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 암살 시나리오에 극도로 예민해진 크렘린]
드론 암살 공포에 사로잡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암살과 쿠데타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잡혀 공개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지하 벙커에 칩거하며 사실상 공황 상태에 가까운 극단적 은둔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의 대담한 드론 공격이 러시아 본토를 유린하고 내부 정보 유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자, 연방경호국(FSO)은 대통령 주변의 보안 프로토콜을 유례없는 수준으로 강화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자 지면에서 복수의 크렘린 내부 소식통과 유럽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한때 '강철 대통령'의 이미지로 군림하던 블라디미르 푸틴이 암살 위협 앞에 무너지고 있다”면서 “푸틴은 지금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을 비롯한 여러 지하 벙커를 전전하며 수주씩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FT는 이어 “푸틴은 모스크바 지역의 관저도, 북서부 발다이의 별장도 더 이상 찾지 않는다”면서 “국영 언론은 사전 녹화된 영상을 실시간 방영인 것처럼 편집해 내보내며 대통령이 정상 집무 중이라는 허구의 일상을 연출하고 있는데, 이는 이른바 ‘강인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수십 년간 공들여 쌓아온 크렘린이 이제는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가짜 영상에 기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푸틴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직접적 계기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드론 117대로 러시아 전략폭격기 41대를 파괴한 이른바 ‘거미줄 작전’을 감행했다. 북극권을 넘어 러시아 본토 핵심 군사 기지까지 드론이 침투하는 데 성공하자, 크렘린은 드론이 대통령 개인의 신변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FT는 푸틴의 측근 중 한 명의 견해를 인용해 “거미줄 작전의 충격은 지금도 가시지 않았다”면서 “여기에 올해 1월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기습 체포한 사건까지 겹치면서 푸틴의 공포는 더욱 증폭됐는데, 아무리 권력을 틀어쥔 지도자라도 물리적 위해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눈앞에서 입증된 셈이었다”고 짚었다.
[요리사 집에도 감시카메라…전방위 봉쇄]
FT는 “공황에 가까운 불안은 전례 없는 경호 조치로 이어졌다”면서 “경호·조리·촬영 등 핵심 수행 인력은 대중교통 이용이 금지됐으며, 대통령 면담자는 이중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측근들은 인터넷 연결이 차단된 통신 기기만 사용하도록 제한됐다”고 밝혔다.
FT는 “더 충격적인 것은 이들의 사생활 공간까지 국가가 침투했다는 점으로, 요리사, 사진기사, 경호원 등 최측근 직원들의 자택에 감시 시스템이 설치됐다”면서 “푸틴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사람조차 24시간 감시의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방경호국(FSO)은 견공 부대를 동원한 대규모 수색도 정례화했으며, 모스크바 강변에는 드론 공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요원들이 상시 배치됐다. 모스크바 도심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한 인터넷 차단 사태 역시 드론 방어 및 대통령 신변 보호와 연관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보안 기관들의 내분, 공포를 더 키우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말 발생한 러시아 군 장성 암살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사건 이후 군과 정보기관 간 책임 공방이 격화되면서 권력 핵심부 내부의 불신과 긴장이 한층 깊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FT는 “크렘린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FSB 수장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Alexander Bortnikov)가 전담 경호 조직이 없는 국방부에 책임을 전가했고, 푸틴의 전직 경호원 출신인 빅토르 졸로토프(Viktor Zolotov) 국가근위대 총사령관은 자원 부족을 이유로 책임을 부인했다”면서 “보안을 책임져야 할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장면은 크렘린 내부의 균열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FT는 “결국 푸틴이 직접 나서 FSO에 참모총장 직속 부참모총장 3명을 포함한 고위 장성 10명의 경호를 맡기는 방식으로 상황을 봉합했지만, 내부 불신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라고 짚었다.
