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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9-27 14:08:23
  • 수정 2018-12-05 22: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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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말대로 영변 핵시설이 평화 목적이었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그냥 인공위성이었나?
-무조건 전쟁을 피해야 한다면 전쟁 불사하겠다는 놈에게 항복하여 노예로 사는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 미국은 동맹의 기본 안 지키는 남한을 위해 왜 자기 전략자산을 사용해야 하나?


▲ 평양남북정상회담 3일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두산=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최근 남북관계 및 정상회담 관련한 글을 좀 썼는데, 그 다양하고 격한 반응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느낀 당혹감 내지 의문은 다음과 같다.

이는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 이성과 상식의 문제다.


1) 김정은의 선의와 말씀(?)에 대한 믿음과 낙관이 넘치는데, 3대에 걸쳐 숱하게 뒷통수를 때린 김정은 일당이 (또 다시 뒷통수를 때렸을 때의) 대책을 고민하지 않는다.


돌아보면, 1990년대 중반 영변 핵시설 폭격 얘기 나왔을 때 지금 김정은을 믿는 사람들은 그게 핵무기가 아니라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시설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반복했다(나 역시 그렇게 믿었는데, 여지껏 추위에 떨고 더위에 지친 인민을 위한 원자력 발전소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1998년인가 인공위성 발사 소동이 났을 때도, 그것이 대륙간 탄도탄 발사 시험이 아니라, 우주 이용의 권리이자, 말 그대로 인공위성 시험이라고 말했다(나 역시 그렇게 믿었다).


6.15 합의, 9.19 성명, 10.4 합의의 부동의 대전제는 북한의 비핵화였다. 핵을 가질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설레발쳤다. 그 땐 핵무기와 핵위협(미국의 전략자산과 한미동맹) 동시 제거가 결코 의제가 아니었다.


2) 앞뒤가 맞지 않고, 위아래가 맞지 않는 무뇌아적 사고가 너무 많이 보인다. 분절적 파편적인 사고다.


북한이 그야말로 인도주의적 이벤트인 이산가족 상봉 확대를 왜 그렇게 꺼려 했는가?

장성택과 김정남을 왜 그런 방식으로 죽였는가?

수십 만명을 수용소에 가두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악행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그런 요소들이 북한 체제와 세습 권력을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핵을 개발한 이유도 체제와 권력에 대한 내적 외적 위협을 분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고 존엄한 가치다. 김정은이 2018.1.1 신년사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전향적으로 나서는 것은, 핵무력이 완성단계에 도달했고, 제재도 극히 심해졌고, 무엇보다도 남북정상회담 이벤트가 체제와 권력에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3) 조국통일 운운하는데, 통일 비용은 접어두더라도(분단 비용이 더 클 수 있으니), 구체적인 통일의 상을 생각해본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통일은 체제와 권력의 단일화인데, 민족 자존의 이름으로 생명권, 재산권, 자유권(거주이전의 자유, 표현의 자유), 3권분립, 민주적 선거, 연좌제 금지 등을 절충 내지 포기할 의사가 있는 건지? 나는 없다. 전혀 없다.


남한으로의 수렴 통일 외에 다른 통일은 없다. 나는 통일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을 생각이 분명히 있지만, 적화통일을 막기 위해 생명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내놓을 생각도 있다.


4) 핵무기 자체의 양면성에 대한 냉철한 시각이 없다. 야구방망이도, 사시미칼도, 핵폭탄도 사용하는 사람(목적)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야구방망이는 야구 연습 및 게임용인 것처럼 핵무기는 체제 생존과 재래식 군비 감축 수단이다. 하지만 마음만 달리 먹으면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이런 얘기하면 한미동맹과 미국의 전략 자산 얘기 꺼내곤 한다.

그런데 한미동맹이 그렇게 굳건한가?

영원할 것 같나?

또 미국은 동맹의 기본과 원칙을 가장 안 지키는 남한을 위해 왜 전략 자산을 사용해야 하나?


또 있다. 핵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는 무기란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미국의 핵무기를 그렇게 두려워했을까?

왜 그렇게 엄청난 제재를 뚫고 수십만 명이 굶어 죽어가면서 핵무기를 개발했나?

북한이 바본가?


핵강국들이 핵을 실전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은 핵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핵 사용에 따른 득과 실을 따져보니, 실이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은 다른다. 명백히 다르다.


북한은 자신들을 상대로 한 (우리가 볼 땐 피해망상이거나 사기인) 미국의 핵전쟁 책동을 떠벌이면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그런데 미국이 왜 북한을 상대로 핵전쟁을 일으키나?

깨놓고 말해서 북한이 느끼는 가장 큰 위협은 남한과의 격차에 따른 체제 붕괴(내전과 외세, 즉 남한과 미국과 중국의 개입) 위협 아닌가?

