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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남과 북의 ‘최고존엄’ - 자유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비판이 금기시되는 현실 - 김종인, "문 대통령의 발언, 참모들이 써준 걸 얘기하는 것" - 진중권, "김정은 닮아가는 문재인"
  • 기사등록 2020-06-12 17:45:35
  • 수정 2020-06-14 15: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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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뉴시스]


[북한의 ‘최고존엄’ 수호 난리]


북한에서의 ‘최고존엄’은 북한식 표현대로 한다면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존”이고 “우리 인민의 생명이고 넋이며 삶의 전부”다.


이번 대북전단과 관련한 북한의 반발 핵심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최고존엄까지 모독했다’는 점이다.


‘최고존엄‘에 대한 북한의 성명 내용들을 보면 이렇다.


“우리의 최고존엄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생명이고 존엄이며 영예이다. 그런데 인간오물들이 무엄하게도 우리의 최고존엄을 걸고들며 공화국의 위상을 훼손해보려고 날뛰였으니 이를 어찌 용납할수 있겠는가. 절대로 용서할수 없다.”(우리민족끼리, 6월 6일)


“우리가 제일 신성시하는 최고존엄을 모독하며 무엄하게 놀아댄데 대해 치솟는 격분을 금치 못하면서...” (조선중앙통신, 6월 6일)


“우리의 정신적 기둥인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것은 전체 조선인민을 모독하고 롱락하는 특대범죄행위이다” (노동신문, 6월 7일)


이렇게 감히 최고존엄을 건드렸으니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최고존엄 수호는 이렇게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이다.


[남한의 ‘최고존엄’ 수호 난리]


그런데 이렇게 북한의 최고존엄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자유의 나라라고 말하는 대한민국에서도 최고존엄 문제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10일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는 거고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해준 이벤트 하는 의전 대통령이라는 느낌이 든다”면서 비판하자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이 일제히 반박에 나섰다.


최우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어디서 누구에게 확인해서 저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거짓”이라 했고, 윤영찬 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역시 “진 전 교수의 뇌피셜(근거 없는 생각)”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원고를 수정하고 있는 사진을 첨부하면서 반박했다.


▲ 윤영찬 의원의 페이스북 글


그러자 진 교수가 이날 밤 늦게 페이스북에 “내 말을 앵무새처럼 남의 글을 그대로 읽는다는 뜻으로 이해한 모양”이라며 “‘내 식구 철학’과 ‘양념’ 발언 빼면 기억나는 게 없다. 원고 교정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연설에 자기 철학이 없다는 얘기”라고 글을 올렸다.


▲ 진중권 교수의 페이스북 글


전직 참모들이 일제히 반박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이) 친구는 참 잘 두셨는데, 참모는 좀 잘못 두신 듯”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영찬 의원이 11일 새벽 “진 전 교수의 관심 전략에 넘어가 죄송하다”고 하면서 마무리 되는 듯 했으나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몇 시간 뒤 페이스북에 자작시(詩)를 올리면서 재점화 됐다.


▲ 신동호 청와대 지서관의 페이스북 글


신동호 비서관은 기형도 시인의 ‘빈 집’을 변주해 ‘빈 꽃밭’이라는 시를 올렸다.


“꽃을 잃고, 나는 운다 / (…중략…) / 꽃을 피워야할 당신이 꽃을 꺾고 / 나는 운다, 헛된 공부여 잘 가거라 / 숭고를 향해 걷는 길에 당신은 / 결국 불안을 이기지 못 하고 주저앉았지만 / 꽃을 잃고, 우리는 울지 않는다”


‘빈 집’의 첫 구절인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를 ‘꽃을 잃고 나는 우네’로 시작하며 변주한 것인데, 이 부분은 대표적인 진보진영 인사였던 진 전 교수가 되려 문재인 정부를 연일 비판하며 화제가 되자, 이를 비유한 것으로 해석됐다.


▲ 진중권 교수의 페이스북 글


그러자 진 전 교수가 곧바로 페이스북에 “우리 정치에도 아직 낭만이 살아 있다”며 “받았으니 저도 예의상 답시를 써 드려야겠다”고 했다. 진 전 교수가 올린 답시는 이렇다. 제목은 ‘빈 똥밭’, 부제는 ‘신동호(비서관)의 빈 꽃밭을 기리며’다.


“어느날 아이가 똥을 치우자 / 일군의 파리들이 아우성을 쳤다 /아이는 더 많은 똥을 치웠고 /급기야 그들 마음 속의 똥을 치워버리고 말았다/ (…중략…) / 출세 하나를 위해 기와집으로 기어들어 간 / 예술혼이여 맘껏 슬퍼해라”


진 전 교수는 대통령을 옹위하기 위한 인사들을 한마디로 ‘똥’과 ‘파리’로 비유해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신 비서관이 기형도 시인의 ‘빈 집’을 패러디한 것을 두고 “아이는 문득 기형도가 불쌍해졌다”고도 했다.


