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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26 04: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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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hy Times]


우리나라에서는 왼손잡이에 대해 전통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기 때문에 전체 국민 중에 5%(2013년 기준)만이 왼손잡이이며, 2~3%만 왼손으로 식사를 하며, 겨우 1%만 왼손으로 글을 쓴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전 세계 인구의 약 90%가 오른손잡이이며, 왼손잡이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 세계의 각종 제도와 손조작 문화들은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예를 들면, 오른손잡이들이 운전하기 편리하게 운전석은 자동차의 왼쪽에 두었으며 변속기는 운전석 바로 옆 오른쪽에 놓았다. 


그런데 영국을 중심으로 옛 식민통치 국가인 인도, 남아프리카, 호주는 반대로 자동차의 오른쪽에 운전석을 두었고, 운전석의 왼쪽에 변속기를 두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좌측통행을 하도록 했다.


자동차를 발명하기 전에 마차의 마부는 보통 왼손으로 말의 고삐를 잡고 오른손으로 채찍을 잡는 것이 편했고, 말에 채찍을 휘두르기 위해 동행인을 왼쪽에 앉게 했고, 마부는 오른쪽에 앉는 것이 편했다. 그래서 영국은 자동차 오른쪽에 채찍 대신 운전대를 두고, 왼쪽에는 고삐 대신 변속기를 설치해 놓았다. 


자존심이 강한 영국으로부터 인도, 싱가포르, 남아공, 뉴질랜드, 호주, 일본 등은 모두 운전석을 오른쪽에 두고 있다. 그렇지만 실용주의 국가였던 독일과 미국 등은 오른손잡이가 편리하도록 변속기를 오른쪽에 두었고 운전석을 왼쪽으로 옮겼으며, 보행은 우측으로 통행하도록 모두 바꾸었다. 


그러나 일본은 영국처럼 운전석을 오른쪽에 두고 있는데, 영국과는 달리 그들의 전통적인 사무라이 정신 때문이라고 한다. 사무라이는 칼을 왼쪽에 차기 때문에 오른손으로 칼을 뽑고, 우측통행을 하게 되면 칼끼리 부딪힐 뿐 아니라 상대와 싸우기도 불편했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 자동차 운전석 역시 오른쪽에 두고, 사람들은 좌측통행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 통치 시대에는 자동차의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었으나, 해방 이후부터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운전석을 모두 좌측에 두게 하였다. 그런 후 차량은 우측으로 통행하게 되었지만, 계속 보행자는 좌측으로 통행하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그러다 결국 2010년 7월에 보행자도 우측통행을 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사람의 제도는 이처럼 오른손잡이에게 편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간이 원래 이렇게 오른손잡이로 태어나도록 되었는지에 대한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이론이 많이 있다. 유전자 가설, 발달단계 차이 가설, 환경 가설, 주먹 싸움의 이점 가설 등 많은 가설들이 있지만 아직 이런 가설들은 오른손잡이를 완전하게 설명하기에 힘든 약점들이 있다.


왼손잡이에 대한 정의는 애매한 점이 많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한 손으로 일을 할 때 주로 왼손을 쓰는 사람 또는 오른손보다 왼손을 더 잘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어서, 양손을 쓰더라도 왼손을 더 잘 쓰면 왼손잡이라고 해야 한다. 일반적인 의미로 볼 때 왼손잡이는 “정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사실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는 왼손잡이를 부정적으로 여긴다. 기원전 3,000년경에 사용되었던 인도-유럽어에는 “오른쪽”이라는 단어는 있었으나, “왼쪽”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 후 “왼쪽”이라는 단어도 새로 생겼지만 그 의미는 불길하고 무서운 뜻으로 쓰였다. 예로 라틴어의 “sinister”는 “불길한, 나쁜, 왼쪽의”라는 뜻으로 쓰였다.


2010년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과 미국의 스텐포드 대학에서 공동으로 재미있는 연구를 했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좋아하는 동물은 착한 이미지 생각을 하게 했고, 싫어하는 동물은 나쁜 이미지로 생각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얼룩말을 좋아하면 착한 동물로, 판다를 싫어하면 나쁜 동물이라고 생각하게 하였다. 그런 다음 착하게 생각한 동물과 나쁘게 생각한 동물들을 종이에 그리도록 했는데 매우 흥미 있는 연구 결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왼손잡이는 착한 동물을 왼쪽에 그렸고, 오른손잡이는 착한 동물을 오른쪽에 그렸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태어난 후 사회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학습했던 결과이기 때문이다. 왼손잡이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많은 “잘못된 것”과 마주친 것이다. 어린아이가 막 글을 배우기 시작할 때 왼손잡이 어린 아이들은 글자를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읽기도 한다. 


악기를 다룰 때도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만들어진 악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경험들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왼손잡이들은 자신과는 맞지 않는 “불편한”상황과 자주 마주치게 되고, 따라서 오른쪽을 틀린,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왼손잡이는 착한 것은 왼쪽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른손잡이는 착한 것은 오른쪽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를 지지할 수 있는 연구 논문이 호주에서 발표되었다. 


