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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트럼프가 ‘북한과의 전쟁’ 문제 언급한 이유 - 미국 심기 건드리는 도발 결코 해서는 안된다는 경고 - 미, 대화 제의와 동시에 대북제재 및 군사압박도 지속 - 미국과 김정은 마음을 전혀 읽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
  • 기사등록 2020-05-07 11:18:53
  • 수정 2020-05-28 14: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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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가 당선되지 않았으면 북한과 전쟁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사진=CNN]


[트럼프, “내가 당선되지 않았으면 북한과 전쟁했을 것”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또다시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북한에서 전쟁을 했을 것이며, 지금 전쟁 중이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과의 전쟁 관련 발언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해 왔었다. 지난달 18일에도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밝히며, 만약 자신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미국이 지금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2001년 9·11 이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결정을 강력히 비판하면서도 “그렇다고 필요할 때 싸우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라크전은) 이기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주는 의미]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 문제나 국제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 문제를 말할 때 상당히 역설적 표현들을 자주 했다. 이번 북한과의 전쟁 관련 발언도 김정은의 20일간 잠행이후 꺼냈다는 것도 상당한 의미를 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에 대해 “자신이 아니었다면 이미 전쟁을 치렀을 것”이라 말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역으로 북한이 그동안 해 왔던 공격적 행동들, 예를 들면 미사일 도발이나 핵개발 등의 문제가 북한에 대한 공격을 결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였지만 자신은 이를 참고 인내하면서 대화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만약 자신이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의 바이든 정권이 들어선다면 그때는 북한과의 ‘전쟁 불사’정책으로 갈 수가 있으니 자신의 재선 가도를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말은 곧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도발을 결코 해서는 안된다는 또 다른 경고인 것이다.


사실 민주당의 유력주자인 조 바이든 후보는 김정은에 대해 비판적이고 ‘톱-다운 협상’에도 소극적이다. 정상이 합의한 뒤 실무자들이 후속 협의 및 이행을 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민주당 바이든 후보는 “협상가들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실무협상에서부터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선호한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해 5월,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우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 같은 독재자와 폭군을 포용하는 국민인가”라고 발언하자, 북한은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망발이자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반발하는 등 악연도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 입장에서도 미 대선 이전에 한반도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소를 위해 좀 더 유연한 자세로 트럼프와의 협상에 나서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와 같이 재선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라면 대북관계를 ‘상황관리’ 수준에서 끌고 가면 되지만, 만약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재선이 불투명해지면 북한과의 외교적 성과를 재선의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뭔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잇따른 대 북한 대화제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직후 국무부도 5일(현지시간) 대변인을 통해 “미국은 북한이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을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그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무부가 이미 세 번이나 거론했던 미국 정부의 “유연한 대북 접근” 의지 역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면서 “북한은 기회의 창이 열려있는 지금 관여에 나서야 하며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도발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그러면서도 최근 한국에서 더욱 구체화하고 있는 남북 경제협력 요구에 대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며 대북제재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에 대한 제제와 압박 정책은 미국의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존 랫클리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도 5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무기를 정권 보호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북한은 제재 완화 등을 위해 일부 핵과 미사일을 양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제사회의 주요 양보를 얻기 위해 부분적 비핵화 협상을 추구할 수 있다고 평가해 왔었다.


랫클리프 지명자는 이어 “북한 정권의 계속된 핵무기 보유와 운반 시스템 추구는 여전히 깊이 우려된다"면서 이런 무기들이 미국과 역내 동맹국에 가하는 위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랫클리프 지명자는 ”북한과 같은 주요 타겟에 대한 미 정보 당국의 정보수집 활동이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할 정도로 충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대화 제의와 동시에 군사압박도 지속]


미국은 북한에 대한 대화 희망 의지를 보이면서도 동시에 군사적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또한 군사적 오판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B-52 전략폭격기의 괌 순환배치를 종료한 지 2주 만에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를 괌에 배치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미 공군은 지난 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다이스 기지 소속 B-1B 폭격기 4대와 200여 명의 운용병력을 괌 앤더슨 기지로 보냈다. B-1B 3대는 본토에서 괌으로 직행했고, 나머지 1대는 일본 동쪽 해상에서 미 해군과 훈련 후 합류했다. B-1B의 괌 배치는 2017년 말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이러한 대북군사압박 조치를 하면서 미 공군은 ”B-1B의 괌 배치가 역내 동맹국과 연합작전 및 훈련을 통해 보다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갖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폭격기 전력의 작전적 유연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 했다.


이와 동시에 미일합동군사훈련 역시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훈련 횟수나 규모도 엄청나게 늘었다.


