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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이재명이 ‘나는 무죄’라고 큰소리치는 세상 - 이재명 판결의 요지: ‘TV 토론에서 거짓말해도 된다’! - 이재명,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 큰 소리 - 대법원이 정치를 하고 있다
  • 기사등록 2020-07-17 09:40:05
  • 수정 2020-07-17 14: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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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힌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이재명 판결의 요지: ‘TV 토론에서 거짓말해도 된다’]


그럴 줄 알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을 대법원 전원 합의체로 판결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이번 판결이 저렇게 굽어질 것이라 내다 봤었다. 전원합의체로 가면 어쩔 수 없이 이미 사법부를 장악한 문재인 정권 편에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2018년 지방선거 때 TV 토론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답변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되느냐가 쟁점이었다.


일단 이에 대한 진실은 이미 밝혀졌다.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1-2심은 물론이고 이재명 지사도 인정했다.


이재명 지사는 토론회에서 자신이 친형의 강제 입원에 대해 "그런 일 없다" "제가 (입원을) 최종적으로 못 하게 했다"면서도 자신이 지시했다는 사실은 끝내 숨겼다. 이는 사실상 친형의 입원에 자신이 관여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이재명 지사가 분명히 거짓말을 했는데도 대법원은 "해당 발언은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TV토론같이 시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제대로 설명을 할 수 없었다고 아주 친절하게 이재명 지사의 편을 든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이재명 지사의 거짓말을 ‘적극적 부인’이 아닌 ‘소극적 회피’로 봤다. 참 대단한 해석이다.


이러한 판단이 왜 문제인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둔 5월의 KBS 방송토론회에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있죠?”라고 묻는 질문에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그거는 어머니 등이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6월 MBC 토론회에서는 5월의 KBS 토론회에서 나왔던 발언을 이재명 지사가 의식해 스스로 먼저 말을 꺼냈다. “김영환 후보가 제가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는 미리 준비해 온 말을 한 것이다.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그런 발언을 했는데 이러한 주장이 적극적인 발언인지, 소극적 발언인지 필부(匹夫)라도 금방 분간이 간다. 그런데도 이재명 지사가 자신의 ‘문제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선공을 한 것인데 이를 ‘소극적 발언’이라 대법원이 봤다는 것은 이번 판결이 얼마나 휘어진 잣대를 들이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바로 이 점에 대해 대법원의 소수 의견도 이 지사의 MBC 토론회 발언에 주목해 “그것은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토론회 발언에 대해 이 지사가 먼저 발언한 것으로, 토론회의 즉흥성을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면서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 전체적으로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도록 발언했다.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사실상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운동 무기인 TV토론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 정말 중요한 TV토론에서 상대 질문에 대답을 안 하거나 슬쩍 거짓말 하면서 뻑뻑 우겨도 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법원이 거짓말에 법적 면죄부를 줬다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말을 유독 강조했다. 대법원은 "선거에서 표현의 자유를 더 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TV토론회에서 거짓말하는 것도 또 다른 표현의 자유라 본 것이다. 그동안 대법원이 TV 토론회에서의 허위 사실 공표를 엄격하게 처벌해 온 것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유독 이재명 앞에서만 이렇게 판결이 휜 것이다.


[이재명,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대법원이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 정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셨다"고 했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경위야 어떠했건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재명 지사가 거짓말을 한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소극적 거짓말’인가, ‘적극적 거짓말’인가 하는 대목에 집중해 결국 ‘소극적’이라는 데 방점을 두면서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그러니까 거짓말이라는 데 대해서는 대법원도 확인한 것이다.


또한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친형인 이재선 씨에 대해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되 다만 직권남용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니까 이재명 지사가 인륜을 파괴한 행동을 했다는 것 역시 법원도 이미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뻔뻔하게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면서 ‘정의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 했다. 누가 들으면 자신이 친형을 강제 입원시킨 사실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라고 판결해 준 것처럼 들린다.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발언이다.


이재명 지사는 또한 “오물을 뒤집어 쓴 상태이기 때문에 털어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뒤집어쓴 이 상태에서 제게 주어진 역할 충실히 하려고 한다”라고도 했다.


마치 자신이 거짓에 의한 피해자라는 듯 발언한 것이다. 이러한 이지사의 유체이탈 화법에 대해 우리는 할 말을 잊는다.


더더욱 우리를 참담하게 만드는 것은 이재명 지사가 대법원 파기 환송 소회를 담은 페이스북 글에 “공정한 세상, 함께 사는 ‘대동세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재명 지사가 감히 ‘공정한 세상’이라는 말을 할 수 있다니.... 유구무언이다. 이렇게 지금의 세상은 ‘공정’이라는 말이 이렇게도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재명 지사가 보여 주었다.


이렇게 뻔뻔해도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인구 1000만의 경기도지사도 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재명 판결에 분노하는 여론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이러한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은 SNS를 온통 들끓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대법원 무용론’을 주장하는 글들이 많았다.


