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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8-01 19:05:44
  • 수정 2018-12-05 22: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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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전북지역 기자간담회가 7월 3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실시된 가운데 이해찬 후보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전주=뉴시스】


야구에 원포인트 릴리프라는 게 있습니다.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롱릴리프 역할을 하기는 어렵지만 한두 타자를 잡아서 급한 불을 끄고 내려가는 역할입니다.

원포인트라고 하지만 경기 전체의 승부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선 이해찬이 야구로 치자면 전형적인 원포인트 릴리프 아닌가 싶습니다.


이해찬이 원포인트 릴리프라면 지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내려갈까요?


이해찬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주역 즉 킹메이커이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주주입니다.


나이나 선수를 따져봐도 직접 전면에 나설 군번은 아니죠.


그런데도 이해찬이 직접 노구를 이끌고 당대표 경선에 나섰다는 건 그만큼 긴급하게 여권이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가 생겼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이해찬은 지난해 대선 직전 "보수를 완전히 궤멸시키고, 진보세력이 4~5번 연속 집권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해찬의 이런 연속 집권론(사실상 영구집권론)은 이후 추미애와 김민석 등에 의해서도 리바이벌됐습니다.

사실상 집권여당 내부의 공식 합의 사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해찬이 직접 당대표 경선에 나섰다는 것은 바로 저 장기 집권 또는 영구집권을 위해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좌파세력의 영구집권을 위해 이해찬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좌파의 영구집권을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정치 일정으로 보자면 당장 2020년의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당면 과제입니다.

2020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2022년의 대선 승리도 위태로워집니다.

20년 집권 나아가 장기 영구집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2020년의 총선 승리입니다.


하지만, 이해찬이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가 된다고 해서 총선 승리를 위한 뾰족한 대책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2020년 총선은 철저하게 문재인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얻은 득표율 그대로 총선에서도 득표한다면 무려 250석을 획득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더군요.

하지만 2년 뒤 총선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의 우세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가 아니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촛불시위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일종의 축하케이크 자르기나 샴페인 터뜨리기 정도의 의미였다고 봅니다.

지난 대선의 승리 및 정권 교체를 민심이 확실하게 추인해주고 도장을 찍어준 정도의 절차였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총선은 다릅니다.

2020년은 문재인 집권 3년차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객관적인 성과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작용하게 됩니다.

중간평가인 것입니다.


하지만 여권의 총선 승리에 대한 불안감은 앞으로 계속 커지게 될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경제의 추락이 심각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여권이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재의 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정책 기조를 바꿀 경우 우선 지지층의 분열과 이탈을 막기 어렵습니다.


또한 현 집권세력이 지난 집권기(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에 대해 스스로 평가 반성하는 내용도 문제입니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이 고위 공무원 특히 재경부 등의 고위관료에 휘둘려 개혁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오랜 세월 부와 권력을 축적해온 기득권 세력(이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용어가 '적폐'입니다)을 제대로 척결하지 못하고 너무 부드럽게 대한 것이 정권을 잃은 핵심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현 집권세력이 정권을 잡기 전부터 거의 공공연하게 알려져왔던 사실입니다.


개혁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적폐 세력을 척결하지 못한 결과가 바로 노무현의 비참한 죽음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선택할 길은 명확합니다.

스스로 개혁이라고 믿는 정책 노선에 죽어라고 매달리고 군사작전 하듯이 적폐 세력을 박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권력을 잃고 죽음과 멸망의 길에 내몰릴 것이라고 이들은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말 그대로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사실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 이후 해온 일들이 반국가 범죄의 혐의가 짙습니다.

우파 진영 내에서 그런 의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이 문재인 임종석 등을 내란죄와 국가기밀누설죄 등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경우 현재 여권의 핵심세력은 100%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죄목은 과거 정권교체 이후 정권을 잃은 세력에게 적용됐던 어떤 혐의보다 심각하고 무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극단적으로 여적죄나 내란죄가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여적죄는 유죄로 확정될 경우 무조건 사형입니다.


