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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미국과의 외교에서 본전도 못 찾는 이유? - 美中 국방장관회담, 중국이 회담제안 거절. 先제재 해제 요구 - 강경해진 美외교방식, 中대화 전제조건 요구 모두 거부 - 러시아의 우크라전쟁 실패가 중국에겐 최대 약점
  • 기사등록 2023-05-31 12: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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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국방장관회담, 중국이 회담제안 거절]


미중간 싱가포르에서 국방장관 회담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중국이 끝내 거부해 불발됐다. 대만 문제를 포함해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우크라이나전쟁 등 안보 현안을 논의할 미중 간 안보 대화 채널 복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중국의 제스처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5월 초, 중국 측에 6월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장관)의 회담을 제안했지만, 중국은 28일 밤 양국 국방수장의 싱가포르 회담 제안을 거절한다고 미 국방부에 공식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의 이번 통보는 과거 막판까지 고위급 회담을 조율하던 것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거절 메시지였다”면서 “지난 한 주간 오스틴 장관이 리 부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는 등 미국 측이 회담 성사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중국이 거부했다”고 WSJ에 전했다.


WSJ는 "양 강대국 간에 잠정적인 화해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왜 미중 국방장관 회담을 거부했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왜 미중 국방장관 회담을 거절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중국의 리상푸 부장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바 있는데 이를 해제하지 않고 있어서다.


항공 엔지니어 출신으로 중국 시창위성발사센터 사령관 등을 역임하며 위성개발 프로그램에 몸담았던 리상푸는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장 재임 중에 러시아로부터 수호이(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한 것이 확인돼, 2018년 미국 비자 발급 정지 등의 조치가 취해지는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당시는 미국이 러시아가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 거래 국가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도 제재하던 때였다.


그럼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에 보란 듯이 2019년 리상푸를 인민해방군 최고 계급인 상장(上將·대장급)으로 진급시켰고, 이어 지난 3월에는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더 올려 중용했다.


이러한 인사는 신중국 건설 100주년인 2049년까지, 적어도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현대화 군사 강국을 만들려는 시 주석의 목표가 담긴 선택으로 풀이됐다.


이와 관련,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리샹푸 부장에 대한 제재는 회담을 방해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면서 “중국 측이 회담에 소극적인 것은 우려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워싱턴DC와 베이징 간 군사적 연락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 분쟁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미중간 안보대화는 지난 2월 미국이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한 것을 계기로 완전 중단됐다. 그런 가운데 지난 12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오스트리아 빈 회동을 계기로, 대화 복원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양측간 불신의 골이 워낙 깊어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왜 리상푸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을까?]


그렇다면 미국은 왜 리상푸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는 것일까? 미중간 대화가 절실하다면 중국의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 정도는 풀어줘도 되는 것 아닐까?


일단 미국측 입장은 단호하다. 대화와 제재 해제는 별개라는 것이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을 국방부장에 발탁한 시진핑의 속내가 뻔히 보이기 때문에, 제재 해제 카드를 쓰지 않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시진핑의 리상푸 발탁은 중국이 '리상푸 카드'로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어서다. 이를 꿰뚫어보고 있는 미국이 리상푸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란 쉽지도 않고 명분도 또한 없다. 만약 리상푸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게 된다면, 미중간 대화를 위해 미국이 결국 제재라는 중요한 카드를 포기했다고 해석할 수 있고, 이러한 결정이 중국에게 한 수 지고 들어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중국은 양국간 대화를 하려면, 리상푸에 대한 제재 해제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측은 “제재가 유지된다면 리샹푸 부장과 오스틴 장관이 동등한 지위에 있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달라진 미국의 외교 방식, 중국측 요구 연이어 거부]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최근들어 미국의 대 중국 외교방식에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미중간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이 대화 재개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요구 사항들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 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이틀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했다. 이번 회동이 주목을 끌었던 것은 정찰 풍선 사태 이후, 2월초로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무기한 연기된 뒤, 위기 상황 진정을 위해 3개월여만에 양국 정상의 최측근 외교안보 참모간에 이뤄진 회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회동에서 왕이는 설리번 보좌관에게 “양국관계 악화의 책임이 미국에게 있다”면서 “미국이 지금의 현상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합리적 판단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왕이는 대화 재개를 위한 여러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지만, 미국측은 전혀 양보하지도 않았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심지어 백악관 고위 관리도 왕이와 설리번의 회담 후 브리핑에서 “미국이 외교적 관여를 위해 전제 조건을 요구하는 중국의 관행을 거부했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의 전제조건을 강력하게 무시했음을 알렸다.


실제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측이 무인 비행선 격추와 관련해, 미국이 사과해야 하며 앞으로 재발방지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지만, 이러한 중국의 요구에 대해 미국측은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중국에 대해 이렇게 원칙적 대응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급한 것은 중국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설리번과 왕이간 대화도 중국측의 요구에 의해 이뤄졌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 중국 디커플링 및 디리스킹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 미중간 대화가 목마른 것이다. 이러한 앞뒤 정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의 대화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하다.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에 대한 중국측의 제재 해제 요구 역시 같은 차원에서 이뤄졌다. 사실 리상푸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미국 정부도 검토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리상푸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면, 대중국 포위망의 고삐가 느슨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중국은 리상푸 제재 해제를 미국의 압박을 풀어가는 실마리로 보는 듯하다. 중국의 현대화 군사 강국 건설을 위한 '상징적' 인물인 리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통해 미국의 기존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양국간 국방장관 회담이라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중국은 반드시 리상푸에 대한 제재 해제를 실현시키려 하는 것이고, 만약 그러한 제재 해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남중국해와 대만 등에 대해 위기 조성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제재 해제를 이뤄내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전쟁 실패가 중국에겐 최대 약점]


사실 미국측이 대 중국 외교에 있어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실패가 한 몫을 했다. 세계 제2의 국방력을 자랑하던 러시아의 실체가 드러나고, 전쟁에서도 사실상 패배하면서, 러시아는 더 이상 미국의 경쟁자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5월 1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는 로이드 오스킨 미 국방장관이 이날 2024회계연도 예산 심사와 대중 정책 점검을 위한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중국은 그들의 독재주의적 기호에 맞게 국제 시스템을 재편할 의도와 점증하는 역량을 모두 가진 우리의 유일한 경쟁자”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중국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양 장관의 발언은, 미국에게 있어 유일한 경쟁국은 오로지 중국이며, 그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미국은 모든 방안을 동원해 제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로 양분되어 있던 방어력을, 이젠 중국에게만 집중해도 된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해 VOA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데릭 콜렛 국무부 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중국과의 대화를 추구하겠지만, 결코 중국의 전제조건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 못을 박았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중국이 읽지 못한다면 미중간 대화는 결코 깊어지지 않을 것이고, 또한 중국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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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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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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