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으면 무조건 지는 거다!”
제가 참 좋아하는 문화심리학자이며 ‘나름 화가’인 김정운 박사가 어느 신문의 칼럼에서 한 말이다.
김 박사는 이 글에서 1950년대 후반 미국의 심장 전문의였던 프리드먼의 연구를 인용해 유난히 성격 급하고, 아주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자주 내며,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들을 가리켜 'A유형'이라 이름을 붙였는데, 강한 성취욕, 정확성,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인간들이 대부분 이 유형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이 유형에 속한 사람들이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확률이 타인들에 비해 7배가 높다는 것이었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능력'있다고 여겨지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 'A유형'의 인간들이었다는 사실도 확인해 주었다. 그래서 장례식장에 가면 '아까운 사람이 너무 일찍 갔다'며 그렇게들 아쉬워했던 거라는 것이다.
프리드먼 연구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분노와 심장 질환과의 관계인데 자주 분노하면 심장 계통 질환에 걸릴 확률이 확실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 박사의 글 때문만은 아니지만 요즘 살아가면서 항상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는 것 중의 하나가 ‘화 내지 말자’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바꾸자면 ‘열 받지 말라’는 의미다. 왜냐하면 열받으면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나도 참 쉽게 열 받는 스타일이었다. 열을 받았다는 것은 내 마음에 뜨거운 화상을 입었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뜨거운 물로 손을 데이면 상처라도 눈에 보이고 약이라도 바를 수가 있지만 마음에 화상을 입으면 바를 약도 없고 표시도 나지 않아 대처할 방법도 없다.
사실 대체적으로 열을 자주 받는 사람들이 주위에서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거나 자기 소신이 뚜렷하기에 열도 쉽게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열을 자주 받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끈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된듯하다. 이제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리더십이 더 중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에 ‘욱’하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집단의 미래에 별로 도움도 되지 않고 ‘꼰대’로 치부되면서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뭔가 했을 때는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 단지 상대방이 그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오해를 하거나 비판받을 대상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나와 뭔가를 함께하는 상대방에게 결코 100점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가는 방향이 다르고 길이 다르다 할지라도 그렇게 한들 세상이 뒤집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몇 년전 그때 내가 왜 그렇게 열을 받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되는데 그땐 왜 그랬을까? 이런 저런 뒤늦은 후회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이제야 철이 들고 깨달아 간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꼭 내 생각대로가 아니더라도 “사는데 별로 지장 없고 일을 해 나가는데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요즘에서야 깨닫게 된다.
그래도 이런 깨달음이 지금의 나이 들어서야 생긴 것만 해도 큰 수확 아닌가? 앞으로는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열 받고 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요즘 내가 참으로 많이 부딪치는 것 중의 하나는 ‘기다림’이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느긋함이 생겼다. 조금만 더 차분해 진다면 열받을 일도 없어진다. ‘욱’할 일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도 옛날같이 내 힘으로 억지로 해 가면서 열에 열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젠 그저 하늘을 쳐다보면서 눈만 껌벅거린다.
그래서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말을 건넨다. “열 받지 않고 그렇게 차분하게 기다리는 네가 참 대견하다”고 말이다. 인생은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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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030-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