즉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적 위협이 두려운 게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 위협을 제거하는 방법은 북한이 경제, 자유, 인권, 민주 등에서 앞서거나(당연히 저 체제로는 불가능하다), 남한을 없애는 것(적화통일)이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죽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그것은 지난 70년간 북한 주민의 삶이 증명한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경기장과 연도에 조직 동원된 주민들의 고통이 증명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그럼 전쟁 하자는 거냐며 눈을 부라린다. 소득주도성장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장하성이 “그럼 대기업 위주 수출주도 양극화 성장하자는 것이냐”고 받아치는 것과 닯았다.


세상에 전쟁과 평화 둘만 있나?

무조건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세워놓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오는 놈에게 항복하여 노예로 사는 수밖에 없다.

뇌가 이상한 것 같다. 남북관계는 전쟁과 평화의 택일이고, 경제는 소득주도성장과 대기업 수출주도 양극화 성장의 택일로 보는 그 논리구조가 희한하다.


5)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악의 정권은 ‘사실상 도적집단’, 즉 조직된 지대추구 집단과 연대하는 것이다.


재벌대기업은 그래도 해외에 나가 치열한 경쟁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오지만(그래서 못 벌어오면 파산이라는 책임을 진다), 피땀흘려 벌어온 돈을 법제도와 위력(단결투쟁력)으로 냠냠 맛있게 드시기만 하는 집단이 있다.

하는 일에 비해 처우가 월등한 이들은 잘못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바로 공공부문과 조직노동이 그들이다.


그런데 최악 중의 최악은 적국과 내통하는 것이다.

흑금성이 증언한 ‘총풍’ 식의 간첩질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지율이나 선거승리를 위해, 못하는 것이 없는 행태를 보면, 또 민주주의 국가 정치인들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아는 북한의 집요한 요구를 단호히 물리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즉 정권의 작은 이익을 위에 두고 국가와 국민의 큰 이익을 아래에 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6) 한반도 최강의 권력은 김정은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또 김정은 권력의 힘도 잊고 있다.


김정은과 비교하면 문재인 권력은 아무것도 아니다.

시한도 있고, 다양한 견제 감시 기제도 많다.

골치아픈 언론과 SNS도 있다.


그런데 김정은은 시한도 없고, 견제 감시 장치도 없고, 인민의 눈과 귀와 코와 입을 다 막아버릴 수 있고, 필요하면 얼마든지 싫은 놈과 그 가족과 친족까지 없애버릴 수 있다.


총수가 갈 일이 전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표 재벌을 다 불러올려서 묘목장 보여주는 어이없는 이벤트를 연출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북한 주민을 그렇게 장시간 조직 동원하는 힘도 있다.


이 최강의 권력은 남한의 정치와 선거에 개입할 수단이 너무 많다.

남북정상회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세계를 놀라게 할 무슨 폭탄 선언, 총풍 같은 것, 하다못해 남파공작원을 통한 (북한 입장에서) 정말 위험한 후보 암살까지… 솔직히 김정남 암살도 했는데 못할 것이 뭔가?


당연히 민족 뽕 환자들과 김일성과 핵과 ICBM에 뿅 간 정신적 사대(종북)주의 정치인(집단)을 다양한 형태로 도우려 할 것이다. 바로 이게 무서운 것이다.


7) 나는 가진 자원이 너무나 미소하지만, 반조선자유민주공화 통일전선을 형성하여, 이 한심한 한국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대한민국을 자유롭고 부강한 나라로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인 정치세력을 궤멸시켜 정치를 정상화하는 꿈이 있다.


2011년 백만민란 운동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문재인, 이해찬, 한명숙, 문성근 등이 일으킬 변화(민주당 접수)에 대해서 상당기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손학규가 호응하자 민주당이 이들에 의해 접수되었고, 오늘 이런 대사단이 났다.

역사가 완전히 퇴행하고 있다.

정 반대의 정치 혁명도 가능하고, 꼭 이뤄내야 한다.


아무튼 나같은 미물 정치인도 이런 꿈을 꾸는데, 나보다 자원이 수억 배는 될, 한반도 최강의 영원, 무한 권력자인 김정은이 어떤 꿈을 꿀지 설명이 필요없다.


그것은 사회주의 (핵)강국을 건설하여 조국통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통일은 이른바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원칙에 입각한 적화통일이다.

인간의 존엄, 생명, 자유, 행복 등이 보장되는 그런 통일이 아니다.


경제인의 시각으로 정치인의 꿈을 축소해석하지 마라 이 얘기다.

초선의원만 돼도 다 대통령 꿈을 꾸는 과대망상이 정치인 유전자인데, 한반도 최대, 최강의 정치인 김정은이 꾸는 꿈과 부리는 술수는 장구한 역사를 살펴 추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누가 뭐라해도 북한 주도, 김씨 왕조 주도의 통일이다.

국가지 대사는 정치인의 선의나 말에 기대는 것이 아니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

북한은 그렇게 해왔고, 그래서 핵을 개발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 그것 하나만은 북한에서 배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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