지난 2월 4일 일본 자위대와 미국 폭격기 60대가 동원돼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을 실시했는데 일본 언론은 이 훈련의 목적이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월 9일에는 또 일본 자위대의 ‘일본판 해병대’인 수륙기동단이 미 해병대와 오키나와의 미군 훈련장(블루비치)에서 첫 연합훈련을 가졌는데, 특이하게도 이 훈련은 미군이 먼저 요청을 해 이루어졌다. 훈련 내용도 매우 실전적이었는데 원정군이 전진기지를 확보하는 개념의 새로운 작전(Expeditionary Advanced Base Operations·EABO)을 이번에 훈련했다.


4월 10일과 11일에도 미군의 강습함까지 동원해 일본 자위대와 합동 군사훈련을 했으며, 4월 30일에도 미 해병대가 해상에서의 상륙작전 훈련을 했다.


이러한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북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5일, 일본 항공자위대가 미군의 B-1폭격기와 함께 오키나와 상공에서 공동훈련을 한 사실과 지난 2월의 대규모 미일공동의 훈련을 되새기며 ”전범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논평에서 프랑스 국제관계 및 전략연구소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일본이 대양 및 북극에서의 작전체계까지 보유한 완전한 능력을 갖추었으며 이러한 공격능력강화는 일본방위의 형태변화를 시사한다“면서 ”작전능력을 높이기 위한 자위대의 활동은 헌법에 위반되는 행위이지만 비법적인 군사행동을 서슴없이 강행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만큼 북한이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김정은은 어떻게 대처할까?]


북한은 원래 미국이 ‘빅딜’이라는 입장을 포기하면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하자 지난해 말 이제 자신의 길을 가겠고, 조만간 새 전략무기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도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를 방해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아직 미국을 향한 도발을 준비는 하면서도 자제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미국 대선 판도에서 바이든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될 정도로 부상하자 북한으로서는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진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듯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만약 대선에서의 승리가 아슬아슬하다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빅카드가 필요하다. 북한 문제도 바로 이 카드의 부류에 속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 문제는 두 가지 중의 하나의 방향으로 갈 것이다.


첫번째 순위는 김정은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제재를 완화하는 소위 ‘미들 딜(Middle Deal)’ 형태로 갈 가능성이다. 만약 ‘스몰 딜(Small Deal)’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지만 미국의 체면도 당당하게 세우면서 북한이 과거 또는 미래의 핵무기 포기, 또는 핵무기 투발수단인 미사일에 대한 과감한 단안을 내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마다할 리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 국무부가 지금 이것을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카드는 군사옵션을 통한 강제적 비핵화인데 이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 예를 들면 북한이 ICBM같은 도발을 하면서 미국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할 경우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자멸할 수도 있는 그런 도발을 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방향은 뻔하다. 문제는 누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양쪽의 중재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점만 남는다. 만약 한·미간에 신뢰가 돈독하다면 한국정부가 그 역할을 맡으면 최상의 카드이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김정은을 전혀 읽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


지금 문재인 정부는 총선 압승 분위기 속에서 미국을 제치고 남북관계 타개를 시도하려 한다. 미북대화를 추동하려 하기보다 여지가 안보이는 남북관계를 먼저 손대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미국대로 한국을 버리게 될 것이고, 북한은 북한대로 남쪽을 외면할 것이다. 그러한 전략적 판단도 못하는 정부다.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이 만류하는 대북정책이 성사될 수도 없고 오히려 미북간 입장만 난처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국이 반대하는 남북교류를 북한은 거부할 것이다. 그러니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마음만 바쁘다. 북한이 왜 우리측 GP에 총격을 가했는지 그 의도를 분석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의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도록 적극 대변하고 옹호하려 한다. 그러면서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남북경협과 교류카드를 또다시 꺼내들면서 김칫국물을 마시고 있다.


그러나 소위 '속도감 있는 남북 교류·협력' 추진이 오히려 북한으로부터 냉대를 더욱 받게 만드는 길임을 문재인 정부만 모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여건이 좋아지길 마냥 기다릴 순 없다"며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남북 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날 통일부는 고성군 제진역에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의 일부인 '동해북부선 추진 결정 기념식'을 열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북접근이 문재인 정부 뜻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집단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그들뿐일 것이다. 심지어 김정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 굳건한 한미동맹이라는 기반없이 남북교류가 잘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국제정세는 우리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 발언을 했는지 그 의도도 모른다면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니 맨날 북한에게 굴욕을 당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직 북한만 쳐다보며 퍼주겠다고 말하는 저들의 사고가 정말 한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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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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