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즈볼라, 도박에 가까운 참전으로 치명적 대가]
이란의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전쟁에 개입하며 정치적·군사적 승부수를 던졌으나, 수천 명의 대원이 전사하고 남부 영토의 상당 부분을 이스라엘에 점유당하는 등 창설 이래 최대의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해군의 물리적 봉쇄망이 이란의 석유 수출 경로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테헤란 당국은 원유 생산량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수세 국면에 진입했다. 한마디로 협상이냐, 파국이냐의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로이터 통신은 4일, “헤즈볼라가 지난 3월 2일 이스라엘을 향해 포문을 열면서 시작된 2026년판 레바논 전쟁은, 두 달이 지난 현재 이 무장조직에게 거대한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에게 레바논 남부 일부 지역을 점령당하고, 수십만 명의 시아파 지지 기반을 이탈시켰으며, 수천 명의 전투원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3월 2일 이후 지금까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대원 2500명 이상이 숨지고 7700명 이상이 다쳤다. 그러나 로이터는 헤즈볼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건부 집계에 헤즈볼라 전투원 피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전쟁에서 수천 명의 헤즈볼라 대원이 전사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전해지는 전황은 참혹하다. 헤즈볼라 지휘관 한 명은 “빈트 즈베일(Bint Jbeil)과 히얌(Khiyam) 등 전선 도시로 전진 배치된 수십 명의 전투원들이 최후를 각오하고 싸웠으며, 그들의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헤즈볼라 통제 지역에서는 휴전이 발효된 직후 며칠 사이에 수십 기의 새로운 묘지가 생겨났고, 그 자리는 금방 전사자들의 유해로 채워졌다. 단순한 대리석 묘비에는 지휘관과 일반 전투원의 이름이 새겨졌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국경에서 최대 10km 안쪽까지 뻗은 '완충지대'에 병력을 유지하면서 마을을 철거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헤즈볼라가 3월 2일 이스라엘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해 2024년 11월 휴전 협정을 스스로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수천 명의 헤즈볼라 대원이 사살됐고 이스라엘은 해당 조직의 기반 시설을 꾸준히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3월 2일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발의 로켓과 드론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헤즈볼라에 대해 레바논 안팎에서 커지는 정치적 역풍]
군사적 피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정치적 고립이다. 시아파 공동체는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어 기독교, 드루즈, 기타 종파 지역으로 피란을 떠났고, 이 과정에서 다른 종파 주민들 사이에서는 헤즈볼라가 전쟁을 자초했다는 원망이 높아졌다. 레바논 내 반대파는 헤즈볼라가 무장 단체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레바논을 이스라엘과의 반복적인 전쟁에 노출시킨다는 비판을 더욱 강경하게 제기하고 있다.
4월에는 레바논 정부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대면 협상을 진행했다. 헤즈볼라는 이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레바논 조셉 아운 대통령과 나와프 살람 총리는 지난해부터 헤즈볼라의 평화적 무장 해제를 요구해왔으며, 3월 2일에는 정부 차원에서 헤즈볼라의 군사 활동을 공식 금지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헤즈볼라는 이 결정의 철회와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레바논 측은 미국만이 이스라엘을 움직일 충분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직접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헤즈볼라는 왜 이 전쟁에 뛰어들었을까? 로이터와 접촉한 헤즈볼라 관계자들은 이번 참전을 단순한 이란의 대리 전쟁이 아니라 조직의 생존을 건 계산된 선택으로 설명한다.
외교 소식통 한 명은 헤즈볼라의 참전 결정을 “큰 도박이자 생존 전략”으로 규정하면서, “이 조직이 분쟁의 일부가 되어야 최종 지역 해법에서도 당사자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의 계산은, 참전을 통해 레바논 문제가 미·이란 협상 의제에 오르고, 이란이 더 강력한 휴전을 끌어낼 압박 카드를 쥐게 된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2024년 11월 가자 전쟁 여파로 체결된 이전 휴전이 결국 유명무실해졌다는 판단에서, 이번에는 이란의 협상력을 활용해 보다 실질적인 휴전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헤즈볼라는 2024년 전쟁에서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약 5000명의 전투원을 잃고 레바논 국가에 대한 오랜 지배력이 흔들리는 타격을 입었다.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아 재무장하고 드론 등 새로운 전술을 도입하면서, 15개월의 불안한 휴전 기간 중 이스라엘이 공격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자제력을 유지했다가 이번에 전면 교전에 나선 것이다.
