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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02 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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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급증하고 있는 지난달 25일 오후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대구경북지역의 의료진 일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3월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의하면 24일 기준으로 대구지역에서 121명의 의료진이 감염되었고 그 중 2명은 상태가 중하다고 한다.


3월 31일 대구시 발표에 의하면 코로나19 감염 의료인은 의사 14명, 간호사 56명, 간호조무사 50명, 기타 1명이며 그 중 신천지 교인은 36명(치과의사 1명, 간호사 23명, 간호조무사 12명)이다.


신천지 교인이 아닌 의료진은 진료관련 감염이거나 지역사회 감염일텐데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19 환자폭증으로 의료진이 한 달 이상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사회보다는 진료관련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보건당국은 코로나19 감염 의료진 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 신천지와 무관하게 감염된 의료진에 대하여 철저한 역학조사를 시행하고, 감염경로를 명확하게 발표하기 바란다.


또한, 전국의 모든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료과정에서 감염되지 않도록 방호복의 수준을 재고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방역물품 공급에 전력을 다하기 바란다. 의료진은 코로나19 전쟁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핵심적인 전략자산이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감염사례는 이미 유럽에서 많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의료진의 대량 감염과 의료시설 및 장비 부족으로 인해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6,000명 이상의 의료진이 감염되었고 그 중 45명이 사망하였다. 이탈리아는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나라이지만 오랜 경기침체와 포퓰리즘으로 인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계속 증가하여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의료진과 병상수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였고 환자를 진료할 의료진 다수가 사망함으로써 의료체계가 붕괴된 결과 코로나19 사망률이 10%를 넘어섰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아직 의사면허도 없는 의과대학 졸업반 학생들을 진료현장에 투입하고 있으나 의대 졸업반 학생이 경력있는 의사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도 공보의로 배치될 예정인 전공의 4년차들을 전문의시험이 끝난 후 바로 대구경북지역에 투입하였다.


3월 24일 외신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은 약 4만명의 코로나19 환자 중 의료진 감염자가 5,400명에 달하고(약 14%), 이미 30명의 의사가 사망했다고 한다. 따라서 스페인 정부는 은퇴한 의료인과 의과대학 재학생 50,000명에 대해 동원령을 내렸다. 스페인 역시 무상의료를 제공하는데 이탈리아와 비슷한 이유로 의료체계가 부실한 상황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여 3월 31일 기준으로 각각 10만 1000명과 8만 7000명에 달하고 있어서 앞으로 의료진을 포함한 희생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병상에 대한 과잉투자로 유럽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보다 병상 수는 여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지역의 확진자를 모두 입원시킬 수 없어서 전국의 생활치료센터에서 분산·수용 중이다) 의사와 간호사 수는 많은 편이 아니다. 의료진 한 명이 자가격리 되거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최소한 수백명의 환자를 진료할 수 없게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방호복 등 방역 물자의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진 감염이 더욱 증가할 것이고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의료체계가 흔들리게 되고, 코로나19 환자뿐 아니라 입원 중인 수많은 중증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전쟁의 핵심 전략자산인 의료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대만 정부가 1월 30일부터 마스크 등 방역물품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중국으로 방역물품이 유출되는 것을 두 달 동안 방치하였다.


이로 인해 방역물품이 부족해졌고, 감염위험이 가장 높은 검체채취 업무를 하는 의료진에게 방호복 없이 가운만 입고 하라는 공문을 보내어 대구경북지역에서 자원봉사 중인 많은 의료진을 감염의 위험으로 내몰았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의료기관에게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 운운하는 망언으로 의료기관이 마치 감염의 주범인 것처럼 호도하였다. 그리고, 대구경북지역으로 제발 와서 도와달라고 읍소하여 모집한 의료진들에게 별다른 설명도 없이 위험수당을 삭감하였다.


전쟁터에서 싸우는 군인이 적과의 전투를 지속하려면 총과 탄약이 계속 보급되어야 하고, 최소한의 보호를 위한 장비가 지급되어야 한다. 전국에서 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라는 적을 맞이하여 한달 이상 혈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도 무기와 보호장비가 필요하다. 군인들이 다수 전사하면 전투에서 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의료진이 진료 중에 감염되어 희생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까 두렵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진이 코로나19 전쟁의 핵심적인 전략자산임을 인식하고 마스크와 방호복 등의 자원을 최우선으로 조달해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형사고발 운운한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박능후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진의 코로나19 진료관련 감염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이상의 의료진 감염이 없도록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한의사협회에서 이미 요구한 대로 코로나19 환자의 임상정보와 진료경험을 공유하고, 사망자 감소를 위한 중환자 진료전략 확립 및 콘트롤 타워를 수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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