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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23 11:47:00
  • 수정 2020-05-24 11: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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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2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지난 1월 8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정의연(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피해자 지원과 진상규명 등의 활동을 위해 만든 단체이며 그 전신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다. 정대협 및 정의연은 28년 동안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집회를 열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몇 분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 중 가장 영향력있게 활동해온 분으로 여성인권운동가로서 30년을 살아왔으며 2017년 개봉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인물이다. 그런 분이 2020년 5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30여 년 동안 위안부 관련 단체에 이용만 당했다며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성금이 정작 할머니들에게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매주 수요집회에 참석하여 귀한 시간과 성금을 아낌었이 내주었던 학생들에게 정의연은 밥 한끼 사먹이거나 올바른 교육을 하는 대신 증오와 상처만 가르쳤다며 분노하였고 더 이상 수요집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거의 한 세기 동안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어낸 이용수 할머니가 왜 지금 이런 발언을 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윤미향과 정의연이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을 실제로 도와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소외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이 그동안 주장해온 ‘피해자 중심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또한, 정의연의 윤미향 1인 체제가 현재의 문제들을 키웠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업에 자신의 젊음을 투자한 윤미향도 할 말이 있겠지만 리더로서 장기 독재를 하면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윤미향에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당사자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이용수 할머니는 아픈 역사의 피해자이자 여성이고 노인이다. 사회적 약자로서 치유와 돌봄을 받아야 할 당사자가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쓸쓸하게 지내면서 인생의 막바지에 저토록 단호하게 무언가를 외친다면 그 목소리에 우선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정한 ‘정의’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이념 논리를 떠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편견없이 들어주는 자세를 보일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정의연을 해체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이 있다. 과거에 매몰되어 분노와 원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소망이 있다.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일본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아니라,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일본 학생들과 교류함으로써 한일 양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돕고 싶은 것이다.


또한, 이용수 할머니는 전쟁에서 가장 취약한 피해자인 여성의 인권을 바로 세우고 과거와 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아픈 과거를 귀한 자원으로 내어놓음으로써 화해와 소통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마지막 목소리를 내신 이용수 할머니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여성 리더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윤미향과 정의연에 대한 비판에 휩쓸려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여전히 소외시킬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한민국의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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