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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감사원장의 반란 - “왜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못하느냐?” 분노 - 진실을 진실이라 말하지 못하는 사회, 이것도 나라냐? - 문재인정부의 막무가내 탈원전, 철저하게 감사해야 한다
  • 기사등록 2020-05-11 10:19:29
  • 수정 2020-05-11 12: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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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정책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최재형 감사원장을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4월 6일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사진=Why Times/한재욱]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 연기, 이유가 있었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지난 2월 말로 법정 기한을 넘겨 발표하지 못한 데는 정부기관의 의도적 비협조와 청와대 등 권력기관들의 압박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탈원전과 관련해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의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타당했는지, 그 과정에서 이사들의 배임은 없었는지 확인해달라고 한 국회의 감사요청이 지난해 9월 30일 있었다. 여기에 대해 감사원은 3개월 내에 결과를 보고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2개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는데 그 기한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최종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제대로 된 감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데는 크게 3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첫째는 피감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에서 월성 원전 1호 폐쇄 결정 과정과 관련된 핵심 자료를 감사원에 내놓지 않고 버텼기 때문이다.


감사를 담당한 공공기관감사국이 원전 폐쇄 결정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피감 기관 측에서 일부 자료에 대해 "없다"거나 "줄 수 없다"며 버텼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를 이렇게 응하지 않고 버티고 또 거부했다는 것은 최고권력기관의 사주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공무원 사회에서 감사원의 자료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감사원은 감사 착수 2개월이 지나서야 한수원 사무실 내 컴퓨터 자료를 확보했고, 또 이미 삭제하거나 감춰버린 데이터들을 복구하기 위해 포렌식 작업을 거치느라 자료 확보가 늦어졌으며 그러다보니 감사 진행 절차가 줄줄이 늦어진 것이다.


두 번째는 최고권력기관의 ’보이지 않는 손‘ 때문이었다.


감사원이 한수원과 산업부 직원들에 대해 감사에 착수하자 이들 관계자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핑계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회피했다고 한다. ’윗선의 지시‘를 핑계로 내 놓기도 했다는 의미다.


해당 공무원이 감사원의 요구를 거부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탈원전 감사‘에서는 버젓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최고권력기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세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미리 고개를 숙인 감사원의 유약함을 들 수 있다.


이렇게 감사원내에서 유례없는 권력 눈치보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재 감사원내의 인사체계에 있다.


현재 감사원 2인자인 김종호 사무총장이 현 정권 첫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이다. 김 총장은 원래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있다가 현 정권 출범 직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영전했다가 1년 3개월 만에 감사원 각종 감사와 인사 등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현재의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도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이다.


이러다보니 현 문재인 정권의 핵심 공약에 대해 감사하는 일에 대해 청와대와 직결된 권력 라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그들을 상사로 둔 감사원 직원들이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감사도 대충 실속없이 진행되게 된 것이다.


[감사원장의 분노, “왜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못하느냐?”]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던 최재형 감사원장이 결국 분노하면서 '왜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못하느냐'며 직원들을 질책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 원장은 최근 내부 간부회의에서 "외부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이라면서 "감사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야성(野性)을 가져야지, 원장인 제가 달려들고 여러분이 뒤에서 (저를) 붙잡고 있는 모습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동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맡아온 공공기관감사국장에 대한 문책 인사를 한 뒤 이루어진 회의에서 그랬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누구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문제 제기조차 금지되는 사안들이 있는데 감사원은 그런 성역이 없는 감사를 해야 한다"면서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도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 대해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권력의 눈치 때문에 입 다물고 아무도 말도 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감사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 분노한 셈이다.


최 원장은 지금 자신의 자리를 건 싸움을 시작했다. 월성1호기 관련 감사의 책임자를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 강골(强骨)' 성향의 유병호 심의실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의식하지 말고 원칙대로 감사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도대체 월성 1호기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시비(是非)를 따지는 핵심적인 사안이 바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문제이다. 월성 1호기는 당초 설계 수명이 2012년 11월까지였지만, 7000억원을 들여 전면 개·보수를 마친 후 2022년 11월까지 연장 운영될 예정이었다. 월성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지 30여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세계 최대 원전 대국인 미국은 최근 플로리다 터키 포인트 원전 3·4호기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피치 보텀 원전 2·3호기의 수명을 80년으로 연장한 것에 비추어보면 안전성이나 다른 폐쇄의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월성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시켰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직후의 일이었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렇게 조기 폐쇄를 강행하면서 한수원은 이사들에게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정책을 수립하고, 공문(公文)으로 이행을 요청했다"면서 이 결정이 정부의 지시임을 명백히 했고 그러다보니 회의에 참석한 이사들에게 경제성 분석 보고서도 보여주지도 않은 채 표결을 강행했다. 명백한 불법이고 위법적 이사회였던 것이다.


여기에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고의로 축소·조작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의 문제점들이 도마에 올랐다. 조기 폐쇄를 결정한 이사회 석달전인 2018년 3월 한수원 자체 분석 보고서에는 계속 가동이 즉시 정지했을 때보다 3707억원 이득이라고 평가돼 있었는데 두 달뒤인 5월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삼덕회계법인의 중간 보고서에선 계속 가동 이득이 1778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이마저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삼덕회계법인이 모여 회의한 뒤에는 계속 가동 이득이 224억원으로 더 줄어들도록 조작한 것이다.


더더욱 문제는 이렇게 경제성을 축소했음에도 적자가 아닌 이득이었음에도 한수원이 결국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회의를 열고 월성 1호기의 영구 정지를 의결했다.


[진실을 진실이라 말하지 못하는 사회]


얼마 전 4.15총선에서 비례로 당선된 청와대 출신 인사가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큰 소리쳤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월권이나 직권남용, 은폐같은 범죄들이 면책되는 것도 아니고 진실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위 ’민주정권‘임을 내세우는 정치권력이 시시비비(是是非非)도 가리지 못하도록 입을 막는다는 것은 스스로가 ’유신독재‘와 다를 바 없음을 공공연하게 보여주는 것 아닌가?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금 정권이 독재시대라고 칭하던 그때도 대통령 비서실과 국방부, 국가 정보기관까지 밀고 들어가 당당하게 감사를 했던 그 때와 같이 지금도 그렇게 명명백백하게 감사원 본연으로서의 책무를 감당해야한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감사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너무나도 지극히 당연한 소리가 신선하게 들리는 이유는 과연 뭘까? 상식과 법치가 통하지 않는 성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평생 법관으로 살아온 최재형 원장의 외침이 더욱 더 크게 들리는 것 아니겠는가?


탈원전이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감사원마저 이 탈원전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진짜 ’나라도 아니다‘.

그래서 ’이것도 나라냐?‘라고 물었던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이것도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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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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