그 뒤 진중권 전 교수는 11일 “전직 청와대 참모 셋이 수령을 옹호하는 총폭탄이 되겠다는 결사보위 태세로 덤벼든다”면서 촌철살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을 찾아 읽는다고 한 부분은 통째로 가려버리고 (문 대통령이) ‘연설문을 수정했니 안 했니’로 슬쩍 논점을 옮겨버렸다. ‘우리 각하도 교정을 했으니 철학이 있다’고 맹구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이런 말도 했다. "전직 참모 셋에 현직까지 나서서 '터부'의 존재를 상기시키려는 것"이라며 "이 나라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엄이 있다는 경고인가"라고 말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내가 심하게 비판했어도 추석날 선물을 보내 줬다"며 "그게 정권의 격조이고, 대통령의 품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덧말을 붙이기도 했다. 이는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통일의 메아리’가 이날 “지금 보니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고 문 대통령을 비난한 것을 애둘러 표현한 것이다.


진중권 전 교수는 최근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서도 “운동권 목소리가 정작 현실에 존재하는 할머니들의 진짜 목소리를 가려 버렸다. 정작 이용수님이 던진 메시지는 슬쩍 뭉개 버리고 그냥 ‘회계실수’ 정도로 퉁치고 넘어가려 한다”며 “즉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 편 지키기’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철학의 빈곤’이란 이런 것을 가리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피해 가지 않고 저 메시지를 정면으로 받았을 것”이라며 “참모라는 사람들이 굳이 이런 것까지 일일이 설명해줘야 알아듣나. 아니, 이렇게 설명해주면 알아는 듣나”라고 덧붙였다.


진보성향 학자이자 언론개혁운동을 이끌어온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노무현과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레기’로 단정짓는 해괴한 흐름을 목도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유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비판이 금기시되는 현실]


소위 자유 대한민국이라 일컬어지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유튜브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올라가면 일단 노란딱지가 붙는다.


그뿐 아니라 친문 언론들을 중심으로 문빠들이 벌떼같이 달라붙어 몰매와 같은 린치를 가한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민주당내에서조차 대통령이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한다.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민주당이 현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인물들에 대해 어떠한 보복조치를 했는지 이미 다 확인됐다.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최고존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한 때는 같은 편이었던 진중권 교수가 문 대통령에 대해 한마디로 ‘철학이 없다’, ‘아는 게 없다’라고 막말에 가까운 타박을 했으니 우선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이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철학이나 현실인식, 웬만한 사람은 다 실체를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 문제가 진중권 교수가 처음 제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여러 매체들을 통해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이나 신념, 소신 등에 대해 많은 의문들을 제기해 왔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말들은 물론이고, 앞뒤도 안맞는 말들을 심심찮게 해댔다. 어디 그뿐인가? TV토론에서도 동문서답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해 11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국정 전반에 어디 하나 편한 곳이 없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문제 자체를 모르는 게 더 문제다. 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나라가 잘 돌아간다’고 한 건 자기 생각이 아니고 참모들이 써준 걸 얘기하는 것이다. 북한 말마따나 ‘아랫사람이 써주는 것만 줄줄 읽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본다. 나는 문 대통령이랑 같은 당에 있으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경험해본 사람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주문을 했다.


“임기 절반이 지났다. 특이한 제도나 정책은 삼가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에 맞는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더 할 말이 없다. 김종인 대표의 말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왜 진중권 교수가 문 대통령 더러 그런 말을 했는지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그런데 그런 대통령을 향해 몇 마디 했다고 저렇게 덤벼드는 것을 보면 분명히 세상이 확 바뀌기는 한 듯 보인다. 이것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일까?


▲ 진중권 교수의 페이스북 글


진중권 교수는 12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제는 ‘대통령에게 철학이 없다. 의전대통령처럼 느껴진다’, 이 정도의 비판도 허용이 안 됩니다. 그럼 ‘문재인 대통령이 권위주의 상징이 되었다’는 비판은 품격과 예의 기준에 부합하나요? 아니면 이마저도 폭력적이고 상스러운 표현인가요? 문득, 옛날에 김정은 위원장 플래카드가 비에 젖는다고 가던 버스 세워놓고 울고불고 항의하던 북한 응원단 생각이 납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는지.."


한마디만 더 하자. 진짜 실력있는 사람은 누가 비판을 해도 씩 웃어버리면서 무시한다.


그런데 정말로 실력이 없고 무식한 사람에게 “무능하다”라고 말하면 개거품을 물면서 달려든다.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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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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