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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초유의 ‘무기 없는’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전쟁의 피해로 쪼그라든 푸틴의 민낯 - 탱크도, 신무기도 없다…초라해진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 드론 위협에 흔들리는 모스크바 방어망 - 전쟁 장기화에 따른 자원 고갈과 본토 보안 취약성 드러낸 크렘린
  • 기사등록 2026-05-04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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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도, 신무기도 없다…초라해진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오는 5월 9일 러시아는 전승절 열병식에서 탱크와 미사일 등 군사 장비를 전면 제외하고 오로지 보병 행진으로만 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붉은광장 퍼레이드에서 무기가 사라지는 것은 약 20년 만에 처음이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의 테러 활동 위험이 커짐에 따라 장비 동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4년이 넘어가면서 그야말로 초라해진 러시아의 군사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일, “크렘린궁은 러시아의 연례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가 올해는 규모가 축소되었으며, 우크라이나 테러 활동의 위험 때문에 군사 장비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유형의 고등 군사 교육 기관과 러시아 연방군 각 병과의 군인들이 행진 행렬의 일원으로 퍼레이드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2008년 이후 매년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퍼레이드에는 다양한 군사장비와 무기가 등장해왔다.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국가 기념일인 5월 9일에 군사장비 행진을 볼 수 없는 것은 거의 20년 만에 처음이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80주년 행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난해 전승절에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20여 개국 정상이 모스크바를 찾았으며, 수천 명의 병력과 함께 신형 전차, 드론 등 최신 무기가 대거 등장하며 대규모 행사로 치러졌다. 당시 열병식에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획득한 노획 무기까지 전시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이번 결정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러시아가 심각한 역풍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드론 위협에 흔들리는 모스크바 방어망]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의 고도화된 드론 공격이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루슬란 레비예프는 러시아어 독립방송 TV 레인과의 인터뷰에서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이 열병식 리허설 기간 무기 파괴를 노리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퍼레이드 리허설 중 집결된 장비들이 드론 타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결정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레비예프는 또 “러시아는 상당한 속도로 방공 시스템을 잃고 있으며, 이는 격화되고 있는 드론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모스크바의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러시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석유 수출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약 1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최근에는 석유 시설이 밀집한 서남부 항구도시 투압세에서도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해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우크라이나는 자체 개발 드론과 서방 지원 미사일을 동시에 활용해 러시아 군수 보급망과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타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쟁 정당화 도구였던 전승절, 이제는 부담으로]


전승절은 소련이 나치 독일을 상대로 거둔 승리를 기리는 러시아 최대의 국가 행사다. 매년 5월 9일이면 훈장을 단 참전 용사들이 거리로 나오고, 전쟁 관련 영화와 음악이 전국을 뒤덮는 감정적 분출의 장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상징성을 적극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네오나치 정권’으로 규정하고 이를 격퇴해야 한다는 논리로 전쟁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전선은 교착 상태에 가깝다. 러시아군은 동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완만한 진격을 이어가고 있으나 결정적 돌파구를 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꾸준히 마을 점령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돈바스 지역 전체의 완전한 장악이라는 푸틴의 목표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전승절 행사는 전쟁을 정당화하는 기능까지 수행해왔다. 하지만 이제 같은 행사가 오히려 러시아 내부의 균열을 드러내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전러시아여론연구소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7주 연속 하락해 65.6%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자 전쟁 직전과 비슷한 수치다. 


민심 이반의 요인으로는 장기전에 따른 경제 악화와 인터넷 통제 강화가 꼽힌다. 러시아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GDP는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으며, 이는 2023년 이후 첫 역성장이다. 이번 전승절 열병식 기간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모스크바 도심에서 모바일 인터넷 차단 조치가 예상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자원 고갈과 본토 보안 취약성 드러낸 크렘린]


이렇게 러시아가 자랑하던 '무적의 군사력' 과시의 장인 전승절 퍼레이드에서 탱크와 장갑차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는 단순히 '테러 위협' 때문이라는 크렘린의 변명을 넘어, 러시아가 처한 심각한 군사적·전략적 위기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보수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국가의 권위와 군사적 위상을 상징하는 국가 최대 행사가 이토록 초라해진 것은 푸틴 정권의 통제력이 균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과 파괴 공작이 모스크바 심장부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러시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권력을 지향하는 러시아가 자국 수도에서 열리는 행사의 안전조차 담보하지 못해 무기 전시를 포기했다는 것은 자유 진영과 대립하는 권위주의 국가의 허상을 드러낸다.


전쟁이 4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전선에 투입할 장비조차 부족한 상황이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해만 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옆에 앉히고 신형 탱크와 드론을 뽐냈던 푸틴이다. 그런 그가 1년 만에 '무기 없는 퍼레이드'를 결정한 것은 전장에 투입할 가용 자원이 그만큼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읽힌다.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압박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동안, 러시아는 구식 전술에 매몰되어 인명 피해만 늘리고 있다. 이번 퍼레이드 축소는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에서 일부 마을을 점령하며 승기를 잡았다고 주장하는 홍보전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러시아 내부의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일 가능성도 크다. 화려한 무기 행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사한 수많은 장병의 가족들에게 오히려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전쟁의 비극은 감추고 싶지만, 승리의 상징성은 유지해야 하는 푸틴의 딜레마가 '반쪽짜리 퍼레이드'로 나타난 것이다.


자유주의 진영의 입장에서 볼 때, 러시아의 이러한 위축된 모습은 북한과의 군사 협력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러시아의 절박함을 재확인시켜 준다. 스스로 '세계 2위의 군사 강국'이라고 자부하던 러시아가 이제는 자국의 축제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침략 전쟁의 결말이 결코 달콤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또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첨단 무기 제조에 필요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진 현실도 이번 행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퍼레이드에 동원될 장비들의 정비 상태나 수량이 공개되는 것이 군사 기밀 노출만큼이나 치명적인 '약점 노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푸틴이 내세운 '특별 군사 작전'은 러시아를 국제적 고립으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자존심이자 근간인 전승절 행사마저 퇴색시켰다. 러시아 인민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역사적 승리의 기억은 이제 독재자의 권력 유지를 위한 초라한 배경화면으로 소모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세력이 맞이할 비참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모스크바 하늘에 수놓아질 삼색기보다 텅 빈 붉은 광장의 아스팔트가 현재 러시아의 국력을 더욱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현실을 깨우치는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러시아는 이제라도 무모한 침략을 멈추고 국제 질서로 복귀해야 한다. 퍼레이드에서 무기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전장에서 무기를 거두는 것이 러시아가 진정으로 사는 길임을 푸틴 정권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탱크가 사라진 붉은 광장은 푸틴의 '승리'가 아닌 러시아의 '고갈'을 증명하는 역설의 무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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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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