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크렘린궁 제공, 스푸트니크/AP=연합뉴스]
러시아와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전격적으로 손을 잡으며 국제 정치 지형에 새로운 파장을 예고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 날 공식 발표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초청에 응해 중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전하며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의 근간이 되는 선린우호협력조약 25주년 기념일과 시기를 맞춰 이뤄진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날 중국 외교부 역시 이번 일정의 의전 등급이 가장 높은 형태인 국빈 방문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번 방중은 일정과 형식 면에서 당초 시장과 언론의 예측을 뒤엎는 규모로 재조정되었다. 전날 홍콩의 유력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내부 소식통을 근거로 푸틴 대통령이 이달 20일 단 하루 동안만 베이징을 머무를 것으로 보도했으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체류 기간이 이틀로 늘어나고 예우의 격도 대폭 상향됐다. 외교가에서는 일정이 국빈 방문으로 확정됨에 따라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을 비롯한 양자 외교의 전반적인 의전 격식이 최근 중국을 다녀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수준에 맞춰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양국 정상은 가중되는 서방의 압박 속에서 전략적 결속을 다지기 위한 굵직한 의제들을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 머리를 맞대고 양국 간의 당면 과제는 물론 양측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및 전략적 상호 협력을 한층 더 두텁게 이행할 방안을 모색한다. 이와 함께 한반도나 중동 정세 등 주요 국제 및 지역 현안도 깊이 있게 다뤄진다. 특히 "두 정상은 '러시아·중국의 해'(2026∼2027년) 기념행사에 함께 참석하고, 정상회담 뒤에는 최고위급 공동성명과 양국 정부 간 협약 서명 등이 이어질 계획이다"라며 양국의 결속력을 전 세계에 시각적으로 증명할 방침이다.
푸틴 대통령은 행정 실무를 총괄하는 중국 내각과의 경제 협력 다지기에도 나선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에 체류하는 동안 리창 중국 총리와 별도의 양자 회담을 진행하고, 두 나라 사이의 구체적인 무역 확대 방안 및 경제 협력의 향후 전망을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외교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이번 행보의 시점이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베이징 행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돌아간 지 불과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란이나 대만 문제, 그리고 첨예한 무역 갈등 등 핵심 현안을 두고 팽팽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뚜렷한 타협점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이러한 냉랭한 기류 속에서 중러 양국이 최고위급 공동성명과 다수의 정부 간 협약 체결을 대대적으로 발표할 경우, 미국을 겨냥한 강력한 공동 전선을 과시하는 시위성 행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두 정상이 단독으로 마주하는 것은 약 8달 만이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마지막으로 직접 대면한 것은 작년 9월 중국이 베이징에서 개최한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때다. 당시 현장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동참하여 세 정상이 함께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올라 굳건한 북·중·러 밀착 구도를 대외에 선명하게 각인시킨 바 있다. 이번 국빈 방문은 그 연장선상에서 서방의 단일 대오에 맞서는 동맹 체제를 한층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