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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의 인구악몽, '파멸의 고리'에 진입 - 푸틴을 궁지로 몰아 넣은 러시아의 인구 위기 -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러시아의 인구 악몽 - 푸틴도 인지한 러시아 인구의 심각성, 옆나라 침공 필요성 강조
  • 기사등록 2023-03-20 0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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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궁지로 몰아 넣은 러시아의 인구 위기]


러시아가 인구학적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러시아 인구는 지난 1993년에 1억 4,86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초에는 1억 4,56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2%의 감소에 불과하지만, 이에 비해 미국 인구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3% 증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의 인구가 극적으로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수명마저도 미국과 현격한 차이가 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기대 수명은 71세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77세이며, 진짜 문제는 남성의 경우, 미국이 75세인데 반해 러시아는 66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남성의 기대수명은 심지어 북한, 시리아, 방글라데시보다 더 낮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 순위 11위의 경제대국이었지만 기대수명이 96위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WP는 “러시아 남성의 기대 수명이 이렇게 낮은 것은 심혈관 질환(심장마비, 뇌졸중 등)과 부상(살인, 자살, 사고)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러시아의 끔찍한 의료 시스템, 환경 오염, 높은 수준의 폭음 및 약물 중독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절망의 징후”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미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러시아의 사망률은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3년 러시아에서는 120만~160만 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수치가 정확하다면 러시아는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은 미국보다 코로나 사망자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결국 러시아의 인구통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는 것인데, 이는 러시아 당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를 사실상 은폐했고, 러시아산 백신 효용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실제로 러시아는 코로나19 사망자를 38만8천 명으로 공식 집계했으나,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사망자를 120만 명에서 160만 명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850~1천100명 수준으로, 인도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인구 악몽]


러시아의 인구 악몽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말미암아 그 심각성은 도를 넘고 있다. WP는 “지난 한 해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6만~7만 명의 전투 사망자를 냈는데, 이는 1945년 이후 다른 모든 전쟁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이며 이제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CSIS는 “러시아 군인의 월 평균 사망자 수는 체첸에서 월 평균 사망자 수의 최소 25배, 아프가니스탄에서 월 평균 사망자 수의 35배에 달한다”면서 “여기에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50만에서 100만 명의 러시아인(대부분 젊고 교육받은 사람들)이 러시아를 탈출했는데, 이로인해 모스크바에서는 눈에 띄게 남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인구 감소의 심각성은 올해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독립 언론 ‘미디어조나’와 자원봉사자들이 BBC 러시아 지국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 및 용병 전사자를 조사해보니 우크라이나 전쟁 1년 동안 확인된 러시아군의 전사자 숫자만 1만6천여명이며, 실제는 이보다 두 배인 3만 2천명 정도 될 것이라고 집계했다. 여기에 최근들어 전사자는 1주만에 1천여명이 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사자를 포함해 부상자, 실종자 등 사상자 전체는 적어도 14만4500명이라고 이 단체는 추정했다. 이들이 작성한 통계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으며, 전사자 통계 중 가장 과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전장에서는 전사했지만 전사통보가 아직 오지 않은 숫자들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방 쪽에서는 러시아군의 사상자가 20만~25만명이고, 그 중 6만~7만여명 정도가 전사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우크리이나 국방부는 3월 18일 현재 러시아군 사망자수만 최소 16만 4200명이라 주장하고 있다.


[푸틴도 인지한 러시아 인구의 심각성]


푸틴도 이러한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1년 9월, 1917년 혁명과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제국을 잃지 않았다면 현재 러시아의 인구는 5억 명에 달했을 것이라고 한탄하며 이를 ‘금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불렀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러시아 인구를 늘리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이번에 ICC(국제형사재판소)가 푸틴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게 된 직접적 요인이었던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사건도 이러한 인구문제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소련 공화국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하고 현재 미국외교협회에서 일하고 있는 스티븐 세스타노비치는 “푸틴이 ‘러시아 쇠퇴에 대한 극단적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인구 4천만명의 국가를 정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4일 “러시아에서는 지난 3년간 전쟁과 질병, 탈출(exodus) 등의 영향으로 평시와 비교해 200만 명의 인구가 추가로 감소했다”면서 “15세 남성의 기대수명은 5년 짧아졌고, 징병과 망명 등으로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1천만 명 이상 많은 기형적 인구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면서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이는 국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러시아와 같은 가파른 감소세는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러시아 인구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감소한다면 50년 안에 1억2천만 명으로 줄어들어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나이지리아에 이어 현재 세계 7위인 인구 규모가 세계 15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인구 감소 '파멸의 고리'에 진입한 러시아]


이러한 러시아의 극적인 인구감소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2월 시작된 전쟁을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며 “인구 감소 '파멸의 고리'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인구 구조와 체계 자체를 완전히 붕괴시켜 버린 기폭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선 전쟁을 통해 죽거나 다친 병사들의 숫자는 기본적으로 최소 20만명은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러시아의 두뇌라 불리는 젊고 교육받은 인력 50만~100만 명은 전쟁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지난 3일, “러시아는 지난해 2월 24일 이후 지나치게 높은 전장 사상자 비율과 강제 징집을 피해 해외로 피신한 수십만 명의 젊은 러시아인으로 인해 거의 백만 명의 젊은 남성을 전쟁으로 잃었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서방세계는 인적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짧고 결단력 있는 전투를 중시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 군사 전략은 적군의 방어를 압도하는 대규모 보병과 포병으로 이루어진 인간 파동식 공격이라는 소련 시대 교리에 의해 여전히 크게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 15만명의 병력으로 시작했는데, 현재 사망과 부상, 실종 등으로 인한 러시아 병사 손실 추정치가 20만명이 넘는다는 것은 전쟁 개시 12개월만에 130%의 인력교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인구 감소에 따라 당장 올 봄철 군 정기 징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병력 증강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당장 전쟁도 문제지만 고학력 인력의 해외 이탈이 잦아지면서 전반적인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실제 러시아 당국 집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정보기술(IT) 종사자의 10%가 러시아를 떠났다. 이러한 수치는 전쟁 이후의 러시아 미래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또 있다. 징병과 망명 등으로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1000만 명 이상 많은 기형적 인구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이로써 2021년 남성 100명당 여성 121명이었던 남녀 성비 불균형은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구학적 악순환은 러시아를 (인구 규모가) 더 작고, 교육 수준은 더 낮고, 더 가난한 나라로 만들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에 있어서만 아니라 (러시아에도) 인적 재앙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인구 재앙에 직면한 러시아, 푸틴의 병적인 ‘러시아제국 부활 집착’이 러시아를 더욱 망가뜨리고 ‘전 세계적 빌런’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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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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