1980년에 태어난 신생아들 중에는 왼손잡이는 단 2%에 불과했는데, 1969년에 태어난 신생아 중에서는 왼손잡이가 무려 13.2%나 있었다. 이런 논문의 발표 내용을 볼 때, 일부 학자들은 왼손잡이를 좋아하지 않는 문화가 줄어들수록 왼손잡이가 더 많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증거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왼손잡이를 포용해 주는 문화에서도 계속적으로 왼손잡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야구나 권투에서 왼손잡이를 뜻하는 사우스포(south paw)의 “포(paw)”는 손을 비하하는 단어다. 영어권 단어에서 오른손을 의미하는 “right”는 “옳은, 정확한”이라는 형용사로 사용된다. 


반면에 “left”는 “약한, 부서진” 등의 뜻인 앵글로색슨어 “lyft”에서 왔다. 한국의 문화권에서도 “오른 손”을 바른손이라 부르는 것처럼, 오른쪽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이에 반해 왼쪽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 일색이다. 어떤 자리에 있다가 권력이 없는 한직으로 밀리게 되면 “좌천(左遷)”이라 하고,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가치관을 가진 옳지 않은 사람을 좌익(左翼)이라 한다. 


미국 캔자스 주립대의 프레이어 교수는 스페인의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고대 인류의 앞니 자국을 분석했다. 유골은 네안데르탈인이나 조상격인 인류로 믿어지는데, 앞니 자국에서 오른손으로 도구를 써왔던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50만~60만 년 전에도 인류의 90%이상이 오른손잡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동물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동물이 왼손잡이라고 해도 사회적으로 하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왼손잡이로 성장하던지 오른손잡이로 성장하던지 그런 것은 완전히 유전적이고 본능적인 배경에 의해서 설명된다. 


캥거루들은 코를 만지거나 잎을 따는 행동을 할 때면 주로 왼 앞발을 사용하며, 왈라비는 신체에 힘을 줄 때는 오른손을 쓰고, 미세한 작은 움직임을 조종할 때는 왼손을 사용한다. 물고기는 천적이 앞으로 다가오면 오른눈잡이는 시계 방향으로 도망치는데, 왼눈잡이들은 시계의 반대 방향으로 도망을 친다. 오징어들도 먹이를 잡을 때 단단한 갑각(갑피)이 왼쪽 방향으로 휘어져 있으면 왼쪽으로 공격하고, 갑각이 오른쪽 방향으로 휘어져 있게 되면 오른쪽으로 공격한다. 


북아일랜드의 퀸스 대학 연구팀은 개와 고양이는 평상시에는 두 발을 똑 같이 번갈아 사용하지만, 복잡한 먹이를 꺼내야 하는 실험에서 수컷은 주로 왼발을 사용하고, 암컷은 반대로 오른발을 사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런데 개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켜 놓으면 오른발과 왼발의 편향적인 사용차를 보이지 않는다. 동물의 이런 현상은 사회적인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생물학적인 호르몬 영향으로 암수가 서로 다른 발을 사용한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훌륭한 사람, 천재, 영재 등 “난 사람” 중에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며 왼손잡이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 세상에는 왼손잡이로 거론되는 위인이 많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피카소, 시저,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베토벤, 뉴턴,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괴테, 아인슈타인, 잔 다르크, 안데르센부터 세계적인 부호인 빌 게이트,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작가 마크 트웨인, 물리학자 퀴리, 인도의 간디, 찰리 채플린, 마릴린 먼로, 자동차의 왕 포드, 홈런 왕 베이브 루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레이건, 부시, 클린턴, 오바마도 모두 왼손잡이들이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에 비해 두뇌 발달이 더 유리하다는 가설을 보면 그럴 듯하다.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성향과 관련해서 보면 더욱 수긍이 간다. 우리의 몸과 행동을 제어하는 뇌(두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뉜다. 좌뇌는 읽기, 쓰기, 말하기와 같은 언어성 지능과 관련되어 있고, 우뇌는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동작성 지능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양쪽 뇌가 균형적으로 발달해 종합적 사고와 행동을 한다. 


그리고 지능과는 별개로 신체의 각 부위를 관장하는 것도 대뇌가 한다. 좌뇌는 신체의 오른쪽을 통제하고, 우뇌는 신체의 왼쪽을 통제한다. 그러므로 왼손잡이는 우뇌를 많이 사용하므로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지능을 더 발달시킨다는 논리다.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들은 왼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측 뇌가 발달했고, 그래서 미술능력도 함께 발달했다고 본다. 


실제로 운동선수 중에서 왼손잡이가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야구 선수들은 좌타자를 선호한다. 타석이 1루에 더 가까운 이유도 있고, 이들은 공간지각을 담당하는 우뇌가 발달했기 때문에 투수 공을 더 잘 볼 가능성이 있다. 왼손과 왼발을 잘 사용하는 선수는 공간지각 능력을 제어하는 우뇌가 발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왼손을 많이 쓴다는 것이 예술성이나 신체능력을 올려준다고 설명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점들이 많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연구들도 있기 때문이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 니콜스 교수가 5살 된 호주 어린이 5,000명의 학교생활을 관찰한 결과 왼손잡이 어린이들이 오른손잡이 어린이보다 학업수행능력이 낮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중에서 누가 더 나은지를 판단하려는 노력보다는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각각의 장점을 살려 모두가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사회적 문화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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