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07-03 11:15:23
기사수정




아는 기자님을 몇년만에 만났습니다.

이분이 궁금해 하시더군요. 당신 원래 동교동 친김대중 성향 아니냐?

사람들에게 ‘호남주의자’ ‘호남절대주의자’ 정도로 불리는 제가 보수주의자가 된 것이 이상하게 여겨졌나 봅니다.


다음은 그분의 의문에 대해 제가 대답한 핵심 내용입니다.


제 입장이 변한 것처럼 느껴지실지 모르지만, 사실 기본적인 시각이나 스탠스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호남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발언을 시작했지만, 당시에도 호남 문제를 고질화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친노좌파를 꼽았던 것은 기자님도 잘 아실 겁니다.

제가 친노좌파를 싫어했던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호남의 반시장 반기업 반자본주의 나아가 반대한민국 정서를 가장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악용하였기 때문입니다.

호남 내에 그런 반체제 정서가 강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사실상 호남은 지금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일원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건 호남의 불행이기도 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질곡입니다.


호남 특히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라는 허울 때문에 사실상 미래가 없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호남에 특별한 일자리도 없고, 외지에 나가도 호남 출신이란 게 불이익이면 불이익이었지 유리한 요소는 아닙니다.


그러니, 호남 출신 젊은이들 특히 유능하고 야심이 있는 젊은이일수록 생산적인 일보다는 정치적인 영역 즉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 노조, 언론계 등으로 많이 나아가게 됩니다. 문제는 이들 영역은 정상적인 시장경쟁보다는 연줄 등의 배경이 작용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호남 현지에서 또아리틀고 있는 이른바 원로라는 늙은이들이 중앙의 유력단체나 유력인사들과의 연줄을 이용해 이들 젊은이들을 '배정'해주고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그러니 호남 현지에서 더욱더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게 됩니다. 이는 호남의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키고, 다시 젊은이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문제는 현재 문재인정권이 호남과 친노좌파의 연합정권이라는 점입니다. 호남의 경우 직접적인 인적자원의 수혈도 수혈이지만, 그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호남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상징자산을 친노좌파가 매우 효과적으로, 악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남의 정치적 상징자산은 바로 5.18의 피 그리고 70~80년대 민주화 투쟁의 상징성, 김대중의 영향력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노좌파는 자기 것도 아닌 이들 상징자산을 매우 교묘하게 자기 것으로 등기해놓고 실컷 우려먹고 있습니다.


이 상징자산은 앞으로 상당 기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친노좌파와 호남의 상징자산의 결합으로 탄생한 문재인정권이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우파세력은 이 문제를 좀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류이념이 바뀌었다는 것, 바로 이 현상을 뒷받침하는 게 호남의 상징자산이라는 것. 이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파들이 여전히 자신들이 왜 이리 비참하게 붕괴하여 쉽사리 회복할 길이 보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호남의 상징자산과 친노좌파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이 정권이 호남과 나아가 대한민국을 위해 바람직한 존재인가 하는 점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호남 출신들이 고위직에 약진하고 호남이 정권을 잡았다며 만족한다고 해서 호남의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요?


그건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이대로 가면 정말 상황이 심각해집니다. 저는 문재인 정권이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경우 '호남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소리가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그런 소리가 적지 않게 들립니다.


우파들의 태도도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 우파는 호남과 친노좌파를 분리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파는 반대로 호남과 친노좌파의 결합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호남을 저주하고 모욕하고 혐오합니다. 호남이 더욱 좌파로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호남도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광주유공자 명단도 공개해야 합니다. 그밖에 5.18이나 호남의 정치적 행동 등도 얼마든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광주 현지에서 5.18단체에 대한 불만도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비판과 혐오는 엄연히 다릅니다.


사실, 우파의 호남 혐오는 우파 자신의 진화를 가로막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우파는 특히 삼당합당 이후부터 호남을 혐오하고 모욕하고 더러운 이미지를 덮어씌워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그것은 매우 막강한 무기였습니다. 호남만 고립시키면 우파의 중심인 영남패권은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손쉽게 정치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으니까요. 각종 선거 결과가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렇게 손쉽게 승리하다 보니 우파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하고 적응할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 차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와 사회 모든 측면에서 87년체제의 성립 이후 전방위적으로 진행된 현상입니다. 우파와 영남패권은 호남 혐오를 무기로 삼으면서 스스로의 발목에도 족쇄를 채웠던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호남에 가서는 "당신들의 그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나아가 반대한민국 정서를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호남과 대한민국이 다같이 불행해진다"고 비판하고, 영남 등에 가서는 "당신들의 그 인종주의적 호남 혐오를 버리지 못하면 이 나라의 국민 통합은 불가능하고, 그 결과는 당신들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와 다같이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누가 이런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에 이런 메시지의 타겟이니 언급할 가치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이런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을까요? 우선 '메신저가 곧 메시지'라는 원리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그동안 호남차별과 혐오의 한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영남패권의 본당 자유한국당이 외치는 저 메시지가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철수만이 이런 정치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지지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안철수는 이런 메시지를 이해할만한 정치 철학의 바탕이 없습니다.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이 계속 고전하고, 자신의 독자적인 정치적 포지션과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핵심 이유가 이것이라고 봅니다. 여전히 답답한 상황입니다.


이게 제가 우파적 관점을 갖게 된 배경이라면 배경입니다. 무엇보다 호남과 친노좌파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 그래서 호남을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호남도 살고 대한민국도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얘기 들으신 그 기자님이 "이번 지선에는 왜 출마하지 않았느냐"고 하시더군요. 돈도 없고, 아마 공천도 못 받았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기자님이 "아니, 호남 출신들이 많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가셨어야죠 ㅉㅉㅉㅉ" 하시더군요 ㅎㅎㅎㅎ

평소 많이 했던 얘기인데, 막상 제대로 정리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다시 적어봤습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94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장 추부길 편집장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Why TV 오피니언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WHY TV 칼럼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