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싱크탱크, “시진핑 권한 약화, 사임 준비” 제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실각설에 대해 여러 논란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싱크탱크마저 시진핑 주석의 실각설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해 중국의 정치적 혼돈상태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이러한 문제제기가 수시로 중국에 관한 ‘China Brief’라는 심층 보고서를 내고 있는 유명한 국방안보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 파운데이션(Jamestown Foundation)에서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무게가 있다.

제임스타운 파운데이션은 23일(현지시간) 차이나브리프를 통해 “시진핑 주석은 원래 오는 2027년말 중국공산당 제21차 전국대표대회 때까지 지도부의 핵심(核心)으로서 지위를 당연히 지킬 것으로 봤지만 최근들어 대외적으로나 국내적으로 상당한 권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들어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외교분야에서 전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특히 지난 5월 11일~12일 제네바, 그리고 6월 10일~11일 런던에서 진행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이례적으로 허리펑(何立峰) 부총리는 시진핑 주석의 이름이나 시진핑 사상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내용은 영국의 BBC도 지난 6월 11일, “시진핑의 이름도, 사상도 언급되지 않은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차이나브리프는 이어 “중국내에서는 인민일보, 신화통신, CCTV 등 권위 있는 관영 매체에서 시진핑 주석의 이름이 거론되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실제로 인민일보 6월 10일자 1면 기사는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이 발표한 민생 개선에 관한 의견서를 발표했는데, 여기서도 당연히 언급되었어야 할 시진핑 사상은 등장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차이나브리프는 또한 “6월 초 국무원이 거행한 행사에서도 고위급 관리 50여명이 참석했음에도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을 뿐 시진핑 주석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시진핑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리창(李强) 총리마저 이 행사를 주재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아주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차이나브리프가 특히 주목한 것은 지난 2012년말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면서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이 항상 헌법에 따라 통치되는 국가라고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돌연 시진핑의 이름 대신에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을 핵심적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점은 중국내 권부에 이상이 생겼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시진핑에 대한 가장 큰 도전, “군부 압력에 직면해 있다”]
제임스타운의 차이나브리프는 이와 함께 “시 주석은 또한 군과 과학기술산업 복합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분야에서 계속해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인민해방군(PLA) 내부에서는 시 주석에게 충성하는 장군들과 시 주석 반대파들을 따르는 장군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났다”고 짚었다.
차이나브리프는 이어 “올해들어 중국의 군부를 이끄는 중앙군사위원회 등에서 시진핑 직계로 알려진 3명의 고위 장군이 해임되었다”면서 “허웨이둥(何卫东) 장군, 군 인사 및 사상 검열 책임자 먀오화(苗华) 장군, 그리고 동부 전구 사령관 린샹양(林向阳) 장군이 그들인데, 모두 2월말 이후 공식석상에서 자리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이들 3명의 장군은 현재는 없어진 복건성의 31군집단군에서 처음 경력을 쌓은 이래로, 1985년부터 2002년까지 시진핑이 ‘전선성’(前线省)에서 복무할 당시부터 그의 측근이었다.
[경제정책에서도 실망감 안겨준 시진핑 주석]
차이나브리프는 “기술 측면에서도 시진핑과 관련된 국가 주도 투자 이니셔티브가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전기 자동차(EV), 친환경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를 개발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배정한 정책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고 짚었다.
실제로 2024년 중반에 시진핑은 특히 칩 분야를 포함한 선택된 기술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450억 달러를 투자하는 ‘빅 펀드 3’을 직접 승인했다. 시진핑은 2014년과 2019년에도 같은 개념의 빅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차이나브리프는 “시진핑의 소련식 산업정책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부패만 만연했을 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전기차 사업도 비슷한 혼란에 빠져 있는데, 2018년 이후 중국에서 400개가 넘는 전기 자동차 회사가 문을 닫았는데, 이는 80% 감소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중국의 전기차 사업도 실패했다고 본 것이다.
