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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사악한 푸틴, '크름반도 포기' 자충수 - 엄청난 재앙 일으킨 우크라 카호우카댐 파괴 - 우크라 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카호우카댐 파괴 - 푸틴의 판단이 크름반도까지 잃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을 것
  • 기사등록 2023-06-08 05: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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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재앙 일으킨 우크라 카호우카댐 파괴]


우크라이나 남부 노바 카호우카 댐 폭파와 관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과연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러한 초대형 참사를 만들어냈는지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전날 아침 헤르손주 드니프로강에 있는 노바 카호우카댐이 폭파되어 하류 지역이 범람하면서 수만명의 이재민들이 발생했다”면서 “이로 말미암아 엄청난 환경 및 인도주의적 재난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댐 폭파가 한밤중인 오전 2시 50분경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가 엄청나서 현재 상황에서 복구는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우크라 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카호우카댐 파괴]


러시아가 점령중이던 지역에 위치한 카호우카댐 붕괴는 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댐 붕괴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코 앞에 둔 미묘한 시점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전쟁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 우크라이나 대반격 작전에 차질?


이번 댐 파괴로 인해 우선 우크라이나군의 남부지역 탈환 작전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사실 폭파된 카호우카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에 전략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돼 왔다.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성공하려면, 크름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잇는 지역을 장악한 러시아의 방어선을 뚫어야 하는데, 러시아는 지난 몇 달 동안 남부 아조우해로 향하는 우크라이나의 진격을 막기 위해 강력한 요새를 구축해왔다.


그렇기에 우크라이나는 바로 드니프로강을 따라 만들어진 러시아의 요새를 뚫고 그 지역을 둘로 나눌 수 있다면, 크름반도를 고립시키고 중대한 전략적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반면 러시아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우크라이나의 진격을 막아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이와 관련해 BBC는 6일(현지시간) '댐을 파괴하면 누가 이득을 보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카호우카 댐이 붕괴하고 하류 지역이 침수되면서 헤르손 건너편 동쪽 강둑 지역은 우크라이나 기갑 부대가 진입할 수 없는 지역이 됐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으로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진격로가 막힌 셈이다. 이렇게 되면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통로 서쪽에 '물의 장벽'이 세워진 모양새를 연출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대반격의 주된 타깃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 간의 육상통로를 끊는 것이 핵심 전략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해 왔다.


뮌헨안보회의 회원인 전직 독일 국방부 당국자 니코 랑게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인터뷰에서 “드니프로 강의 범람으로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전선을 돌파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러시아군은 이 방면에 배치했던 병력을 빼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예상되는 다른 전선을 보강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군의 중요한 공격 루트를 차단했다는 것만으로도 러시아군 입장에선 전략적 이익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군이 강둑을 따라 건설한 참호와 요새, 지뢰밭이 홍수에 쓸려 내려간 것은 우크라이나에 긍정적인 소식일 수 있지만, 불어난 물 때문에 도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선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러시아는 과거에도 드니프로강에 있는 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전력이 있다. 소련은 1941년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진격을 막기 위해 드니프로강의 댐을 폭파했다. 당시 댐 폭파로 인한 홍수로 수천 명에 이르는 소련인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BBC는 “카호우카댐을 파괴한 쪽이 누구든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체스판을 뒤흔들어 양측이 (전략적으로) 많은 주요한 조정을 하게 하고,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공언해온 반격의 다음 단계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 러시아도 피해가 막심하다?


그런데 카호우카댐 붕괴로 인해 러시아가 입는 피해도 막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BBC는 카호우카댐 붕괴의 경우, 러시아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해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우선 댐 붕괴로 하류 지역에 물이 범람하면서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가 민간인은 물론 자국군을 헤르손과 드니프로강 유역에서 동쪽으로 대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의 물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건조한 기후의 크름반도는 카호우카댐과 가까운 운하에서 나오는 담수에 의존해왔다.


그럼에도 BBC는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감안해 더 넓은 맥락에서 카호우카댐 붕괴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바로 크름반도에 대한 러시아군의 장악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6일(현지시간) '푸틴이 크름반도를 포기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댐 붕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보는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름반도를 희생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이번 댐 붕괴가 군사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유럽정책분석센터의 연구원 엘리나 베케토바는 뉴스위크에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드니프로강 왼쪽(동쪽) 강둑으로 진격할 수 없게 해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탈환을 막으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퇴역 육군 중장 스티븐 트위티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댐 파괴를 명령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과거에도 전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봐왔었는데, 댐이 범람하면 물이 농지 등으로 흘러들어 땅이 진흙탕이 되고 장갑차가 진흙탕에 갇혀 통과할 수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경제 고문을 지낸 미국 조지타운대의 경제학자 안데르스 오슬룬드도 카호우카댐 붕괴를 1991년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에서 퇴각하면서 유정에 불을 지른 것과 비교하면서 “영토를 잃었을 때 영토를 파괴한다. 이것은 포기할 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름반도로 가는 물의 85%를 공급하는 북크름운하는 노바 카호우카에서 물을 가져온다”며 “이 운하가 없으면 크름반도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과는 달리 퇴역 미 해병대 대령 마크 캔시언은 “푸틴 대통령에게 크름반도는 엄청난 전과”라며 “러시아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크름반도를 고수할 것”이라 주장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만행을 저질렀나?]


그렇다면 과연 누가 카호우카댐을 폭파시켰을까? 일단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댐 붕괴를 야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과 관련한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NBC는 “정보당국은 댐 폭파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제임스 클레버리(James Cleverly) 외무부 장관도 “러시아가 저지른 전쟁범죄”라면서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 역시 “카호우카댐 폭파는 러시아에 의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저지시키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 밤 대국민 정례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테러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대량 살상의 환경적인 폭탄”이라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에 형사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미 그것을 범죄로 등록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를 포함한 국제 기구들도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고의적인 사보타주”라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의 물 공급을 막고 전장에서 주의를 돌리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6일(현지시간) “그동안 민간시설 등에도 공격을 가했던 러시아는 이번에도 댐에서 방류된 홍수로 인해 대피하는 헤르손 시민들에게도 발포를 했다”면서 “댐 붕괴로 인해 자포리자 원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푸틴을 향해 ‘사악하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카호우카댐 폭파가 우크라이나 영토 수복 추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같은 확고한 의지를 밝히면서 러시아의 의도와 관계 없이 영토 수복을 위한 공세를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카호우카댐 폭파가 ‘사악한 푸틴에 의한 도발’임이 분명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푸틴의 판단이 크름반도까지 잃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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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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