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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또 불거진 중국의 선거개입, 발칵 뒤집힌 캐나다 - 친중후보 당선 위해 중국당국 선거공작 수행 - 캐나다 정부당국, 구체적인 중국당국 선거개입 확인 - 내년 총선 앞둔 한국도 중국 선거개입 차단해야
  • 기사등록 2023-03-25 11: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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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선거에 중국 개입 의혹 확산]


캐나다 하원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의 총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공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캐나다의 CBC 방송은 이같이 보도하면서 “이날 제2야당인 신민주당(NDP)이 발의한 청문회 개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72 대 반대 149표로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하원을 통과한 이 결의안이 정부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 보고관 지휘 아래 조사를 진행토록 한 정부 주도 방식에 맞서, 야당의 공세가 한층 강화하는 전환점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에 관한 캐나다 정부의 입장은 심각하다. 캐나다 정가는 2021년 총선에서 집권 자유당의 승리와 친중 성향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했다는 일간지의 폭로 보도가 나온 이후 거센 논란에 싸여 있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Globe and Mail)은 지난 2월 17일, 캐나다보안정보국(CSIS)이 지난해 1월 10일 작성한 일급비밀 문건을 인용해, 2021년 총선에서 중국 정부가 집권 자유당의 선거 승리를 돕고 친중국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선거 일선에서 공작 활동을 벌였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이 보고서에는 당시 벤쿠버 총영사인 통 샤오링(Tong Xiaoling)이 캐나다의 총선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입을 했는지, 또 어떻게 일부 정치인들을 동원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이 캐나다에서 보수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보다 자유당이 계속 집권하는 쪽이 자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자유당 후보들을 지원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 파문이 커졌다. 보도된 문건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친중 인사들이 자유당 후보들에게 선거 후원금을 기부하도록 유도한 뒤 나중에 이를 보전해 줬으며, 반중 성향 후보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가짜 정보를 유포했다.


또한 중국이 자국 출신 유학생들을 선거운동에 투입하고, 여론을 선동·조작하기 위해 기업과 학계의 친중국 대리인들을 동원하기도 했다는 내용도 문건에 포함됐다.


실제로 홍콩 이민자의 후예인 선관젠(Shen Guanjian)이 벤쿠버 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중국인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시장에 당선되었지만, 선거 전부터 중국 정부의 개입설이 불거졌다. 그런데 선관젠의 당선이 주목을 끌었던 것은 전임 케네디 스튜어트(Kennedy Stewart) 시장이 중국이 수시로 캐나다 정치에 개입하려 한다며 정부의 대처를 촉구해 왔던 반중국적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 선거에서 친중국적인 선관젠에 밀려 낙선했다.


이렇게 중국의 캐나다 선거개입에 대한 폭로들이 잇따랐지만, 자유당 정부는 당초에 이를 외면해 오다가 여론에 밀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지난 6일 캐나다 선거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조사하기 위한 독립적인 특별조사관을 임명하고, 이 조사단에 특별한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 밝히기에 이르렀다.


한편 중국의 선거 개입 의혹을 폭로한 글로브지는 이날 비밀 문건을 제보한 현직 CSIS 요원의 익명 기고문을 게재하면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그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자유롭고 공정한 정치 과정을 향유하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 갈수록 커지는 외국의 개입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중국의 선거 개입 정보를 제공한 데 대해 ”우리가 정부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 '파이브 아이즈'와 독일·프랑스 정보당국에 전달됐다고 더글로브앤드메일은 전했다.


[중국의 개입, 최대의 안보위협]


캐나다 정부당국은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캐나다의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에 경악하면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CBC 방송이 지난 1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캐나다 정보당국이 중국 정부의 캐나다 총선 개입에 대해 캐나다 국가 안보에 '최대의 전략적 위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보안정보국(CSIS) 대변인은 이날 중국 정부의 선거 개입 논란과 관련,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들이 지속해 '캐나다의 민주적 제도'에 개입하는 활동을 펴고 있다”며 “이 같은 활동이 '더욱 빈번하고 교묘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SIS는 그러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캐나다의 '각급 결정과 행사 및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시도하는 외국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특정해 제시했다.