[시진핑 정책 뒤엎는 당 지도부, 덩샤오핑 시대로 회귀]
흥미로운 것은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추진해 왔던 핵심 정책들도 역사의 뒷장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차이나브리프는 “최근들어 (시진핑의 실각설이 나돈 이후) 중국의 정책들이 덩샤오핑이 주창하고 후진타오(胡锦涛) 전 주석과 고(故)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끌었던 공청단파가 주도하는 개혁 개방 정책으로의 선회(轉轉)를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는 시진핑의 위상이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차이나브리프는 이어 “지난 6월 10일, 런던에서 미중 무역 협상이 한창이던 시기에 인민일보는 하이테크 선구자인 화웨이의 창립자 겸 CEO인 런정페이(任正非)와의 인터뷰 기사를 1면에 실었다”면서 “‘국가가 개방적일수록 우리는 더 많은 진보를 이룰 수 있다’(国家越开放,会促使我们更加进步)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인민일보는 시진핑의 이름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는데, 다른 이도 아닌 민간인을 인민일보 1면에 내세웠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인민일보가 1면에 공산당 지도부가 아닌 민간부문의 인물을 실은 사례는 지난 2015년 8월 11일이 마지막이었다.
[벨라루스 대통령과 시진핑의 만남, 아주 이례적]
차이나브리프는 또한 “지난 6월 4일, 시진핑은 벨라루스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를 위해 열린 ‘홈파티’에서 시진핑은 예상밖으로 부인이자 인민해방군 가수인 펑리위안(彭丽媛)과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딸 시밍쩌(习明泽)와 함께했다”면서 “이 특이한 사건은 중화인민공화국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고, 벨라루스 국영 언론이 벨라루스의 제1부총리 니콜라이 스놉코프를 인용해 보도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고 짚었다. 벨라루스에 실린 이 기사들은 최근 이유없이 삭제됐다.
차이나브리프는 이어 “마오쩌둥을 포함한 어떤 중국 공산당 지도자도 자녀를 외교 행사에 데려온 적이 없었다”면서 “시진핑이 왜 이 저녁 식사 자리에 딸을 등장시키기로 했는지 이해하도록 도울 만한 실질적인 증거는 없지만, 중국 정치에서는 자녀와 함께 대중 앞에 나타나는 것은 한때 권위적이었던 아버지가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전통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서 배제된 시진핑, 사실상 실각상태]
차이나브리프는 “그동안 당의 핵심인물이었던 시진핑이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서 영향력을 잃어버림으로 인해 중국 정치는 흥미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시진핑에게 확실한 경쟁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차이나브리프는 이어 “시 주석의 핵심 정책 목표인 국내 기술 혁신을 충분히 육성하지 못하면, 국가 부흥이라는 중국의 오랜 의제가 마비될 수 있으며, 동시에 사회보장제도 투자 확대 프로그램의 지연은 수십 년간 중국 경제의 약점이었던 소비 지출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강경파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시진핑의 부재는 중국에게 크게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차이나브리프는 지난 4월 23일에도 “지난 2023년부터 시진핑의 핵심 측근들이 군 고위층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이는 시진핑 후계자를 포함한 핵심 세력을 군부에서 축출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시진핑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숙청은 이젠 군부를 넘어 국가기구로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 공산당의 조직부장을 맡았던 리간제(李干傑)가 취임 2년만에 물러났다는 것은 지금 중국에서 시진핑의 권력기반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차이나브리프는 “이러한 중국내 엘리트층의 동향은 소위 ‘당 중앙의 핵심’(党中央的核心)인 시진핑의 권력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중국내 선전매체들을 통해서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군부의 공식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军报)는 지난 3월 10일, “우리의 원칙은 당이 총을 지휘하는 것”(我们的原则是党指挥枪)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1월 12일자에서 “칼자루를 당과 인민의 손에 단단히 쥐어야 한다”(确保“刀把子”牢牢掌握在党和人民手中)고 촉구했었다. 여기서 인민일보가 지칭한 ‘총’과 ‘칼자루’는 중국 공산당의 핵심 권력기반인 인민해방군과 국내보안기구를 상징하는 은유다. 그런데 지금 시진핑의 핵심 측근들이 바로 ‘중국 공산당의 ’총‘과 ’칼자루‘에서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지난 4월의 차이나브리프에서는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는 시진핑 측근에 대한 숙청은 시진핑의 권력 기반을 약화시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시진핑과 경쟁할 수 있는 이가 나타났거나 당장 시진핑이 축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71세의 시진핑은 여전히 당, 군대, 정부의 수장으로 제3차 5년 임기를 수행 중”이라고 짚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차이나브리프는 확연하게 시진핑의 권위와 지위가 약화되고 있으며, 사실상 은퇴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이다.
참고로, 일본의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도 지난 6월 12일자 ’가까이 서 본 중국‘이라는 나카자와 카츠지 전 중국 지국장의 글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군부에서 완전히 힘을 잃고 있다”고 짚은 바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