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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16 09:27:28
  • 수정 2020-04-17 12: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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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선거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상황실을 나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1. 기울어진 운동장의 싸움


문재인 정부의 더민주와 경쟁해야 할 미래통합당의 입지는 처음부터 어려웠다. 더민주 정권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장악에 이어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를 자기 팀으로 채우고 전교조와 민노총과 완전히 한통속을 이루면서 공중파 방송과 언론노조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막강한 세력이었다. 


여기에 정부 예산을 복지증진이라는 명분으로 집권 유지를 위한 선심 비용으로 얼마든지 활용해 왔기 때문에 선거 판세는 처음부터 야당인 미래통합당에게 엄청나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또 여기에 더하여 문재인 정부는 야당에서 주사파라고 비판하는 잘 훈련된 투쟁조직이 선거의 조직과 선전을 주도하기 때문에 대중조작(大衆操作)과 상황변화대응능력에서 한국사회의 어느 대중조직보다도 막강했다.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내치외교에서 3년간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책적 부실이 약점으로 노출되었다. 정책을 주도할 인물들의 경륜이 너무 짧고 모자랐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왔던 토대들을 하나씩 붕괴시키면서 대중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복지예산의 과다확대, 최저임금인상, 노동시간의 주 52시간 제한 등은 하나같이 실패한 정책이었다. 


대북화해정책도 겉만 화려했을 뿐 지극히 무익, 부실하였고 친 중국 정책도 한국의 오늘을 있게 한 국제정치의 현실에 맞지 않았다. 오히려 안보 우려를 심화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나 약점이 감표 요인이 되지 않았다. 모든 정책적 실패를 기득권세력들의 자기 보전을 위한 모함으로 역공하면서 시골 노인들과 서민들에게 현금을 마구 살포, 정부의 선심 공세를 ‘자기 친자식보다 나은 정권’으로 착각시키는 조직, 선전, 선동에 성공했다. 


2. 야권 통합만이 능사였던가.


황교안 씨를 대표로 하는 미래통합당은 야당이 통합에만 성공하면 승리한다는 역대선거의 경험에만 과도히 의존하면서 아무 원칙 없이 야당 간의 통합에만 몰두, 어렵사리 미래통합당을 만들어냈다. 또 ‘국민의 당’도 야권통합이라는 대의명분에 보조를 맞춰 지역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4.15 총선은 형식적인 야당 통합만으로 승리하기에는 상대방이 너무 강하다는 것을 과소평가했다. 상대방의 강점을 제대로 의식하고 거기에 합당한 전략과 전술을 세우지 못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무태(百戰無殆)의 전략을 망각했다. 조직과 선전전에서 완패하는 최초의 야당이 되었다. 


3. 비폭력 대중투쟁 외면


사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던 기존 여당은 완전히 폐족(廢族)이 되어 재기불능상태였다. 새누리당의 명칭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황교안을 대표로 영입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당시 야권은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싸워볼 엄두도 못 낼 만큼 지리멸렬했다. 


그나마 야권이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선거투쟁으로라도 한번 겨뤄보겠다는 엄두를 갖게 한 것은 지난 3년간 광화문과 시청 앞, 서울역 앞, 청와대 앞을 무대로 대중시위가 부단히 이어지면서 호응도가 높아져 왔고 또 조국(曺國) 사태가 터지면서 작년 10월 3일과 10월 9일 서울 한복판을 백만 인파로 가득 채운 대중시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위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정권에 대한 비판 발언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고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갔다. 이러한 가두투쟁(街頭鬪爭)의 열기 속에서 야권통합운동이 일어났고 몇몇 시민단체 대표들의 주선으로 선거 1개월을 남겨놓고 미래통합당이라는 명칭으로 형식적이나마 야권통합을 이뤄냈다. 


따라서 4.15 총선거에서 통합당은 야당 간의 통합에 못지않게 서울 한복판에서 비폭력대중투쟁을 주도해온 세력들과 긴밀히 연대하면서 투쟁의 전역을 넓혀 가야 했었다. 여당인 더민주의 강점을 제압하는데 가장 현명한 투쟁방식은 선거운동과 함께 비폭력 대중시위방식을 병행, 더민주의 약점을 낱낱이 들추어내어 공감하는 대중들을 통합당 지지역량으로 규합해 나가는 것이어야 했다.


4. 공천파동과 실패


통합당은 형식적으로나마 야권통합이 이루어지면서 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미몽에 사로잡혀 야당이 존재해서 투쟁할 여지를 만들어준 비폭력대중투쟁세력을 외면하고 무시하고 배제했다. 광화문 시위를 사실상 주도해온 전광훈 목사가 구속되었지만 황교안 대표는 그를 면회, 위로하지 않았고 그를 석방하라고 성명 한 장 발표하지 않았으며 목사 석방을 요구하는 사랑제일교회신도들의 집회를 경찰이 탄압해도 이를 외면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19 사태로 가두시위는 저절로 불가능해 졌지만 그들이 가투(街鬪)를 통해 비축해놓은 투쟁역량과 지지만은 통합당이 반드시 흡수해야 했다. 


그러나 통합당의 실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무원칙한 공천이 부작용을 일으켰다. 자기 당의 대통령을 탄핵시켜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인물들이나 친박이라면서 박근혜 팔이를 일삼는 열등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무리없이 배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선가능성 평가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배제정책에서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인물공천에서는 더민주를 상대로 제대로 투쟁해낼 능력과 경륜을 지닌 인물을 추천하는데 실패했다. 또 당내에서 공천 불만이 일자 공천관리위원장직을 내팽개치고 나간 행태 역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종인 총괄선대본부장을 당공천이 끝난 후 늦게 영입, 선거운동만 맡긴 것도 졸책이었다. 공천과정부터 비대위를 맡겨 선거를 총괄하게 해야했다. 통합당공천은 결국 기득권 세력 간의 공천분배속에 당선 가능성을 무시하고 신인들을 끼여넣고 지역무관의 인사를 선거구에 이동배치시키다가 유권자들의 눈 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또 여기에 명색이 통합야당이라면서도 호남지역 선거구에 후보추천을 거의 포기한 것도 떳떳하지 못했다. 


결국 통합당은 선거의 조직, 공천, 선전에서 기존의 방식에서 전혀 탈각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 3년간의 정책실패를 선거에서 여당 제압을 위한 소재로 활용할 능력을 갖지못했다. 결국 더 이상 국민들이 존재하기를 바라지 않는 기득권 세력의 알량한 발악처럼 몸부림치다가 4.15 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5. 통합당 참패의 교훈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권이 이긴 것은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통합당이 못해서 얻은 승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문제는 경제다. 코로나바이러스 19 이후의 한국경제는 더이상 정부가 선심 공세를 펼 재원도 없고 경제는 총체적으로 파탄국면을 맞이했다. 선거 때 코로나바이러스19전염병 확산방지과정에서 빤짝했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는 곧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시화되고 여당 내에서는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 가운데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 야당은 근본적으로 재편성되어야 한다. 기득권 세력으로 몰릴 이미지를 탈각한 새로운 인물들이 주역으로 등장해야 할 것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나 프랑스의 마크롱 같은 인물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듯 한국 정치의 새 흐름을 이루어낼 정치세력의 탄생을 기대할 상황이 바야흐로 도래했다. 이 상황이 미래통합당 참패가 국민에게 줄 선물이고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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