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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17 12: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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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1948년에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하는 킨제이(Alfred Kinsey 1894~1956) 교수가 전국 18,00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하여 그 결과를 “남성의 성적 행동”이라는 책으로 출간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사창가를 갔던 경험이 있는 남성이 70%에 달했고, 기혼 남성의 85%가 혼전 성 경험이 있었으며, 유부남의 45%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5년 뒤인 1953년에는 “여성의 성적 행동”이라는 보고서를 연달아 출판했다. 여성의 60%는 자위행위를 하며, 55%는 혼전 성 경험이 있었고, 유부녀의 30%는 혼외정사를 경험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하여 보수적 성향이 강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명 여성 인사의 섹스 스캔들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어서 스캔들의 주인공은 항상 남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는 실제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바람기”가 적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쉽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물학적인 근거가 밝혀지고 있다.


미국 에머리(Emory) 대학의 정신건강의학과 영(Larry Young) 교수와 칼럼니스트 알렉산더는 남녀를 불문하고 힘이 강하게 되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네덜란드 틸버그(Tilburg)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조리스 램머가 이끄는 연구팀도 남녀 1,561명의 직업인을 대상으로 익명의 인터넷 여론조사 방식을 사용하여 권력과 불륜과의 관계를 연구하였는데, 여기서도 남녀 누구나 권력을 갖게 되면 섹스 스캔들에 휘말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남자건 여자건 누구나 권력을 쥐게 되면 그들의 사회적 명성이나 인품과는 관계없이 생물학적 본능의 바람기가 그만큼 강해진다. 그래서 외도는 평범한 일반인보다는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더 흥미로운 관심거리가 된다. 이는 평범했던 일반인도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오르게 되면 생물학적으로 권력 유지에 필요한 남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고, 이러한 호르몬 분비는 성 관련 욕구도 함께 강화시켜서 호시탐탐 외도의 욕망에 불을 댕기게 한다. 권력자의 우수한 유전자를 후손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물학적 명령이 작동하는 것이다. 동물 세계에서 수컷이 우두머리 지위에 오르게 되면 교미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누리게 되는 현상을 보면 이런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동물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이같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수컷이 성 행동에 돌입하게 되면 암컷을 제압하는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교미 행동에 돌입한 암컷은 수컷의 제압 행동에 응해야 한다. 만약에 교미 행동 과정에서 암컷이 거부나 반항 행동을 보이게 되면 목숨까지 위태로운 거친 공격 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공격적 제압 행동은 인간에게도 예외일 수 없어서 강제 추행사건에서 여성의 반항 행동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두머리 수컷에게 중성화 수술을 하면 성적 욕구는 물론 서열 순위도 함께 낮아지게 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성욕과 권력은 늘 함께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성이건 여성이건 모두 권력이 있을 때 신속하게 후손을 번식하려는 생물학적인 유전자의 비밀스러운 지령이 구체적으로 꿈틀거리는 것이다. 여성도 권력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남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며, 동시에 성욕도 함께 작동하게 된다. 겉으로는 서민들이나 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호시탐탐 권력의 야욕을 불태우는 권력 지향적인 활동가들도 운 좋게 권력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같은 생물학적 호르몬의 비밀스런 지령에 걸려들어 평생을 후회하게 되는 부도덕한 성추행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것은 모두 이런 생리적 까닭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성 권력자의 섹스 스캔들이 남성의 스캔들에 비해 수적으로 적은 이유는 힘 있는 여성의 숫자가 남성보다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아직은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고위직까지 오르기 힘든 유리천장 효과(Glass ceiling effect) 때문에 여성의 혼외정사 사건이 생각보다 적지만 여성도 정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점점 더 높아지게 되면 남성들처럼 “억눌린” 바람기를 서서히 세상에 드러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동물의 짝짓기 형태는 단혼, 다혼, 잡혼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단혼은 한 마리의 수컷과 한 마리의 암컷이 짝을 짓는 일부일처제이다. 산비둘기, 앵무새와 같은 조류와 난쟁이영양, 긴팔원숭이, 명주원숭이 같은 포유류가 이에 속한다. 단혼은 물개나 고라니 같은 일부다처(Polygyny)와 아프리카 자카나(Jacana)와 깜작 도요새 같은 바닷새에서 볼 수 있는 일처다부(Polyandry)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잡혼은 코끼리처럼 성적 배우자를 정하지 않고 여러 이성과 번갈아 난교를 하는 짝짓기 방식이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선호하는 가족제도가 일부일처제라 하지만 다혼제도 역시 폭 넓게 수용해 왔다. 미국의 생물인류학자 피셔(Helen Fisher)가 저술한 “사랑의 해부(1992년)”라는 책을 보면 총 853개 문화권에서 일부일처제를 규정한 곳은 겨우 16%에 불과하고, 84%는 남자가 두 명 이상의 아내를 맞이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한 예로 모로코의 마지막 황제 무레이 이스마일(Ismail)은 500여 명의 처첩으로부터 888명의 아이를 낳아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여자라고 해서 여러 남자와 결혼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티베트의 결혼관은 일처다부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맏형이 장가가면 시동생들이 모두 서방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일처다부제는 한 명의 여자가 여러 남자들의 아이를 임신하여 출산하고 육아를 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생물학적 한계 때문에 번창할 수 없었다. 한 여자가 아이를 낳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자의 세계 최고 다산 기록은 모스크바 근교 농부의 아내로 27번의 출산으로 69명의 자녀를 낳은 것이다. 두 쌍둥이 16번, 세 쌍둥이 7번, 네쌍둥이를 4번이나 출산하는 진기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다산의 기록도 이스마일 황제가 낳은 888명이라는 다산 기록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일부일처제는 인간의 짝짓기 전략 가운데 한 가지 방식일 뿐으로 언제나 제2의 전략으로 혼외정사, 즉 간통이라는 방식이 존재해 왔다. 에스키모 문화에서는 아내 접대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남편의 사냥 친구나 사업 동료들과 깊은 우의를 나누기 위해 며칠이나 몇 주 동안 부인의 잠자리 봉사를 제공하는 풍습이 있다. 이같은 공공연한 간통 행위는 중세 유럽에도 있었다. 봉건 영주는 가신(家臣)이 결혼하면 첫날밤에 신랑보다 먼저 신부 처녀성을 유린할 수 있는 이른바 “초야권”을 행사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보통 남자가 여자에 비해 간통이라는 혼외정사에 더 적극적일 것이라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다. 본능적으로 남자는 많은 자손을 낳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모로코의 이스마일 황제처럼 많은 여자와 관계를 맺으면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간통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과 기술을 모색해 왔고, 이런 기술을 터득한 유전자는 생물학적으로 자연선택 방법을 통해 후손들에게 여자를 유혹하는 소질을 물려주었다. 오늘날 우리 남자들이 그러한 조상의 후손이다. 요컨대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유전적으로 뛰어난 난봉꾼 소질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류 조상의 여성에게도 간통이 생존을 위해서 생물학적으로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몇 가지 단서가 있다. 첫째로 남편 몰래 혼자 돌아다니면 힘 있는 남성이 추파를 던질 수 있고, 그러면 그로부터 의식주와 관련된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외도를 이용해 매춘부처럼 생계에 보탬이 되는 재화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둘째로 간통은 결정적 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생명보험처럼 쓸 수 있다. 함께 하던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이 되었을 때 간통 상대를 즉시 새아버지 위치에 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남편이 체력이 허약하거나 무능할 때 간통을 통해 유전적으로 우수한 씨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이 간통은 경제적 지원, 후보 남편, 그리고 좋은 유전자의 씨를 보장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여자 조상들도 은밀하게 혼외정사 기술에 탐닉했을 것이다. 이들의 피를 물려받은 현대 여성들도 그래서 간통의 기회를 사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자와 다를 바가 없다.


