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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진보라는 이름 더럽힌’ 정의당의 때늦은 후회 - 패스트트랙 주역이었던 정의당, 민주당에게 토사구팽 - 진중권, “정의당이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지 못했던 까닭” 분석 - 정의당은 대한민국을 난장판 정치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
  • 기사등록 2020-03-27 10:58:55
  • 수정 2020-03-27 17: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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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악의 지지율, 정의당의 때늦은 후회]


연동형비례제 선거법 개정을 한참 주도할 때 20석 이상까지도 꿈을 꿨던 정의당이 지금 최악의 지지율을 맞아 당혹스러워 하면서 엄청난 후회에 빠졌다.


지난 23일,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정당 지지도를 보면 정의당은 3.7%로 전 주보다 0.6%p떨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리얼미터의 지난 2018년 4월 셋째 주 3.9%를 기록한 이래 최저치다. 4월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국민의당(4.0%)에도 뒤지는 최악의 결과다.


물론 지난 26일 TBS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는 4.7%이기는 헸지만 한 때 10%를 훨씬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그 수치에 비하면 초라한 결과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유는 정의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라기 보다 우선적으로 정의당과 지지층이 겹치는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비례정당이 잇따라 창당되며 지지자가 분산된 게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처리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4+1’ 패스트트랙의 주역이었던 정의당이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에게 사실상 토사구팽을 당한 것이 이러한 참사를 불러온 계기가 되었다.


원래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을 주도하면서 연동형 비례 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스로도 그러했고 주변의 예측 역시 그러했다. 정의당은 여권 지지자들이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정의당을 택해 줄 것으로 예상했고, 그래서 정의고 뭐고 다 팽개치면서 선거법 개정을 맨 앞줄에 서서 강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론조사를 가지고 예측했을 때 정의당은 비례대표에서 잘해야 3~4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는 심상정 대표마저 당선을 장담하지 못한다.


오죽했으면 김종대 수석대변인이 "개혁의 광장에서 민주당을 퇴출시켜야 할 순간"이라고 했겠는가? 정의당은 지금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에 대해 누구보다도 부글부글 거리고 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6일 비례대표용 정당들의 잇단 등장과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해왔던 사람으로서 위성정당 출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런 혼란과 염려를 드리게 된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 없다"고 말했다.


장혜영 청년선대본부장도 2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면서 후회를 했다.


[정의당의 추락에 대한 진중권의 평가]


한때 정의당에 몸을 담았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정의당의 이러한 추락에 대해 “정의당이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지 못했던 까닭”이라면서 “‘진보주의자’라고 말하고 다니는 게 부끄러운 세상이 됐고 ‘진보’라는 이름이 너무 더럽혀졌다”고 일갈했다.


진중권은 "설사 작년에 정의당이 조국 임명에 반대했더라도 지지율은 바닥을 찍었을 것"이라며 "당시에 정의당은 조국을 데스노트에 올리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 것이라고 예상하며 나한테까지 도와달라고 했었다”고 했다. 이어 “그때 맞아야 했던 폭풍을 지금 맞는 것 뿐”이라고 했다.


진중권은 "그때 폭풍을 맞았더라면,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의 이름에 흠집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며 지금쯤 얻어맞은 상처로부터 어느 정도 회복됐을 것"이라며 "정의당의 위기는 지지층을 확산, 스윙보트층의 표를 얻으려 진보 노선과 원칙에서 벗어나 오른 쪽으로 움직이는 전략의 한계가 드러난 때문”이라고 했다.


[정의당의 욕심과 오판이 가져온 결과]


정의당의 원내정당을 향한 거대한 욕심과 조국에 대한 오판이 가져온 결과는 대한민국 정치를 엄청나게 후퇴시키며 정의와 공정도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그야말로 비례당과 조국 논란만 남는 선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소수정당에게 활로를 열어준다는 명분을 내걸었던 민주당이 야비하게 비례정당을 창당하고 제2 친문정당까지 만들어지면서 소수정당은 아예 생존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그뿐 아니다. 그러한 범여권 정당이 ‘친(親) 조국’ 인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면서 21대 총선이 ‘조국 선거’로 변질될 가능성도 생겨났다. 범여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 공천을 받은 인사들은 "조국 사태는 검찰 쿠데타" "조국을 보면 조광조 선생이 떠오른다"며 연일 친(親)조국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선거연대를 염두에 두고 조국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못했고, 또 원내정당 진입을 꿈꾸며 선거법 개정의 용병이 되어 민주당 앞잡이 노릇을 한 결과가 지금 대한민국 정치판을 이렇게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정의당은 대한민국을 난장판 정치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


누가 뭐래도 지난 국회에서의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에 있어 정의당이 그렇게 앞장서 돌격대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지저분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의니, 공정이니 하는 구호는 말짱 헛것들이었고, 오직 자기 밥그릇 챙기는데 혈안이 된 결과가 지금의 정의당 지지율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이 이러한 선거법을 만든 것에 대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해 후회스럽다”는 표현은 했지만 선거법 자체를 이렇게 말도 안되는 누더기법으로 만든 것 자체에 대해서는 결코 반성한 적이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법안) 합의를 주도했던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26일 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의 '4+1' 협의체가 만든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4+1안에서 각 정당이 이해관계에 따라 협상했다"며 "이 때문에 선거판이 혼란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


채 의원은 한 일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민주당이 무명 정당들을 급조해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든 것에 대해 "정말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이 선거법 협상 막판에 정의당이 주장해온 석패율제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비례 위성 정당 창당이 가능해진 것"이라며 "결국 자기 표 계산만 하다가 난장판이 됐다"는 말도 했다.


선거법 협상 당시 민주당은 "석패율제가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재선용"이라며 반대했고, 자신들의 뜻을 결국 관철했다. 채 의원은 "민주당이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진보 표를 나눠 먹어야 한다는 계산을 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며 "원칙을 지켜야 하는 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앞세운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선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며 민주당과 같은 목소리를 냈었다. 채 의원은 이러한 법을 만든 책임을 지고 이번 4·15 총선에 불출마한다고 했다.


정의당이 최소한 채이배 의원 정도의 반성이라도 해야 정상 아닌가? 아직도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른다면 정말 정의당의 이름에서 ‘정의’를 빼야 할 것이다. 하기야 더불어 민주당에는 ‘민주’가 없고 ‘더불어’ 역시 ‘모두와 더불어’가 아닌 ‘자기들끼리만 더불어’이고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다는 말이 그대로 맞는 듯 하다.


정의당은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선거법을 이렇게 누더기로 만든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정의당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심판할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 이름 그대로 ‘정의’라는 단어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그야말로 ‘뼈를 깎는’ 반성과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결단이 뭔지는 정의당 스스로 알 것이다.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가져옵니다.(공동번역 성경 야고보서 1장 15절)





[덧붙이는 글]
*리얼미터-YTN 여론조사: 지난 16∼2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포인트) 결과이다. *리얼미터-TBS 여론조사: 지난 23~2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8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결과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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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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