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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04 05:16:19
  • 수정 2023-05-04 05: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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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


맹자 어머니가 아들을 훌륭하게 교육시키기 위해서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맹자 어머니가 묘지 근처로 이사갔는데 그 때에 맹자의 나이가 어려서 보고 듣는 것이 상여(喪輿)와 곡성(哭聲)이라 언제나 그 흉내만 내서 맹자의 어머니는 이곳에서는 자식을 교육할 곳이 못 된다고 생각하여, 다시 시장 근처로 집을 옮기니 이번에는 장사 흉내를 냈다. 맹자 어머니는 이곳도 자식을 키울 곳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번에는 서당 근처로 집을 옮기니 그제야 맹자가 글을 읽는 흉내를 내기 시작하게 되어서 이곳이야말로 자식을 키우기에 합당하다고 판단해 드디어 거기에 안주하게 되었다.


이런 맹모삼천지교 교육방법은 학습이론에서 주장하려는 대표적인 “자극 -반응” 이론으로 설명할 수가 있다. 마치 당구장의 공은 공을 치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구르는 방향이 결정되듯이 학생들에게 어떤 자극으로 어떻게 교육시키느냐 하는 조건들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가 서로 다르게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학생의 마음속은 당구공과 같이 텅 비어 있어서 교사가 제공하는 자극 종류에 따라 반응이 결정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개인적인 인지능력이나 특성과 같은 조건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러한 자극-반응이론 또는 환경이론이라고 부르는 가설은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Ivan Pavlov)가 1902년에 개의 소화에 대한 연구를 실험하던 중에, 먹이를 주기도 전에 사육사가 다가오는 소리만을 듣고도 침을 흘리게 되는 현상을 발견하고 고전적 조건형성이라는 자극-반응이론을 실험하게 되었다. 그 공으로 파블로프는 1904년에는 결국 노벨생리의학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이 후에 기대하는 행동을 얻기 위해서 자극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에 대한 연구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많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인민을 학습하고 행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 광범위하게 활용되었다.


그의 이론은 미국 하버드 대학의 스키너(Frederick Skinner) 교수에 의하여 완성되었으며, 이 후 20세기 초에는 인간의 학습과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환경주의 학습이론으로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는 문학 작가 지망생으로 모국어인 영어를 전공해 글을 잘 쓰고자 했다. 그러다가 그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다가 생각지도 않게 행동주의 심리학의 창시자가 되었다. 결혼 후 그는 자녀가 거짓말을 하면 자녀의 입을 비누로 씻어낼 정도로 상당히 철저한 행동주의 이론가였다.