헤즈볼라가 기대하는 것은 이란이 협상에서 레바논을 지켜낼 것이라는 믿음이다. 알-무사위는 “이란이 레바논 문제를 협상 우선순위로 삼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과 레바논 철군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고 전하며, “우리는 이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이란이 자신들의 친구를 팔아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냉담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워싱턴이 테헤란과 맺는 어떤 합의도 레바논 문제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해 자위권을 갖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마디로 헤즈볼라는 안중에도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란을 지원하기 위해 헤즈볼라가 봉기했지만, 정작 이란과의 전쟁 당사자인 미국은 아예 헤즈볼라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으며, 이란 역시 ‘제 코가 석자’라 최대 위기에 빠진 헤즈볼라를 돕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천 명의 희생자를 낸 헤즈볼라만 우스운 꼴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 해상 봉쇄에 막힌 이란 석유, 결국 감산 돌입]
이런 가운데 미국 해군의 강력한 해상 봉쇄로 인해 이란의 원유 수출길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이란 정부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미 해군이 이란의 주요 수출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물리적 차단에 나서자 수출되지 못한 원유가 저장 시설에 쌓이며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압박을 통해 이란이 하루 약 1억 7천만 달러의 수입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하며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이 이란의 숨통을 조이는 방식이 과거와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단순한 금융 제재나 서류상의 금수 조치를 넘어, 미 해군이 직접 호르무즈 해협을 물리적으로 장악하며 이란의 원유 수출을 원천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중동 내 테러 지원과 핵 개발을 멈추지 않는 이란의 자금줄을 완전히 끊어 놓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이란 정부는 자신들의 기술력이 충분해 감산 후 재가동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궁지에 몰린 자들의 허세에 불과하다. 석유 수출에 국가 재정의 절대 다수를 의존하는 이란 입장에서 하루 1억 7천만 달러의 손실은 정권의 존립을 흔들 수 있는 치명적인 수치다. 저장고가 가득 차 생산을 멈춘다는 것은 곧 이란 경제의 심장이 멈추고 있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과의 불법적인 밀월 관계에도 강력한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란은 중국의 소규모 독립 정유공장인 이른바 '티팟' 정유사들에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를 넘기며 연명해 왔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이란의 '그림자 금융' 네트워크를 정밀 타격하면서 중국조차 이란산 원유를 넘겨받기가 매우 위험하고 까다로워졌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더욱 공고해진 미국의 강력한 패권 전략을 보여준다. 미국은 단순히 제재 명단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군사력을 동원해 '물리적 장벽'을 세웠다. 이는 국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반미 국가들에 대해 미국이 더 이상 말로만 경고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란이 튀르키예나 파키스탄 등을 통한 육로 우회 수출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그 규모는 하루 최대 30만 배럴에 불과하다. 봉쇄 전 생산량인 320만 배럴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결국 이란은 내부적인 경제 붕괴를 지켜보느냐, 아니면 미국의 조건에 맞춰 굴욕적인 협상장으로 나오느냐는 절체절명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에너지 안보의 측면에서도 이번 봉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이 통제할 수 있다는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원유 가격을 무기로 서방을 협박하려던 이란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다. 미국은 에너지 자립을 넘어 에너지 패권을 쥔 국가로서 적대국을 어떻게 무력화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는 이란 내부의 민심 이반을 가속화할 것이다. 석유 수익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혁명수비대를 지원하던 자금이 고갈되면, 고통받는 이란 국민들의 분노는 정권을 향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경제적 질식을 통해 이란 정권의 근간을 뒤흔드는 고도의 전략적 승리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또한 테러 지원국에 대한 이런 강력한 응징은 세계 평화를 위한 필연적인 조치라고 봐야 한다. 이란에 흘러 들어가는 1달러는 곧 중동 전역의 불안을 야기하는 무기로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국의 이런 단호한 국제 전략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 우리의 국익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국 역시 이번 봉쇄를 통해 미국의 힘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공급망 일부인 이란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미 해군의 물리적 압박에 감히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은, 현재 글로벌 패권의 향방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이란의 고립은 곧 반미 연대의 약화를 의미하며, 이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란의 이번 생산 감축은 단순한 운영상의 조치가 아니라 패배의 전조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수천 만 배럴의 원유와 녹슬어가는 유조선들은 독재 정권이 국제 사회의 규칙을 어겼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상징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이렇게 물리적 봉쇄 앞에 장사 없다. 이란의 꽉 찬 저장고는 정권 붕괴를 알리는 시한폭탄이 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