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5-22 15:43:18
  • 수정 2019-05-22 18:34:39
기사수정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 묘지에 도착해 5.18단체와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기념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5.18 기념식장을 찾은 황교안 대표에게 다시 물세례를 퍼붓고 의자와 우산을 던졌다고 합니다.
광주시민들 그리고 5.18 유족이나 부상자, 관계자들은 자제해야 합니다.


황교안 대표는 나름대로 광주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광주와 호남의 입장에서 그런 접근 방식이나 수준이 미흡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그런 노력 자체는 인정하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의 5.18 폄훼 왜곡 발언에 대한 당 차원의 제재가 부족합니다고 느껴지겠지만, 그 문제는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고 본다. all or nothing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당이 5.18에 대해서 이렇게 나오는 것, 적지 않은 보수 시민들이 그런 노력에 대해 긍정하는 것도 호남과 5.18이 거둔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의 한국당 의원 제재는 별도로 요구하고 추진해가더라도 황교안 대표의 노력 자체는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게 맞습니다. 모든 걸 자기 기준, 자기 눈높이에 맞추라는 건 대화를 하겠다는 자세가 아닙니다. 그냥 트집을 위한 트집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지만원의 헛소리는 꽤 비판했습다. 하지만, 5.18의 아픔과 의미가 광주만의 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것이 되고자 한다면 지만원과 한국당을 분리해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한국은 제국 경영의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그게 한국의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제국 경영의 경험이 없다는 것은 즉, 이질적인 요소를 수용하고 조화시켜본 경험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인들 특유의 순혈 의식이나 배타성이 여기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또 하나, 제국 경영의 경험이 없는 데서 나오는 약점의 하나가 권력과 힘을 쥐었을 때 자제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들에 가서 추악한 갑질이나 눈쌀 찌푸리게 만드는 횡포를 저지르곤 하는 것도 비슷한 문제입니다.


선진국에 가는 경우라도 지들이 돈을 지불하는 상대에게는 참 수준 낮은 난장판을 벌이곤 합니다. 알량한 갑질이고, 실은 짓눌려 무시당하고 살아온 데 따른 열등감의 역설적인 표현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권력을 쥔 호남도 요즘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권력에서 소외됐다가 갑자기 수준 이하의 인간들조차 권부에 다수 진출시키니 그 권력을 어떻게 행사해야 할줄을 모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호남은 자제해야 합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오히려 손해보는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어렵사리 쥔 권력도 잘 유지하고, 그 성과도 더 우수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권력이 아니라 호남 한풀이를 위한 권력을 휘두르다가 호남이 다시 권력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요? 호남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태, 심각한 고립과 소외가 재현될 것입니다.


게다가 다시 맞게 되는 고립과 소외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호남이 과거에는 비록 권력과 경제력에서는 소외됐지만 민주화 투쟁의 명분과 5.18의 피라는 희생을 등에 업고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호남이 앞으로 권력을 잃었을 때 그 민주화 투쟁과 5.18의 피라는 자산을 다시 주장할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평생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다가 어쩌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이 제대로 자신의 행운과 자산을 관리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 행운과 자산을 관리할만한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호남을 보면 자꾸 그 생각이 든다. 정말 앞으로 어쩌려고 그러는지, 답답합니다.


호남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실감하는 게 있습니다.


비판하게 되면 혐오합니다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것, 혐오하게 되면 절대 비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판과 혐오가 각각 다루는, 호남의 문제점은 비슷하거나 심지어 동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달라야 합니다. 일부 호남 출신 보수 우파들의 발언을 보면서 해보는 생각입니다.


호남 출신으로서 호남 욕하면 얼마나 멋있고 폼이 나겠습니까. 걸쭉한 호남 사투리까지 동원하면 호남 혐오하는 보수우파에게 두 가지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첫째, 정면에서 호남 비판할 용기는 없고 뒤에 숨어서 혐오만 하는 보수우파의 대리배설.


둘째, 호남 사투리는 역시 상스럽고 욕하는 데 적합합니다는 호남혐오 감정의 간접 충족.


정말 근본적인 문제는 호남만 패배시키고, 호남만 찌그러지면 대한민국 문제가 해결되고 우파는 정의로운 세력이 되느냐 하는 점입니다.
거기에 자신있게 대답할 우파가 있을까요?


박정희 대통령 이래 김대중 5년 빼고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영남 출신 대통령이었습니다. 대한민국호의 운명 90% 정도는 보수영남정권이 책임졌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노무현과 문재인은 사실상 호남 대통령이라는 억지는 부리지 맙시다. 호남 사람들이 영남 출신을 자신들의 대리인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 자체가 영남패권의 막강한 위력을 반증하는 것 아닙니까.


실제로 노무현이 임기 중 가장 주력한 게 호남 정치인들 죽이기였다는 것, 다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지금까지도 재연되는 대북송금특검 관련한 동교동 vs 친노세력의 갈등이 이걸 잘 보여줍니다.
유시민도 그랬더군요.


80년에 잡혀갔더니 경상도 놈이 데모합니다고 욕먹고 얻어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확연하게 부드럽게 대하더라는 겁니다.


호남이 나라 망해먹고 있습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그런 소리가 나올만도 합니다고 인정하지만, 그런 호남이 정권 잡을 수 있도록 한 영남패권의 문제도 지적되고 극복되지 않으면 이 나라는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지만원의 주장을 철석같이 믿으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주장을 믿고싶은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글쎄요...


제가 호남 문제에서 혐오냐, 비판이냐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지만원에 대한 태도가 그 지점을 가르는 하나의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달고다니는 게 좌파와 대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 같은 것이라면 우파에서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이 지만원에 대한 태도 같습니다.


저는 한국당이 5.18 발언 등을 놓고 소속 국회의원을 징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만원에 대해서 확실히 선을 긋는 것이라고 봅니다. 지만원과 분명히 선을 긋지 못하면 지금 황교안 대표가 광주 찾아다니고 그러는 것 전부 무용지물이고 헛수고일 뿐입니다.


물론 황 대표가 광주 찾는 것에 불만 가지신 우파분들 많습니다. 그분들이 대부분 지만원을 적극 지지하시는 성향일 겁니다. 광주 찾지 말고 그것들과는 영영 갈라서자. 이런 생각이시라면 어쩔 수는 없지요. 다만, 그럴 경우 과거의 보수우파와 털끝만큼도 달라질 수 없을 겁니다.


사실 그분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그것일지도... 말릴 수는 없겠습니다만.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396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