[오직 전쟁에만 몰두하는 푸틴, 민정은 완전히 실종]
그럼데 벙커 속에서 푸틴이 하는 일은 오로지 전쟁이다. 그는 매일 군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내 소규모 마을 이름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작전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 정무와 민생 현안을 다루는 관료들은 몇 주 혹은 몇 달에 한 번꼴로만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 이에 대해 FT는 푸틴의 측근의 발언을 인용해 “푸틴은 시간의 70%를 전쟁에 쏟아붓고 나머지 30%를 외교나 경제에 할애한다”며 “더 자주 접근하고 싶다면 전쟁에서 성과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의 정치 분석가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Andrei Kolesnikov)는 “푸틴은 런던에 새로 등장한 뱅크시(Banksy) 조각상, 즉 깃발로 얼굴을 가린 채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는 인물이 됐다”며 “오직 보안 기관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국민이 이 상황을 새로운 일상으로 받아들이길 기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향한 국민 분노는 임계점, 지지율은 바닥]
대통령의 은둔이 길어지면서 민심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국영 및 독립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푸틴의 지지율은 2022년 가을 부분 동원령 선포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인터넷 차단, 소기업 세금 인상, 시베리아 가축 살처분 정책 등에 분노한 일반 시민과 인플루언서들의 비판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모나코 거주 인플루언서 빅토리아 보냐(Viktoria Bonya)는 18분짜리 영상을 통해 푸틴에게 직접 “사람들이 당신을 두려워한다”고 일갈했고, 이 영상은 15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크렘린을 발칵 뒤집었다. 크렘린이 해당 영상을 인지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자체가, 내부 동요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이후 푸틴은 인터넷 차단 문제를 처음으로 직접 거론하며 관계 부처에 “금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들어 푸틴의 공개 활동은 4월 2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포츠 학교 방문을 포함해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회 이상의 대외 일정을 소화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Carnegie Russia Eurasia Center)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Tatiana Stanovaya) 선임연구원은 “푸틴이 감당해야 할 것과 실제로 다루려는 것 사이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공황에 가까운 은둔, 벌어지는 민심의 균열, 내부 보안 기관 간의 불신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크렘린의 위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ISW, “우크라이나, 4월 러시아보다 더 많은 영토 되찾아”]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이 지난 4월 우크라이나와의 교전 과정에서 새롭게 확보한 면적보다 상실한 영토가 더 많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푸틴이 전적으로 전쟁에 매달리고 있지만 현실은 푸틴의 구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다.
AFP통신은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전황 보고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동부 자포리자와 하르키우, 도네츠크 등 주요 전선에서 공세를 펼쳐 약 40㎢에 달하는 영토를 되찾는 성과를 거두었다”면서 “이에 반해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 동측 지대에서 수㎢를 점유하는 데 머물러, 한 달 단위 영토 점유 변화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AFP는 이어 “러시아가 월간 기준으로 장악한 땅보다 빼앗긴 면적이 더 넓게 나타난 사례는 우크라이나군이 대규모 공세를 전개했던 2023년 여름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이는 그동안 소모전을 통해 점진적으로 영토를 넓혀오던 러시아의 진격 기세가 꺾였음을 시사하는 지표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이번 전황 변화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적 공습과 러시아군의 내부적 결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ISW는 “우크라이나군이 중거리 공격 능력을 강화한 점과 더불어, 러시아 측의 스타링크 단말기 사용 차단 및 텔레그램 접속 제한 조치가 오히려 러시아군 내부 통신망에 혼선을 주며 작전 수행력을 떨어뜨렸다”고 평가했다.
AFP는 “기상 조건 또한 변수로 작용했다”면서 “겨울철 얼어붙었던 지표면이 봄철 해빙기를 맞아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 현상이 발생하며 러시아군의 기동력이 급격히 저하되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틈을 타 무인기를 동원한 정밀 타격의 강도를 높임으로써 러시아군을 압박했다.
[갈수록 몰락하는 푸틴, “추락하는 새는 날개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스스로를 지하 벙커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두고 있는 것은 한 독재자가 권력의 정점에서 맞이하게 되는 필연적인 몰락의 징후다.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며 세계 질서를 재편하겠다던 호기로운 기세는 간데없고, 이제는 자신의 요리사와 사진가조차 믿지 못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키는 피해망상적 태도만 남았다. 이는 공포로 유지되는 권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푸틴의 고립은 서방의 단결된 대응과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이 만들어낸 전략적 승리다. 미국이 마두로 등 독재자들에게 보여준 단호한 법 집행 의지는 푸틴에게 '국제적 범죄자'라는 낙인과 함께 언제든 제거될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었다. 자유 세계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압박이 독재자의 심장부를 정밀 타격하고 있는 셈이다.
반중적 시각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러시아와 '무제한적 협력'을 약속했던 중국조차 흔들리는 푸틴의 위상을 보며 거리두기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재 체제의 고립은 필연적으로 오판을 낳고, 그 오판은 체제의 붕괴를 가속화한다. 푸틴이 경제 관료들을 멀리하고 정보기관의 보고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특히 정보 당국 수장들이 대통령 앞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설전을 벌였다는 사실은 푸틴의 통제력이 내부에서부터 균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충성심은 공포로 강제될 수 있지만, 위기의 순간에 그 공포는 칼날이 되어 지도자를 향하게 된다. 푸틴이 장군들에게 특별 경호를 붙이는 것은 그만큼 내부 반란의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역사적으로 독재자의 마지막은 언제나 자신이 가장 믿었던 담장 안에서 시작되었다. 푸틴이 마주한 진정한 위협은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거짓과 폭압의 업보다.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킨 지도자는 결국 현실 감각을 상실한 채 파멸의 길로 치닫게 될 것이다.
결국 푸틴의 '벙커 통치'는 종말을 앞둔 독재자의 처절한 발버둥에 불과하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정보로부터 소외되고 인간적 신뢰마저 잃어버린 지도자의 끝이 어떠할지는 명확하다. 우리는 이제 푸틴 이후의 러시아와 그에 따른 국제 정세의 대격변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