미래통합당은 “사법부는 법리적으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죄라 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진태 미래통합당 전 국회의원은 “법도 양심도 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소극적인 거짓말도, 단순한 거짓말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국어사전의 뜻도, 상식도 싹 다 무시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대법원 판례도 바꿨다”고 질타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이날 "사법부가 베네수엘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어 "앞으로 김경수 판결, 조국 판결 때도 기상천외한 괴이한 논리가 또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이제 베네수엘라 사법부로 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사법부만은 군사독재 때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는데 앞으로 거짓말도 소극적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말이 널리 유행할 것이다. 참 한심한 나라. 정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뻔뻔한 나라로 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 [사진=김부선 페이스북]


이재명 경기지사의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 당사자인 배우 김부선 씨도 이날 이 지사에 대한 판결 직후 자신의 SNS에 "무죄?"라고 쓴 뒤 바로 아래에 "FUCK you"라고 영어 욕설을 적었다.. 판결에 대한 불만을 심하게 나타낸 것이다.


김부선 씨는 지난 11일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에 대한 이 지사의 심정을 담은 기사를 페이스북에 링크한 뒤 "이재명은 그 입 닥치라!"라면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법원이 정치를 하고 있다]


미국이 저 다양한 용광로 속에서도 세계 일류대국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사법부가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美 대법원장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극심한 정쟁(政爭) 속에서 사법부의 철학은 정치와 달라야 한다“며 ”재판관은 신념보다 선례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미 대법원은 지난 1년간 트럼프와 공화당 보수파의 뜻에 반하는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 사회에서 존중을 받는다. 이는 로버츠 대법원장이 '보수' 이전에 사법부 독립성을 중시하는 제도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어느 정권이 대법관으로 지명을 했건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는 없다”는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확고한 사법 신념이 지금의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떠한가? 며칠 전 은수미 성남시장에 대한 당선무효형도 대법원의 구부러진 잣대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유독 여권 사람들에 대한 판결에서만 눈에 띄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은수미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은 분명히 맞지만 검찰의 항소장 부실 기재를 이유로 당선무효형을 취소시킨 것은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어디 은수미 뿐인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건도 그랬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은 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재판을 받다가 '받은 것도 있지만 준 것도 있다'는 희한한 법리로 집행유예로 석방했다. 참으로 대단한 논리다.


조국과 부인 정경심 재판은 또 어떠한가?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다는 돈을 준 사람은 구속됐는데 정작 돈을 받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동생은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조국은 아예 법정에서 판사를 향해 대 놓고 호통치기도 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간다. 일반 국민이 그러해도 법원이 침묵했을까?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다반사로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드루킹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판결도 또 어떤 기가 막힌 반전 드라마를 법원이 써 내려갈지 모른다. 도대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궤변들이 유독 집권세력 사람들에게서 나오니 아마도 6법전서 해설서도 이젠 완전히 새로 써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도 과거 정권 당시 사법부를 향해 ’사법농단‘이니, ’법치파괴‘를 소리 높여 외쳤던 이들이 앞장서서 법원을 희화화하고 아예 손아귀에 놓고 주물럭거린다. 그러다보니 법원이 '법치의 최후 보루'가 아니라 '정권의 최후 보루'로 변질되고 있다.


이미 나온 판결들만 봐도 사법부는 이미 '코드 사법'이 됐다. 앞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사건이 넘어가면 이번 이재명 판결과 같이 항상 7:5 또는 8:5가 되풀이 될 것이다.


이미 구성이 그렇게 되어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권순일, 김재형, 박정화, 민유숙, 노정희, 김상환, 김선수 대법관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명수-박정화-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은 진보적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고 김선수 대법관은 민변 회장 출신이다. 그러니 결론이 뻔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데 대법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판결을 하는데 말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느 신문은 '곡판아문(曲判阿文)'이란 신조어가 생겼다고 비꼬았다. ’곡학아세(曲學阿世; 학문을 굽혀 세상에 아첨한다는 뜻으로 자신의 뜻을 굽혀가면서까지 세상에 아부하여 출세하려는 태도나 행동)을 비튼 신조어다.


'곡판아문(曲判阿文)'? 판사들이 판결을 굽혀 대통령에게 아부한다는 뜻이다. 법을 출세 수단이나 정치 도구로 여기는 사람들이 법복을 입고 판사 흉내를 내는 법관의 정치화가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를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들이 툭하면 법을 비틀고 법으로 장난을 친다.


그러다보니 대법원이 감시견이 아닌 대통령의 애완견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비판도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의해 이미 검찰도 ‘애완견’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는데 이젠 사법부마저 그렇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하버드대 교수가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사법부가 감시견에서 애완견으로 전락할 때 독재로 향한 문은 활짝 열린다’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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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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