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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2-13 11:07:29
  • 수정 2019-02-13 11: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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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씨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 북한군 개입 여부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8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지만원을 불러 가진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가 시끄럽습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이 주도한 이날 행사에서 지만원은 “전두환은 영웅” “5·18은 북한군이 주도한 게릴라전” “광주는 북한의 앞마당”이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합니다. 심지어 지만원이 만든 자료집 결론에는 ‘광주는 우리의 적’이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결국 지만원 주장의 요지는 1980년 광주 5.18에 북한군이 침투해서 폭동을 주도했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 광수 몇 호니 하는, 1980년 당시 광주 현장에서 찍힌 사진 속 인물들과 북한 군인이나 유명인들을 일대일로 매칭시킨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그밖에 광주 시위대가 단기간에 무기고를 털고, 장갑차와 군용 트럭을 탈취해 무장한 것, 사망자 중에 당시 공수부대나 진압군의 개인화기인 M16 외에 M1이나 카빈소총에 의한 사망자가 적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습니다.


이밖에 일부 탈북자들의 증언도 지만원의 저런 주장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만원이 주장하는 내용들 그리고 일부 우파들이 철석같이 믿어왔던 ‘5.18 북한군 침투설’은 제대로 검증 들어가면 거의 박살날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논란을 지켜보면서 지만원이 얼마나 허접한지, 우리나라 우파들의 지성이 얼마나 빈약한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지만원 같은 사람이 저런 말도 안되는 수작으로 저렇게 대한민국 우파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것, 정말 비극입니다. 정치인들이 선거 지고나서 흔히 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우파는 이 문제와 관련해 정말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합니다.


광주 5.18에 대해서는 밝혀야 할 게 많습니다. 밝혀지면 5.18의 핵심 명분을 무너뜨리는 약점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북한군 개입설은 황당 소설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런 황당한 수작 때문에 반드시 거론해야 할 5.18 관련 다른 의혹들이 덮이는 효과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5.18 유공자 명단 공개처럼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과제가 덮이고 있습니다. 광주 현지에서조차 비판의 대상이었던 5.18단체들이 기세 등등하게 피해자의 위상을 회복했습니다.


지만원은 심지어 황장엽도 1980년 광주에 내려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황당무계 그 자체입니다. 황장엽 자신이 광주에 내려온 것은 둘째치고, 황장엽은 자신이 당시 광주에 특수부대를 보내자고 김일성을 설득했지만, 김일성이 단호하게 거부했다는 증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몇몇 탈북자들을 내세워서 북한군이 당시 광주에 침투했다는 증언을 만들어낸 것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탈북자들 가운데 과연 그 증언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사람이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황장엽은 그런 증언을 할만한 위치였습니다. 북한의 최고위층이었고, 김일성과 직접 대화를 상시적으로 나누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5.18에 북한군이 침투했다고 주장하는 탈북자 가운데 김일성과 직접 대화라도 나눠본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 김일성 맨얼굴을 가까이서 직접 보기라도 했다면 대단한 경험 축에 들어갈 겁니다.


탈북자 본인이 직접 1980년 광주 현장에 침투했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요? 본인의 주장만으로는 입증이 되지 않습니다.


주장은 누구나 마음대로 지어낼 수도 있으니까요. 증언이란,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하늘과 땅처럼 달라집니다. 적어도 황장엽의 저 증언을 뒤집을만큼 5.18 북한군 침투와 관련해서 권위있는 증언은 나온 적이 없습니다.


지만원 측에서는 왜 광수로 지목된 사람들이 나서서 아니라고 입증하지 않느냐고 떠들어대는데, 역으로 왜 그 많은 광수 중에서 “내가 바로 북한군으로 광주 현장에 있었던 광수 몇 호”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을까요? 나선 사람이 있기는 했는데 심지어 얼굴이나 실명조차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 건 증언이 아닙니다.


참고로 지만원에 의해 광수로 지목된 사람들 십여 명이 자신이 사진에 찍힌 그 사람이라고 나선 것으로 들었습니다. 이거, 앞으로 차근차근 밝혀지겠지요. 지만원이 그분들 주장을 반박하지 못하면 법적 처벌이 불가피할 겁니다.


원래 광수 누구누구가 북한군이라고 주장하려면, 그렇게 주장한 사람이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게 논리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지만원의 주장은 그게 아닙니다. 어떤 사진 속 인물이 북한군이라고 지적했는데, 반박하고 나서는 사람이 없으면 그게 맞다는 식입니다.


이건 누군가를 살인범이라고 지목해놓고, “니가 니 무죄를 입증하라”고 우기는 꼴입니다. 광수 작대기는 사실 더 심한 경우입니다. 북한군이라고 지목된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지만원에 의해 북한군으로 지목된 사실조차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근거로 지만원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지만원 주장에 의하면 1980년에 광주로 침입한 북한군이 600명이라고 합니다. 600명이라면 정규전이라 해도 결코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게다가 이런 대규모 부대를 내륙 인접지역도 아닌, 해상으로 몇백 키로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침투시키려면 어마어마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당시 김씨조선이 그럴만한 능력이 됐을까요? 게다가 당시 주한미군과 우리 계엄군이 전남북 해안 등 무장간첩이 침투할 경로를 평소보다 몇 배 엄중하게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주한미군 그리고 미군 7함대 포함해서 이것은 국제적인 관심사였습니다. 정권의 공백기였고, 사회적 혼란기였는데 미국이 손 놓고 있었다구요? 북한군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600명이 침투를 했는데 미국이나 국군이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요?