행동주의 이론의 핵심은 “안 되면 될 때까지” 반복하면 원하는 행동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서커스의 단원들이 먹이를 이용해서 동물들의 행동을 희망하는 방향으로 길들이듯이 인간의 행동들도 자극에 따라, 좀 더 구체적인 강화 계획에 따라 보상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희망하는 행동들을 조작하여 창조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운동선수가 희망하는 반응(행동)이 자동적으로 완성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강훈을 하거나, 학생이 학습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깜지에다 반복연습을 시키는 등 우리들의 교육현장에서도 한동안 유행했던 “완전학습” 방법은 행동주의 이론에서 나온 기법이다. '팥 심은 데 팥 나고 콩 심은 데는 콩이 난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개천에서 용도 태어날 수 있다고 말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미꾸라지와 붕어들만 나와야 하는데, 어떻게 그 큰 용이 나올 수 있는가? 이런 말이 가능하다고 하는 이론이 등장한다. 20세기 초반까지 자극-반응 관계를 학습에 적용했던 행동주의 이론이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학습심리학 이론을 지배했다면, 20세기 중반 경에 행동주의 이론은 퇴색하게 되고, 그 자리를 인지학습 이론이 차지하게 되었다. 1961년에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모델을 본 아동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한다는 “모방학습” 효과를 증명했던 보보인형(Bobo Doll) 실험결과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캐나다 출신 반두라(Albert Bandura)라 부르는 교수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인지학습 이론을 주장하게 되었다. 인간들은 외부 자극에 대해 단순히 수동적인 반응만을 하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하게 된다. 인간은 외부 자극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내면적인 욕구, 만족, 기대와 같은 자발적으로 생기는 인지능력이 학습과정에 중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인지학습의 주요 원리로, 첫째, 학습자는 능동적인 존재로서 주어진 정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지식으로 활용한다. 둘째, 인간의 반응은 자신의 여러 경험을 근거로 다양한 여러 가지 반응을 나타낸다. 백지설을 주장하는 행동주의와 달리 인지이론은 학습자의 특성에 따라서 학습과정과 결과가 다를 수 있고, 그 결과 역시 다양한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셋째, 행동주의 이론은 직접 경험한 것에 의해서 행동이 변한다고 주장하지만, 인지이론은 직접적인 경험을 뛰어 넘는 행동의 변화, 즉 학습자 내면에서 일어나는 잠재력에 의해서도 행동이 변한다고 주장한다. 말을 강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행동주의 이론), 말이 물을 먹고 싶어 하는 욕구가 없다면 절대 억지로 물을 먹일 수 없다는 이론이 인지학습 이론이다.


인지학습 이론에서는 학습자가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서 반응하는 단순 기계가 아니라, 환경을 어떻게 지각하고 이해하고 해석해서 적절한 방법으로 대처하려는 전략에 따라서 결과가 전혀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교육이론은 모두 이러한 이론에 동조한다. 어려운 환경이나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로 성장해 왔던 수많은 학자, 운동선수, 예술가, 사업가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맹모의 행동들을 인지학습 이론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맹자의 어머니와 맹자 자신이 모두 명석하였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에 대해 이해하고 해석해서 대처하려는 방법이 매우 효율적이었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맹모가 맹자를 교육할 때, 환경적 이론을 적용했는지 인지학습이론을 적용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인지학습이론자의 입장에서 맹모의 교육관을 추론한다면, 맹모는 환경에 대한 이해와 해석 능력이 뛰어났던 아들 맹자가 학문을 닦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인생의 삶과 죽음에 대해 먼저 생각하도록 공부를 시켜서 삶의 엄숙함과 진지함을 깨닫도록 묘지를 찾았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도록 교육시킨 후, 다시 이사를 가서 시장 상인이 삶의 생존경쟁을 위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관찰하게 하여 삶의 과정에 대해서 깨닫도록 했을 것이다. 이렇게 삶이 무엇인지 배우고, 삶과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의미를 알게 하고, 마지막에 학문에 정진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우리네 속담에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만 봐도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금수저론이나 은수저론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뜨거운 화제지만, 금수저 환경에서 태어났다고 후에 반드시 금수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은수저 환경에서 태어났다고 반드시 은수저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금수저 환경에서 태어나도 은수저 가정으로 내려 갈 수도 있고, 은수저 환경에서 태어났어도 금수저 환경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가변성이 존재하는 것이 인생의 맛이고 묘미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인생역전 드라마가 연출되는 것이다.


이런 것 모두를 결정하는 요인들이 예전에는 그가 처한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환경론으로 설명했지만, 근대에서는 그가 처한 환경에 대해 그가 어떻게 지각하고 해석하고 처리하느냐 하는 인지능력에 따라서 금수저나 은수저 인생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떡잎의 싹수는 분명히 주어진 환경에 의해 간단하게 결정되는 숙명체가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고 이를 극복해 내는 씨앗의 의지력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어떤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해서 미꾸라지가 될 지 아니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할 지의 문제는 떡잎의 싹수를 보면 알 수 있다. 환경적인 조건을 후하게 쳐서 50%, 개인 능력 최소한 50%를 버무린 것이 지금의 나의 모습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 해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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