 기업 전체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이 바로 이 급소를 찌른 것이다. 그것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너무나도 예리한 공격으로 말이다.


중국도 이러한 약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1조 위안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을 2015년 15.1%에서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려 했지만 현실은 너무나 버거웠다. 지난해 자급율은 겨우 15.7%로 5년 전보다 0.6%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고, 2024년에도 20.7%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아무리 돈을 퍼 부어도 반도체가 진입장벽이 높은 고도의 기술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쉽게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대만에 대해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대만은 중국이 갖지 못하는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만의 TSMC를 손아귀에 넣으려 했지만 미국이 이를 알고 올해 초부터 미 정부 관계자가 대만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기업인 TSMC와 수차례 접촉하고 군수용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 1월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보도가 그렇다.


이렇게 대만이 반도체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 때문에 중국에서는 반도체 때문이라도 대만을 공격해 중국 본토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다.


그만큼 반도체가 산업적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군사·안보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이 대만과의 관계를 격상시키고 일국양제를 이유로 중국이 반발함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보건부장관을 보내고 미 해병대를 진주시키며 이젠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적극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금 대만의 TSMC는 현재 미국 반도체 회사인 자일링스로부터 최신 스텔스 전투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을 위탁받아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미국 첨단기술에 적용되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가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판단일 것이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반도체 시장에서 화웨이를 퇴출시키면 중국의 첨단 무기 제작도 굉장히 난관에 빠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도움없는 중국의 첨단 무기 제작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대만의 대안으로 한국의 삼성과 SK를 꼽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꿈일 뿐이다. 아무리 한국 정부가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기대하면서 삼성과 SK가 중국을 돕도록 하고 싶어도 이미 시작된 강력한 미국의 드라이브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국가안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국방연구원 양지원 등이 쓴 ‘반도체의 군사·안보적 중요성’이라는 논문은 지금 미국과 중국의 충돌 상황을 읽는데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미·중 두 나라 간 기술패권경쟁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반도체는 ‘산업의 쌀’에서 더 나아가 첨단 군사 장비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없다면 새로운 무기체계의 출현도 불가능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삼성이나 SK는 단순한 반도체 회사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방위산업체인 것이다.


미국은 그러한 반도체 기술을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중심으로 함께 새로운 역사들을 써 왔다. 이런 관점에서 한-일간의 분쟁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은 사실상의 군사동맹체이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게 아낌없이 반도체 기술을 넘겨준 것이고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가)라는 제도를 통해 한국이 고순도 불화수소를 비롯해 주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들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것이다.


그런데 한국정부의 반일 프레임이 이러한 3각 동맹체제를 무너뜨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 산업의 주축이고, 해당 소재들에 대한 대일의존도가 최고 94% 이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국익을 위해서라도 한일관계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간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물론 한국은 한국대로 이 기회를 통해 반도체 소재의 자체 기술화를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보다 소재 기술이 훨씬 앞서 있는 일본이 앞으로의 반도체 관련 기술을 한국에 개방할지는 의문이다. 인체로 비유하자면 중요한 동맥이 점점 막혀가는 형국인 것이다.


이제 일본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 IT 산업의 주도권을 한국에 빼앗겼지만, 앞으로 다가올 차세대 반도체 산업,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마저 한국에 순순히 넘겨줄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나아가야만 한다. 그만큼 진전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산업이 미래의 국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다면 한일관계 악화는 정말 아쉽다고 할 수 있다. 그 잘못된 판단을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되풀이하면 안된다.


[반도체와 첨단무기, 그 환상의 조합]


앞서 언급했던 논문은 현재의 첨단무기들에 반도체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우선 그 실례로 지난 1991년 미국 CNN을 통해 생중계된 걸프전에서 사용되었던 미군의 첨단무기들은 일본 하이테크, 특히 반도체 수준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라크의 알 후세인(Al Hussein)과 스커드(Scud)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며 걸프전의 스타로 등극했던 패트리어트(Patriot) 미사일에는 일본만이 공급할 수 있는 핵심 부품인 갈륨비소 반도체가 사용되었다.


또 전쟁의 신호탄으로 사용된 토마호크(Tomahawk) 순항미사일은 목표물을 스스로 찾아 비행하므로 기억장치가 중요한데, 그 기억장치에 사용되는 메모리칩은 전부 일본 제품으로 채워졌다.


이렇듯 반도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무기체계는 더 첨단화, 고도화되고 있다. 이 논문은 현재 개발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예시하고 있다.


첫째가 모듈별로 반도체가 탑재된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 배열(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AESA) 레이더이다.


AESA 레이더는 스텔스 능력 등이 뛰어나 F-35A 전투기에도 탑재되어 있는데, 우리가 이 전투기를 도입할 때 기술 이전을 받으려 했으나 미국이 승인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예를 든 것이 전장 반도체를 탑재한 자율주행 군용차이다. 앞선 차량을 인식해 자동으로 따라가는 트래킹 기술을 도입하여 선두 차량의 운전병 2명으로 트럭 89대를 운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성능을 갖추고, 태블릿 PC로 원격 조종할 수 있는 등 최신 IT 기술을 탑재해 보급이나 의료후송 등 다양한 작전에 쓰일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해 무인 탱크, 무인 잠수정과 항공기 개발에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세 번째는 전력 반도체19를 탑재한 최첨단 드론(무인 항공기)이다. 데이터 지연이 극히 적은 것이 특징인 5G 기술을 드론에 접목하면 데이터 송신에 시차가 거의 없이 초고화질 영상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반도체의 역량은 기술 역량을 넘어 이미 군사·안보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 화웨이를 반도체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의 미래까지 목을 움켜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당연히 중국은 사활을 건 반도체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중국은 한국을 향해 온갖 구애를 다하면서 우리의 반도체 시장을 넘볼 것이다.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한 외교는 시작된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우리가 어느 편에 서야 할 것인가?

미국 쪽인가, 아니면 중국 편인가?


중간에 어정쩡한 ‘위험한 줄타기’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질문에 대해 1초라도 머뭇거린다면 그 사람은 그만큼 아직도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낙오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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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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