혼외정사는 남녀 모두 나이와 분명한 연관성을 갖는다. 텍사스 대학의 진화 심리학자 버스(David Buss)가 저술한 욕망의 진화(1994)에 따르면 남편들의 바람기는 “나이”와 비례하지만, 아내들의 바람기는 “생식능력”에 비례한다. 남자들에게 혼외정사는 평생을 두고 성욕을 해소하는 중요 수단으로 활용 되어왔다. 미국 남자의 경우 16~35세에는 20%, 36~40세에는 26%, 41~45세에는 30%, 46~50세에는 35%로 혼외정사 욕구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노년에 이르러서야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여자의 혼외정사 욕구는 생식적 가치가 가장 왕성한 기간인 16~20세에 6%, 21~25세에 9%, 26~30세에 14%, 31~40세에 17%로 절정에 이르다가 다시 51~55세에는 6%, 56~60세에는 4%로 감소한다. 생식 기능이 끝나는 임신 황혼기 31~40대에서 혼외정사 욕구가 절정에 이르는 것은 이 무렵의 부인들은 남편의 감시를 덜 받기 때문에 간통의 모험을 감행하는데 보다 자유롭기 때문이라 한다.


혼외정사 대상자를 몇 명이나 두느냐 하는 것도 남녀별로 각기 다르다고 한다. 버스(Buss)에 의하면 미국 남자들은 평생 평균 18명의 성관계 상대를 원하는데 여자들은 4~5명 정도만 원한다. 이 처럼 혼외정사의 대상을 갈아 치우는 빈도에서 남녀 간에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마도 남자들은 빠른 시간 안에 불륜의 이부자리를 털고 나오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에 장기간의 불륜으로 상대방이 임신을 하게 되면 그만큼 심각한 불륜의 대가를 감수해야 하는 위험성 때문에 이러한 부담을 피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결국 유부남들은 혼외정사를 단순한 육체적 관계로 치부하려는 성향이 강하지만, 유부녀들은 단순한 성욕의 해소보다는 깊은 애정관계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많은 남자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된다. 남자들은 보통 육체적인 이유로, 여자들은 정서적인 이유로 외도를 한다고 이해된다. 하여간 일부일처제가 인간에게 허용된 유일한 결혼제도로 보편화 되는 한 남녀 모두 이 같이 잠재해 있는 생물학적 외도의 성욕 때문에 혼외정사는 제2의 생식 전략으로 인류 역사와 함께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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