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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19 09: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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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 [사진=뉴시스]


1962년 출범한 중앙정보부의 후신인 국가정보원의 존재는 뭐니뭐니 해도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담보하는 현대판 ‘자명고(自鳴鼓)’라 할 수 있다. 지난 3일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이 그 국가정보원장 후보로 박지원(朴智元) 전 국회의원을 지명했다. 미래통합당의 등원 거부 종결로 지난 16일 정식으로 개원한 21대 국회의 정보위원회가 박지원 후보에 대한 청문회를 오는 27일 개최한다는 일정을 잠정적으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미래통합당은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에 대한 소위 “송곳 청문”을 “예고”하고 있다. 그 동안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그가 지명한 대상 공직자의 대부분이 국회 소관위원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없이 임명된 것이 사실인 이상 이번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의 정보위원회 청문회도 형식적인 ‘요식행위(要式行爲)’에 불과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미래통합당이 “예고”하는 “송곳 청문”은 이번에도 공연한 ‘빈 항아리’가 내는 ‘소음(騷音)’에 불과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의 경우에는 전례 없는 충격적인 측면이 등장하고 있다. 보도한 매체가 기사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기사만을 가지고 어느 누구도 이 주장의 진위(眞僞)를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북한 뉴스 전문 매체”를 표방하는 '프리덤 앤드 라이프'라는 이름의 인터넷 매체가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박지원 전 의원을 국정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북한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박지원 씨의 ‘친북(親北)’ 행보(行步)는 이미 천하공지(天下共知)의 사실이고 이번 정보위원회 청문 과정에서 재탕(再湯)•삼탕(三湯)될 것이 불문가지(不問可知)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중언부언(重言復言)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주장의 진위를 도대체 어떻게 가려야 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문 대통령에 의한 박 전 의원의 국정원장 후보 내정이 북한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문제의 매체 보도는 진실 규명의 차원을 초월하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박지원 씨의 원장 취임으로 국정원이 자동적으로 “찢어진 자명고”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은 유교적 통치 철학이 국가 경영의 기반이 되었던 근세(近世)의 왕조 정치에서라면 이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피혐(避嫌)’의 관행이 용수철처럼 튕겨져 나와야 할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피혐’이라는 관행은 “‘사헌부(司憲府)’ 등 사직 기관뿐 아니라 ‘대간(臺諫)’ 등 간관(諫官)들이 논핵(論劾)하는 사건에 연루(連累)되는 벼슬아치”가 “혐의가 풀리 때까지 벼슬에 오르는 것을 스스로 회피”하는 것이었다. ‘피혐’이 통념화(通念化)되었던 시대에는 해당 공직자가 임금이 거듭되는 사의(辭意) 반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피혐’을 고수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료(史料)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 같은 ‘피혐’의 문화가 일본에서는 최근에도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2019년 10월 아베(安倍晋三) 자민당 내각의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법무상이 부인이 선거부정에 연루된 의혹을 기사화하여 보도한 주간지(週刊誌) '슈칸분슌(週刊文春)'이 발매되자 바로 그 다음 날 법무상 직을 사직한 것이다.


이제 국회 청문회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필자가 박지원 씨에게 바로 이 ‘피혐’의 전통을 이어받을 것을 권고하는 것이 과도한 지적(知的) 사치(奢侈)가 되는 것인지를 박지원 씨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특히 북한의 핵 문제를 둘러싸고 최고국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역할에 대한 국가적, 국민적 기대가 전에 없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데, 그가 취임함으로써 단지 대한민국 국민들뿐 아니라 협력의 대상인 우방국 정보기관들 사이에서 우리 국정원을 “찢어진 자명고”라는 불안감과 불신감이 불식되지 않을 때 그렇게 되는 것이 국가안보에 얼마나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인지를 자문자답(自問自答)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당사자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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