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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러정상회담, 시진핑 원맨쇼에 얻은 것 없는 푸틴 - '반미연대'로 뭉친 시진핑·푸틴, 화려하게 포장됐지만 실속 없어 - 푸틴-시진핑 회담에서 실종된 우크라 평화안. 양자 합의 못한듯 - 텔레그래프, "양측 우크라전쟁 출구 못찾아, 푸틴 얻은 것 없어"
  • 기사등록 2023-03-23 05: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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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최대 환대로 시진핑 맞았지만...]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극진한 환대와 예우를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성 게오르기 홀에서 공식 환영식을 열고 시 주석을 맞이했다.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래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시 주석의 3연임을 축하했고,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는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거행하게 되는데, 나는 러시아 인민이 반드시 당신에게 계속 견고한 지지를 보낼 것으로 굳게 믿는다”며 내년 러시아 대선 승리를 확신한다는 덕담을 건넸다. 시진핑의 이날 발언은 푸틴의 장기집권이 시진핑 자신에게도 득이 된다는 전략적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푸틴의 시진핑에 대한 극진한 환대에 대해 AP 통신은 “시 주석의 2박 3일 방문이 러시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대로 드러낸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반미연대'로 뭉친 시진핑·푸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간의 회담에서 의견 일치를 이룬 핵심은 반미연대였다. 양 정상은 “각국의 영토보전을 지지한다”며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공조를 약속했다. 아울러 “미국에 대해 세계 안정을 해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강력한 반미연대를 과시했다.


▲ [모스크바=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3.03.22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는 “양국은 각자의 이익, 무엇보다도 주권과 영토보전, 안보를 지키기 위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에도 반대하며, 자국 주권을 지키려는 중국의 행동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부분만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무기지원을 할 것인지의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일단 그렇게 진행할 수도 있는 길은 열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미묘한 부분도 있다. 공동성명 내용을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위기를 '통제할 수 없는 단계'로 밀어붙일 수 있는 모든 조처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의 요구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곧 서방진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갈수록 확대해 가는 것에 대해 러시아는 그러한 무기지원이 핵전쟁 위기로 몰고가는 처사라고 반발해 왔다.


그런데 공동성명의 또다른 부분에서는 “핵전쟁에는 결코 승자가 있을 수 없다. 핵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적었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이어서 사실상 중국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방의 우크라 지원이 러시아가 핵무기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그동안 주장해 왔는데 정작 중국은 핵전쟁은 절대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셈이어서 앞뒤가 서로 충돌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두 정상은 또 북한 문제에 대한 공조도 재확인했다. 이들은“미국은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대해 구체적 행동으로 응답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 정상이 철저하게 북한 편들기를 한 것이다.


[푸틴-시진핑 회담에서 실종된 우크라 평화안]


사실 이번 양 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회담이 끝나도록 가장 핵심적인 논의 사항이었던 이 부분은 사실상 공식성명에서 실종되었다. 그저 애매모호한 표현만 부분적으로 끼어들어 있을 뿐이었다.


영국의 BBC는 20일(현지시간) “푸틴은 시진핑과 우크리아나 전쟁과 관련한 논의를 할 것이라 밝혔다”면서 “중국이 지난달 적대행위 중단과 펼화회담 재개가 핵심인 종전계획보다 더 나은 진전을 기대했을 것”이라 전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도 2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은 러시아에 또 다른 공격의 시간을 주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을 비판하며 “휴전은 유혈사태를 멈추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종식하는 것은 물론 유럽 대륙에 드리우는 공포의 그림자를 종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휴전 반대와 중국의 휴전 요구는 미국의 이기적이고 악랄한 의도와 국제사회 대다수에 의해 공유되는 희망 사이의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며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동안 중국이 러시아와 어떠한 진전을 이룰지 세계가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중국내에서도 이번 시주석의 방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휴전을 향한 진일보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결과는 푸틴의 기대를 완전히 벗어났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정치적 해결에 관한 입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 측은 “평화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진핑 주석도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우리의 계획은 유엔 헌장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공정한 입장을 갖고 있다. 우리는 평화와 대화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의 휴전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이렇게 어정쩡하게 마무리가 됐다는 것은 양측의 휴전방안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는 당연히 현 상태에서 휴전을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24일 이전의 상태로 러시아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역시 러시아군의 철수로부터 휴전협상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종전을 위한 뾰쪽한 방안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중국이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고 또다른 일부지역 러시아 영토 인정 등의 제3안을 제시했을지 모르나, 이러한 타협방안이 푸틴에 의해 거부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원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전화통화도 실현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은 일단 “금명간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통화 계획이 없다”면서 종전의 푸틴 대화후 젤렌스키와의 통화 계획 발표를 뒤집었다.


[오직 시진핑만 돋보인 중러정상회담]


이번 미중정상회담은 한마디로 시진핑만 돋보인 만남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3연임으로 장기독재의 길을 들어섰지만, 중국내 여론이 심상치 않은데다 ‘중국의 원칙을 깬 3연임’이라는 프레임에서 한시바삐 탈출하려는 방안의 하나로 개획된 정치쇼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포함한 관영매체들은 연일 시진핑 주석의 방러 동정을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인민일보는 21일자에서는 주석이 전날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내려 의장대 사열을 받는 모습과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등 2장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또 22일자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회담을 하는 모습을 역시 1면 전부를 할애해 보도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자국 전문가들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이 양국 관계 발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중앙TV(CCTV)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발전과 진흥의 '동반자'(同道人)라고 정의하면서 “우리는 발전 진흥의 동반자로서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반드시 인류 문명의 진보에 새롭고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중국은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대대적인 시진핑 찬양과 함께 외교성과 홍보에 나섰다. 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을 푸틴이 화려하게 대접을 했지만 정작 공동성명에서도 우크라 전쟁과 관련된 돌파구를 찾지 못했으며, 실질적으로 푸틴은 얻은 것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평화적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시도도 실패했다”고 결론지었다.


[푸틴-시진핑 회담에 대한 서방의 반응은?]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대한 서방의 평가는 아주 냉혹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직후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자행한 잔혹 행위를 규탄하는 대신 오히려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엄호해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쟁 종식과 관련해서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핵심 요소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휴전을 위해선 중국의 중재가 아니라 러시아의 철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은 전 세계가 ‘중국의 독재자 시진핑의 영구집권’이라는 이미지를 ‘평화 중재자’라는 카드로 불식시키는 계기를 만들려 했지만 성과는 거두지 못했고, 대신 푸틴과 시진핑 두 독재자의 만남이라는 엉뚱한 이미지만 남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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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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