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논평]원칙도, 재원대책도 없는 재난지원금 뿌리기 - 자발적 기부식 재난지원금 지급의 4가지 문제점 - 원칙없는 선거 포퓰리즘이 낳은 희한한 정책 - '스스로 부자라 생각하면 돈 반납?' 국가가 시민단체인가?
  • 기사등록 2020-04-24 14:28:43
  • 수정 2020-04-25 10:20:40
기사수정


▲ 조정식(왼쪽)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윤관석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재원없는 재난지원금, '스스로 부자라 생각하면 돈 반납하라?']


'소득 하위 70% 지급'에서 '전 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튼 재난지원금이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시행하려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되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자는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방안을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의 지원금을 일단 줄 테니 돈 많은 사람은 알아서 반납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자발적 기부를 앞세우는 말도 안되는 정책을 내놓게 된 근본적 이유는 3조 3400억 여원의 추가 재원 조달 문제 때문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 가구에 지급하는 데는 9조6630억원이 들지만, 전 국민에게 지급하게 되면 13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결국 3조 34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데, 이 금액 대부분은 적자 국채를 찍어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재원은 없고,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다 보니 ‘부자 기부금’ 논란이 나온 것이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선거 포퓰리즘이 낳은 희한한 정책]


긴급재난지원금은 애시당초 기획재정부가 계획한대로 '소득 하위 50%' 가구에 지원하겠다고 했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렇게 했으면 ‘긴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미 지급까지 끝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기존의 모든 복지 서비스가 하위 50%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신청과 지급이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를 앞둔 정부와 여당이 70% 확대를 꺼내면서부터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장 70% 범주에 누가 포함될 것인가의 문제, 선정에 있어서 불합리성, 특히 70% 언저리 계층의 불만이 쏟아지니까 선거, 특히 수도권 선거에 불안을 느낀 정부여당이 ‘전 국민 확대’로 지급 대상을 늘려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정해 놓고 보니 당장 재원 마련 문제가 불거졌다. 그래서 ‘고소득층 기부금’ 아이디어를 꺼낸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고작 짜낸 방법이 바로 전 국민에게 주되 기부를 받자는 것인데 이런 것도 정책이라고 내놓는 저 한심함을 지금 국민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미래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나라를 협찬으로 운영하느냐”며 거부하게 된 것이다.


[자발적 기부식 재난지원금 지급의 문제점]


*문제점 1: 국민기부금을 국가 재정 보충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가?


그야말로 코미디 같은 ‘부자라 생각하면 스스로 반납’이라는 타이틀을 단 긴급재난지원금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것도 아닌 국가재정을 ‘자발적 국민기부금’ 형식으로 채워도 되는가 하는 점이다.


무슨 시민단체도 아니고 국가기관이 확실하지도 않은 막연한 부자들의 선심을 기대하면서 구멍 뚫린 국가재정을 채운다? 무슨 금모으기도 아니고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그야말로 ‘기부의 정치화’를 유도하는 전체주의에서나 가능한 발상이다.


얼마나 되돌아올지도 모르는 국민 기부금을 앵벌이 하듯 빈 곳간의 재정 보충을 하려는 이 발상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차라리 재난지원금을 다 줄테니 부자들은 받은 금액의 몇 배를 더 소비해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달라고 호소하는 편이 훨씬 나은 것 아닌가?


*문제점 2: 예상대로 기부금이 3조원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경우의 대안은?


문제는 범정부적 대국민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3조원 기부금이 채워지지 않으면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혹시 조폭같은 무서운 얼굴을 하면서 재난지원금 받아가는 사람들 감시라도 할 작정인가? 그래서 아예 재난지원금을 받아가지 못하게 압박이라도 하려 하는가? 국가 재정 집행을 이렇게 불확실하게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또 그렇게 했음에도 예상했던 3조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의 대안은 무엇인가?


대안 하나는 있다. 물론 아주 뻔한 대안이다. 적자 국채를 3조원 이상 찍어 부족분을 메우는 방법이 그것이다.


*문제점 3: 또 공무원 눈치보기 우려


국민적 캠페인의 대상 제1순위에 또 공무원을 앞세우고 이들부터 강제징수 하듯 눈치보게 할 것인가? 이미 정부·여당은 기부 방식을 지원금 수령을 거절하는 형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권이나 지역 화폐로 지원금을 받은 다음 기부하려면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제일먼저 눈치 볼 집단군이 바로 공무원이다. 왜냐하면 지원금 거부를 하게 되면 법정 기부금으로 인정해 연말정산에서 15% 세액공제 해 준다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공무원들이 재난지원금 수령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금방 드러날 수가 있다.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는 무언의 압박이나 다름없다.


*문제점 4: 계층 갈등 부르는 기부금


가장 우려되는 것 중의 하나는 재난지원금 거부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게 되면 곧바로 ‘부자들의 이기심’, ‘부자들의 탐욕’이라면서 터져 나올 비난들이다.


이미 소득 하위 70%선을 정했을 때도 “왜 나는 안주느냐?”고 항의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재난지원금 지급거부를 스스로 신청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우리 사회에서 ‘부자 비판론’이 일면서 편가르기를 하게 될 것이다. 또다시 계층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의미다.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도 “(기부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은 부도덕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정치적 술수”라면서 정부·여당이 고소득자들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리안해도 부정선거 시비로 나라가 온통 혼란한 가운데 국민 화합을 이끌어야 할 여당이 오히려 ‘부자 혐오’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급 책임을 소수 야당에게 미루는 거대여당 민주당의 꼼수]


문제는 이렇게 문제가 많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민주당이 ‘모든 게 미래통합당 손에 달렸다’며 ‘손 털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선거 전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밝혔던 전국민 대상 50만원 지급 약속을 지키라”며 재난지원금 추진에 있어 야당도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대해 통합당의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지금 쓸 수 없는 예산이 많을 테니 100조원의 항목을 조정해 전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것이지 지금 이렇게 봉이 김선달식으로 국채를 발행해 돈을 나눠주자고 한 적 없다”며 “말을 바꾼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집권 여당은 민주당이다. 또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개헌 빼고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초 거대정당이 되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야당 핑계대지 말고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옛날 자신들이 야당시절에 했던 떠넘기기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특히 김재원 정책위 의장 말대로 “국민을 그렇게 가르고, 기부하라고 나라에서 요구했는데 안 하면 나쁜 사람 취급하는 건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는 재난지원금 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 아무리 선거전에 약속했더라도 그야말로 빈곤층에 대한 핀셋 지원의 개념에서 하위 50%로 전환하든지 아니면 2020년 예산에 대한 전면 재조정을 거쳐 추가 국채발행 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국가가 무슨 시민단체도 아니고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한다는 재난지원금 정책은 당장 철회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만 더. 선거 전에는 경기 부양 목적이라 국민 100%에게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하더니 이젠 마음을 바꿔 "고소득층은 스스로 반납하라"고 한다.


정부에게 묻고 싶다. 자신이 기부금 지급을 거절해야 할 부자인지 아닌지 판단은 누가 하나? 그것도 정부가 정해 줄건가?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597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