CSIS는 이어 “이런 위협이 '중국 인민'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에서 초래된다”며 “중국 공산당이 경제·기술·정치·군사 분야에서 '지정학적 이익'을 노린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CSIS는 또한 “이 같은 목적 달성을 위해, 캐나다의 국가안보와 주권을 직접 위협하는 활동을 수행하는 데 국가 역량을 최대한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CSIS는 중국 정부가 지난 총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선거개입에 대해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취급하면서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실체를 파악하려 하고 있으며 동시에 앞으로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도 강구하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중국, 호주도 선거개입]


중국이 외국의 선거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그 중 한 나라가 바로 호주다. 지난해 2월 16일, 호주의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언’은 “집권 연립여당의 스콧 모리슨 총리가 야당인 노동당과 중국공산당을 겨냥해 대단한 싸움을 시작했다”면서 “야당인 노동당은 중국 친화적 정당으로 강력한 중국과 맞서 싸우기는 역부족이라고 혹평하면서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모리슨 당시 총리가 이렇게 격하게 반응을 한 것은 5월의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중국이 다양한 수단으로 호주 총선에 개입하면서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펼쳐왔던 집권연립여당 후보 대신 중국 친화적인 노동당 후보들을 당선시키기 위한 공작들을 펼쳐왔다는 것이 연이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11일에는 중국이 스파이를 붙여 야당인 노동당 후보에게 자금을 지원하려 했으나, 호주 안보당국에 발각돼 무산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호주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과 강한 커넥션이 있는 한 익명의 사업가가 뉴사우스웨일스주 주지사로 나선 후보들에게 당선 시 영향력 행사를 대가로 이 같은 시도를 했고, 호주안보정보원(ASIO)이 이를 탐지해 저지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호주안보정보원(ASIO)은 “최근 호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세 개입과 스파이 활동을 테러리즘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호주의 선거에 중국이 깊이 개입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중국을 배척하는 정권이 아닌, 친중국적 정권을 수립하려는 중국의 강력한 의지가 표출된 것이라 봐야 옳을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에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중국의 뜻대로 호주에는 노동당 정권이 들어섰다. 지금 노동당 정권도 지난 정권의 대 중국정책을 상당히 많이 수용하고 있지만, 지난 정권보다는 훨씬 유연한 대중국정책을 펼치고 있다.


[북·중발 여론조작, 우린 없나?]


호주에까지 마수를 뻗힌 중국이 미국의 선거를 그냥 지나칠리 없다. 미국의 대선은 물론이고, 의회선거에까지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지난해 초에 해외 국가들의 ‘선거 개입’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CIA(중앙정보국)에서 수십년간 방첩 임무를 맡았던 베테랑 요원을 발탁해 책임자로 임명했다. 의회에선 이런 공격을 막기 위한 ‘해외 악성 영향 대응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할까? 얼마 전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인사는 “북·중·러에 둘러싸인 한국도 (여론 조작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사실 인터넷 여론에 특히 민감한 한국은 언제든 이들의 ‘손쉬운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발각된 간첩단 사건에서 보듯 북한 지령을 받고 다양한 선전선동을 일삼아 왔음이 확인되었다. 어찌 북한 뿐이겠는가? 중국이 조선족 등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차이나 게이트’ 의혹도 불거졌지만 정확히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


하기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까지 나서서 우리나라의 언론 지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드는 판이니 더 말할 게 뭐가 있겠는가? 우리도 각성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이라는 나라에 휘둘리게 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우리도 미국과 같이 ‘해외 악성 영향 대응센터’를 설립해서, 우리나라 선거에 중국이나 북한이 설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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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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