5.18 당시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했다고 주장하려면 그들이 무슨 이동수단으로, 무슨 장비를 휴대하고, 어디로 상륙해서, 어떤 코스로 해서 광주로 들어갔는지에 대해서 얘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에 대해서 밝힌 적이 있나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정황 하나도 제시 못하면서 600명 북한군이 광주에 들어갔다?


그리고 무려 600명이 침투했다는데, 왜 잡힌 북한군이 단 하나도 없나요? 국군의 대응능력이 훨씬 떨어진 시대, 울진삼척 등의 무장공비 침투시에도 적들을 다 살상하고 일부는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왜 광주에서만 그렇게 포로로 잡힌 자나 사살 당한 자가 하나도 없나요?


게다가 당시 광주는 완전히 봉쇄된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그 600명이 어떻게 빠져나갑니까? 북한군이 모두 신이라도 되나요? 그러면 김씨조선이 진작 적화통일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카빈 소총 얘기 자꾸 나오는데, 600명 대부대를 침투시키면서 무기도 휴대하지 않았을까요? 무기를 휴대했다면 뭘 휴대했을까요? 대규모 병력 보내면서 “현지에서 총기 탈취해서 무장하라”고 했을까요? 군대를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얘기입니다. 저 정도 규모라면 당연히 상당 수준의 무장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광주에서 그 흔한 AK 소총 한 자루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게 뭘 말하나요?


김씨조선이 5.18을 기념하는 것을 근거로 들기도 하더군요. 참, 언제부터 그렇게 김씨조선을 신뢰하셨습니까? 듣자니, 김씨조선은 4.19도 기념하고 심지어 부마항쟁도 기념한다더군요. 그 사건들에도 북한군이 침투했었나 보죠? 그리고 박종철 이한열 등은 김씨조선 대학에 학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 그 학생들이 김씨조선 학생이었다는 증거가 됩니까? 김씨조선에 5.18 묘역이 있다는 얘기들도 하시던데, 김씨조선은 단군릉도 만들어서 관리한다고 합니다.


전두환 대통령도 북한군 침투설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했습니다. 전 대통령 본인으로선, 당시 보안사령관이자 계엄사령관으로서 국가 방위의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데, 무려 600명이나 되는 북한군이 방어망을 뚫고 들어왔다는 건 본인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질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 무기고 위치를 알고 그렇게 단기간에 몇천 정 총기를 확보할 수 있었느냐, 장갑차랑 군용차량 탈취도 고도로 훈련받은 정예 병력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더군요.


당시 탈취당한 무기는 예비군 무기고 그리고 파출소 등에서 보관하던 것들입니다. 예비군들이 늘 보던 곳인데 비밀이랄 것도 없습니다. 당시처럼 광주 시민들이 대규모로 몰려나와 공수부대에 대한 분노로 끓어오를 때 그 무기고 터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거라고 봅니다.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렇게 기적적인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장갑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아시아자동차 공장에서 조립해놓은 것입니다. 여기저기 털다가 발견해서 끌고나온 건데 광주시민 가운데 장갑자 경험자가 왜 없었겠습니까?


그동안 몇 차례에 걸친 북한군 침투설 조사 결과가 모두 ‘근거 없음’으로 나왔습니다. 이거, 좌파 정권에서만 조사한 것 아니고, 우파 정권 시절 조사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광수 사진? 모르기는 해도 1980년 5월 당시 광주에서 찍힌 사진 뒤지면 지만원, 전두환 닮은 사진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만원의 주장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심지어 지만원을 조사위에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지만원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만원 개인의 법적 처벌이야 그렇다 치고, 그동안 지만원을 옹호해온 보수진영의 입장도 상당히 난처해지지 않을까요?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문재인 정권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표정 관리 들어간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진행되어온 정권의 위기를 탈출할 무기를 손에 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야권은 5.18은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에 집중하고, 드루킹 사건을 중심 타겟으로 삼았어야 했다고 보는데, 지만원 때문에 이게 망가졌습니다. 이것도 결국 지만원의 그 개인감정에 보수우파가 휩쓸려 들어간 탓 아닐까요?


보수우파는 호남에 대한 증오심과 분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호남도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지금보다 더 많이 비판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증오와 분노에 사로잡히면 제대로 비판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지만원 사건이 전형적인 사례 아닐까요?


이번 사건으로 지만원은 원하는 효과를 120% 얻었다고 봅니다. 설혹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파에게는 쓰라린 상처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김진태 의원의 경우 정치적인 생명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봅니다. 단순히 여당이나 기타 야당의 요구 때문이 아닙니다. 시대정신의 위력이라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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