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샅바 싸움 벌였지만...]
6년 7개월만에 미국을 방문하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샅바 싸움을 시작했지만 출발부터 미국에 발목을 잡히면서 그의 방미 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중국 당국은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하면서 먼저 바이든을 만나기 전 미국 재계 지도자들과 만찬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면서 “미중 양측은 정상회담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외교적인 모욕, 흥정, 상대 무시, 회의 불참, 호의 표시 유보 등 갖가지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샅바 싸움'을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부터 양국은 11월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내년 미 대선 이전의 마지막 미중 정상회담 기회이며, 양국 관계 약화를 막을 기회의 창이 급속히 작아지고 있다고 보고 정상회담을 염두에 둬 왔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과의 극한적 갈등관계가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고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재개를 희망해 왔지만 중국이 원하는 카드들을 미국에 압박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미국도 만만치 않았다. 심지어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 등 고위 인사들을 잇따라 중국에 보내면서 협상을 시도하면서도 중국 측이 기대한 중국기업 제재 등과 관련된 양보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중국측은 미 정계에서 영향력이 있으면서 중국과도 가까운 미국의 원로 기업인이나 관료 출신 인사를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하려 꾀했지만 이 역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 가운데 중국측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카드가 미 외교가의 원로 헨리 키신저(100)로 시진핑 주석은 그를 통해 중국측이 요구하는 바를 미국이 수용하도록 설득했지만 정작 키신저가 미국 행정부에 미치는 영향력 자체가 워낙 미미해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사실상 미중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해 놓고도 중국 관영매체들은 언제든지 취소될 수 있다면서 시 주석이 미국으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협박까지 했지만 회담은 결국 성사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이번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측이 어떤 결실을 얻게 될지, 또한 미국측은 중국에 무엇을 요구할지 주목을 끈다.
[험난한 정상회담, 미중 양국이 원하는 것은?]
WSJ은 “이번 정상회담이 충돌을 향해 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해결해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면서 “양측 모두 상대방에 유화적으로 보일 경우 국내 정치에서 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양국 모두 공통적으로 양국 간 경쟁 관계가 충돌로 폭주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 미국 동맹국들도 미국이 중국과 긴장을 관리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의견의 일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원하는 것
일단 백악관은 미중관계가 많은 것들을 합의해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오해로 인해 두 강대국이 충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소통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격화되는 경제 경쟁을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현재 단절된 군사채널의 복원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2일 미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이라고 믿기에 군사 채널 복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도 지난 10일 도쿄에서 기자들에게 “중단된 소통을 재개하길 바란다는 의사를 중국측에 전달했다”면서 “소통 채널 재개는 희망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에게 디커플링을 할 의향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건전한 경제관계 형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그동안 일관되게 미국이 공표해 왔던 바이기도 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경제가 급격하게 쇠퇴하게 된다면 당장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위기의 중국 경제가 또다른 문제를 돌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서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문제 현상 변화를 도모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면서 중국 역시 대만에 도발적 행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내년 1월의 대만 총통선거에 대한 개입과 관련된 우려도 전달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이란에 대해 가자지구 전쟁 확산을 초래할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이란 석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란에 큰 영향력이 있다고 본다.
또 하나, 미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1년도 남지 않은 미 대선에 중국이 개입하면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중국계 미국인 유권자가 많이 사는 지역 등에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견 대립을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 바이든 행정부는 마약류인 펜타닐의 중국산 원료 밀반입 근절 협력을 포함해 일부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갈등 관리라는 측면에서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의 대선 국면까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만 막아도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다루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이 원하는 것
반면 시진핑 주석이 미국에 대해 가장 원하는 사항은 뭐니뭐니해도 중국경제 활성화를 위한 미국의 관대한 조치를 기대할 것이다. WSJ은 이에 대해 “최소한 일시적으로라도 미국의 기술이전 추가 규제를 늦추게 되면 중국 경제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도 개선될 것이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대학원장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첨단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의 제재 조치가 중국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주펑 원장은 이어 “중국 정부가 중국 발전을 저해할 냉전이나 지정학적 대립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동시에 미국이 대만 독립과 관련해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는 발언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담 후 시진핑, 그렇게 기쁘지는 않을 것]
아직 미중정상회담이 시작도 되기 전이지만 사실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지금 다급한 쪽은 중국이고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바이든의 환심을 사기 위한 대표적인 조치가 중국의 미국산 대두 300만t의 수입 발표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데, 대두의 주요 생산지가 아이오와, 일리노이, 위스콘신, 미시간 등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내년 대선의 향배를 정할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ㆍ경합주)라는 점에서 그렇다.
시 주석이 대두를 수입하면서도 굳이 스윙스테이트의 대두를 콕 찍어서 수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만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시 주석이 성의를 표시한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의 내년 선거를 지원함으로써 초강경 트럼프의 재선을 막고 싶다는 의향도 동시에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런 점에서 이번 방미기간 중에 스윙스테이트 가운데 하나인 아이오와 주민들도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이오와는 시 주석이 31세이던 1985년 경제사절단 대표로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대두 수입을 고리로 중국의 이미지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양보카드를 기대하고 있지만 사실 시 주석이 귀국길에 미국으로부터 얻어갈 카드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 자체가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관리를 통해 앞으로 미국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막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
또한 당장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글로벌 자본의 중국 유입을 미국이 지원해 주기를 중국측이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위해 더 이상의 대 중국 투자 제한 조치를 발령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합의를 이룰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아무리 그러한 조치를 취한다 하더라도 중국내의 반간첩법이나 중국 기업들만 우대하는 반시장적 조치가 해결되지 아니하면 중국의 뜻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정상회담 성공에 엄청난 기대감 표시하는 중국]
흥미로운 것은 이번 미중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이 보이는 반응이다. 한마디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경제가 살아나는 획기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분위기다.
중국 공산당은 최고 경제정책 결정 회의인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APEC 이후인 12월로 연기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회의는 경제정책의 방향과 향후 10년의 청사진을 공개하는 매우 중요한 회의인데, 이마저도 이례적으로 미중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했다는 것은 이번 회담을 중국측이 얼마나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게 만든다.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는 시 주석의 임기 연장을 위한 헌법 수정을 했던 2018년을 제외하고 12월에 회의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중국 관영매체들도 미국을 비난하는 논평 대신 일제히 긍정적 내용들로 채우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일 주요 국제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밝히는 '종소리'(鐘聲) 논평에서 "중미 양국의 정상이 1년 만에 다시 대면 회동을 하는 것은 중미 관계의 진정한 안정화와 호전, 글로벌 도전 공동 대응과 세계 평화 발전을 추동하는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했다.
이렇게 중국의 기대는 크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회담이 큰 소득없이 끝나더라도 귀국길의 시진핑 주석을 화나게 만들 수 있는 부정적 보도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정상회담에 대해 객관적 시각으로 그 속내를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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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830-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