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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07 17:18:38
  • 수정 2020-07-07 17: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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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이웅희(한양대) 교수가 정교모 주최로 7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국공 사태 불공정 뒤의 진실" 세미나에서 발제한 내용입니다.


▲ [사진=Why Times]


최근 인천공항 사태에서 가장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것은 보안검색요원 1,902명의 정규직 전환 문제이다. 이는 취준생들에게 채용의 절차공정성 및 각종 연봉 논란을 일으켰고, 공항내 기존 1,500여명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절차공정성 문제와 함께 2,143명의 신규유입 세력의 도전을 맞게 되는 위협을 느끼게 했다. 인천국제공항 사태의 고용문제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우선 현재 두드러진 갈등의 유형들만을 보면 첫째,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과 취준생들과의 갈등, 둘째, 인천공항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노-노갈등, 셋째, 비정규직자들 중에서도 2017년 5월 12일 대통령이 인천공항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시점 이전에 채용된 비정규직과 그 전에 채용된 비정규직 인력 간의 갈등 및 비정규직 보안검색인력 내 4개의 노조간의 갈등이다. 여기서는 이런 갈등들을 각 건별로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즉 경제적 순리에 어긋나는 제도와 정책적 결정 위주로 짚어보도록 하겠다.


첫째, 정규직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해고를 어렵게 만드는 제도들이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불확실성이 점차 증대하는 경영환경에서 기업들은 당연히 유연성 확보를 위해 해고가 어려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되고, 이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이유가 된다.


만약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추구한다면 당연히 고용유연화라는 근본적인 과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인력회사 ‘사람인’에서 기업 352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47.9%로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이런 사정은 공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본다. 올해에 코로나라는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천공항공사는 여행자 97%가 줄어 17년만에 적자를 낼 예정이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는 것은 이런 외부 시장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보인다. 또한 코로나 같은 질병 외에도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변화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인천공항공사도 이런 추세를 인지하여, 2019년에 30억을 투입하여 보안검색에서 활용하기 위해 인공지능 엑스레이 판독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공사는 2020년 하반기에 이 시스템을 운영한 뒤, 이를 기초로 하여 세계 최초로 터널형 보안검색 시스템을 인천공항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신 기술혁신은 보안검색요원의 수요를 감소시킨다.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화는 인천공항공사의 기술혁신 비전과도 상충하는 듯 보인다.


결국 이런 조치들은 시장을 도외시한 정책과 정치논리라고 생각된다. 정규직이 늘어나려면 시장에서 그에 걸맞은 일거리가 안정적으로 증가가 되어야 한다 (일거리 증가-일자리 증가). 그러나 현재 정부는 이런 시장환경의 고려없이 정규직 증가를 외치고 있는데, 정규직이 많아지면 그에 걸맞은 일거리가 따라온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일자리 증가-일거리 증가). 원인과 결과가 거꾸로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원인-결과의 오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소득주도성장에서도 본 적이 있다. 소득이 늘어나야 경제성장이 일어난다는 논리이다. 이렇게 인과관계가 거꾸로 된 생각들이 정책에 만연하다.


둘째, 이번 사태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이 너무 성급하고, 현장 경영자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도 9·11 테러 이후 보안검색요원들을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보안청(TSA) 소속으로 바꾼 적이 있다. 특정 기능이 공항의 핵심기능이라고 판단되면 용역업체 썼던 것을 직접 고용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일부 민간 경영자들 중에는 비정규직 인력의 유지가 오히려 비용과 문제점이 많아 정규직 전환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의 경우, 용역회사에 마진 주는 비용에다가 이들을 교육하는 비용, 그리고 2년마다 교체하는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노동법에 회사의 관리 감독을 받으면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어서 관리가 어려운 점도 있다. 물론 비정규직이 유연성의 이점은 있지만, 유연성 확보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런 비용이 너무 커지면 경영자는 숙련도를 축적할 수 있는 정규직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경영상의 판단을 공항 경영진이 아닌 정부가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노사전협의회에서 합의된 것을 깨고 정부 입김에 의해 결정을 바꾸는 것은 효율성을 떠나 공정하지 않다.


셋째는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규정 중에 비정규직 근로 연한을 2년으로 못 박고,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한다는 제한이 있다. 이런 규정으로 인해 기업은 능력이 있는 직원임에도 그 직원을 내보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이 규제로 인해 오히려 비정규직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선의의 의도를 가진 정책이 그렇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론을 가장 잘 증명해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상 세가지 제도적 한계는 한 조직의 경영자가 시장환경에 따른 자율적 판단에 의거해 인력관리 하는 것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들로 본다. 경영자의 분권화된 판단을 무시하고, 정부Top에서 시장의 실제 사정을 무시하고 특정 섹터를 위한다고 하는 도덕적 정의감만에 사로잡혀 일을 진행한 결과이다. 그러나 과거 남유럽 경제위기 사태를 보면 이런 이념과 경제운영이 경제위기를 촉발하고, 그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은 민영화를 추진하며 공항매각을 통해 위기를 벗어났다. 현재 인국공 사태가 장기적으로 인천공항 매각을 통한 민영화로 이어질까 오히려 걱정이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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