현재의 집권세력도 이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필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권력이란 게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이라고 하지만, 현재의 집권 세력에게는 더욱더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결국 현재의 집권세력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정권을 연장시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걸 만들어내는 것이 이해찬의 역할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최근 청와대에서 연정 내지는 협치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야당 인사를 내각에 참여시키겠다는 제안이 그것입니다.

박지원 민평당 의원이 자신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성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색깔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정치적 정체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친노' 성향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봉하 노무현 묘소에 참배하고 권양숙과 대화한 것에서도 그의 정체성이 드러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김병준은 당내 반공 보수를 강조하는 의원들을 겨냥해 “동북아 질서가 변하는 만큼 사고체계도 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가는 흐름에서 자유한국당도 그간 고집하던 냉전·반공 보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일 것입니다.


국가주의 비판 등 경제관에서는 현재의 집권세력과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대북관계에서는 상당한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첫째, 현재 여권은 반드시 정권을 연장시켜야 할 절체절명의 요구가 있습니다.


둘째, 현재의 정상적인 정치일정 즉 총선과 대선을 그대로 따라가기에는 위험부담이 큽니다.


셋째, 연정 또는 협치를 위한 시도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해찬의 역할이 정권 연장으로 가는 길을 열어가는 원포인트 릴리프라고 한다면, 그 일차적 수단은 연정 내지 협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연정이나 협치를 통해서 이들이 무엇을 달성하려고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남북연방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 통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남북연방제 개헌이 이뤄지면 총선이나 대선 등 정치일정의 의미는 현저히 약화됩니다.

완전히 새로운 정치일정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의회가 해산되거나 대통령제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비상한 기획력과 추진력, 실행력 그리고 카리스마를 갖춘 원내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총선을 통한 의석 확보가 아닌, 기존 의석 분포를 유지한 상태에서 재적의원 3분의 2라는 개헌 찬성표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해찬 같은 실세가 동원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해찬은 2011년 혁신과통합이나 백만민란 같은, 껍데기뿐인 조직을 갖고도 당시 민주당 손학규 체제로부터 엄청난 지분을 챙겼던 사례가 있습니다.


정치공학적 술수의 대가인 것입니다.

선거를 통하지 않고도 정치권의 새 판을 짜는 적임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포인트 릴리프라고 했는데, 이해찬이 추진하는 연정이나 협치 자체도 원포인트의 성격이 강할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여야 모두 전면적인 합당으로 가기에는 얽힌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고 이를 정리할만한 리더십도 부족합니다.


김병준의 경우 자신의 독자적인 정치적인 위상에 대한 야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합당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여야 정치세력은 일시적으로 개헌안 통과에서만 협력하여 주고받을 것을 주고받은 후 자신들의 독자적인 정치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설혹 이해찬이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누군가 나서서 이런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봅니다.


정의당이야 어차피 현 여권의 2중대 성격이 짙고, 민평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른미래당은 독자적인 변수가 되기 어렵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선거구 개편 등을 받는 조건으로 개헌에 협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전부는 아니겠지만) 제휴가 이뤄지고 여기에 정의당과 민평당이 따라가면 이 구도를 막을 힘은 현재 정치권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원포인트 연대를 추진하는 명분을 얻기 위해 감성적인 민족공동체 형성이나 통일로 가는 전단계라는 호소에 이어 현실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방경제가 유일한 길이라는 식의 선동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유권자 수준이나 지식인들의 허접함을 고려하면 먹혀들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과의 거래 등 유엔 제재 위반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오히려 반미정서의 강화와 친중종북의 명분을 정당화하는 재료로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면 이후의 국민투표에서는 개헌안을 막아내기 어렵습니다.

국회 통과 이전도 그렇지만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된 이후에는 거의 전면적인 여론전과 함께 테러 등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하나의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만의 하나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대한민국의 운명은 결정적인 시기를 맞을 것입니다.


저 시도가 현실화되고, 그것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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