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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6-28 15: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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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한다. 

농업과 농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게 사실일까?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일원 차타고 다니다 보면 갑자기 악취가 급습하곤 한다. 

분뇨 냄새이다. 

인분을 처리해서 거름으로 쓰기 때문이기도 하고, 축산농가들이 제대로 가축 분뇨 처리를 안한 탓이기도 하다. 차량 창문을 열고 있으면 더욱 심하다.



지난해 대선 때 국민의당에 축산농가들이 와서 하는 얘기를 곁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전국의 축산농가들이 운영하는 축사가 대부분 불법인데 그동안 임시로 존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그 유예기간이 끝나도 그대로 합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요구였다.


대선기간이라 그 얘기를 민주당에도 하고 오는 모양인데 원래 오기로 한 시간을 무려 한 시간이나 지체하고도 보무당당하게 미안한 기색도 없이 들어와서 하는 얘기가 그거였다. 

여러 사람들이 관련된 행사라서 다들 마음이 바짝바짝 타는데 그분들 그런 것은 아예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 그 주장에도 어이가 없었다. 

지금 전국 여기저기에서 소 돼지 등 가축 기르는 축사 가운데 불법 축사가 많다. 

그렇게 불법 축사 지어놓고 엄청난 가축 똥오줌을 쏟아내곤 한다. 

그 똥오줌 모두 하천으로 흘러든다. 

특히 요즘 같은 장마철이면 좋은 기회라고 한다. 

똥오줌 등 오염물질 몰래 버리기 좋은 계절인 것이다.


돈은 축산농가가 벌고, 환경오염 부담과 처리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외부 불경제 효과라고 한다. 

이거 심각한 문제이다.


물론 농가들의 처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농자천하지대본이니, 신토불이니 하는 막연한 감성주의를 걷어치워야 한다고 한다. 

'우리 것이 좋은 거시여'하는 얄팍한 깨시민식 감성 충족을 위해 전국민이 누려야할 소중한 환경자산인 하천이 오염되고 악취에 시달리는 것이 맞는 것인가?


그냥 돈 벌라고 환장해서 환경오염이고 뭐고 자기들 호주머니 챙기기 바쁜 농업 사업자들 주제에 거룩한 환경전사 흉내내는 것도 가소롭다. 

농민 농촌 농업 어쩌구 하는 단어만 나오면 그냥 경건 거룩해지는 지식인들의 행태도 문제이다.

농자천하지대본, 그런 거 없습니다. 


차라리 기업천하지대본의 시대라면 말이 된다. 

엄밀하게 보자면 농업은 환경보존이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심각한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다. 


무엇보다 농업을 시장논리를 벗어나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 때문에 농업에 자본이 투하되지 않고, 농업 자체의 진화가 가로막히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농업은 자본의 진출과 시장주의적 원칙의 확립 그리고 농협 등 정부의 개인과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축산농가도 살고, 환경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 축산농가들과 군산시가 협약을 맺고, 전북의 새만금에 축산농가들이 공동출자한 축산벤처기업을 만들 수 있다. 

환경오염 사업을 하필이면 새만금으로 가져오느냐는 불만도 있을 수 있지만, 환경은 결국 관리의 문제이다. 관리는 결국 기술과 설비의 문제이고 이것은 자본투자의 문제로 귀결된다.


새만금은 인구 밀집지역에서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악취 등의 관리가 비교적 용이하다. 

축사 등을 집중해 관리하고 거기에 자본을 투자해 오염 방지 시설을 갖추면 환경오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갯벌은 천연 정화시설이기도 하다. 

그 기능과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다고 본다.


축산농가들은 현지에 거주하지 않아도 자신이 현물 출자한 가축의 비율에 따라 수익을 분배받으면 된다. 

원할 경우 직접 현지에서 직원으로 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전국의 축산농가들이 환경오염 부담에서 벗어나 연착륙(soft landing)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새만금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 축산벤처기업 모델에 대기업이 출자하면 더욱 좋은 모델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아무래도 경영능력이나 자금동원능력, 해외진출 능력 등에서 대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축산벤처기업에 참여를 거부하고 여전히 자기가 있던 곳에서 축산업을 계속하겠다는 축산농가에 대해서 말 그대로 FM 원칙대로 환경오염 방지기준을 적용해서 감시하고 단속해야 할 것이다.

벌과금 왕창 때리고, 행정 제재 들어가야 한다. 


지금처럼 온갖 오염물질 쏟아내면서 이익은 자기 주머니에 넣고, 비용은 다른 국민이 지불하는 행태는 막아야 한다. 

국가권력, 정부는 이런 일 하라고 있는 거다.


2016년에 LG CNS가 새만금에 3800억원 투자해 여의도 4분의1 면적의 스마트팜 단지를 만든다고 한 적이 있다. 

이때 전국의 농민단체가 몰려와 머리띠 매고 반대하고 전북 현지의 언론 등이 짖어대고 심지어 전북도의회가 반대 결의안을 채택해 결국 사업 추진이 무산됐다. 


명분은 간단했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LG CNS는 IT서비스 회사이지, 농업 회사가 아니다. 

스마트팜 단지를 만든다는 것은 농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농업 지능화 기술과 설비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었고, 새만금 스마트팜 단지에서 생산되는 토마토 등은 전량 해외로 수출하고 국내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결국 사업은 무산됐다. 

전북 현지와 전국 농민들의 반기업 정서 때문이다.


이제 한국GM과 현대중공업 등 기업들이 군산을 떠나는 상황에서 군산 시민들이 그 스마트팜 반대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 사업 들어왔다면 새만금도 살고, 군산도 굴뚝산업을 뛰어넘어 첨단 기술기업이 들어오는 계기가 마련됐을 것이라고 본다. 


근거도 없는 막연한 반기업정서가 빚어낸 참극이다. 

하지만 전북의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들 여전히 여기에 대해 침묵한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전에 군산이 지역구인 김관영 의원 있는 자리에서 LG CNS 스마트팜 사업 취소된 것 열라 비판한 적이 있었다. 

얼굴 벌개지며 합리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정치인들이 호남을 대표하는 한 호남은 발전하기 어렵다. 


정말 그분이 새만금 문제를 고민하고 군산 현지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면 당장은 욕 좀 먹더라도 기업친화적인 원칙을 갖고 전북의 여론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축산농가의 공동벤처기업이 새만금에 들어서면 호남의 경제적 낙후의 해결뿐만 아니라 영호남 화합에도 도움이 된다. 

자신들이 투자한 벤처기업이 새만금에 들어서면 영남 축산농민들도 호남을 마냥 욕하기는 어렵다.

새만금이 활성화되어야 자신들에게도 이익이니까 그렇다. 


막연하게 지역갈등 해소와 화합을 말한다고 갈등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공동의 이해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감성충만한 어휘에 담긴 문제들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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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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