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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SVB 파산이 불지른 중국의 풍선시위 - 중국 이번엔 풍선시위, “내 예금 돌려 달라!” - 미국의 SVB 뱅크런이 불붙인 중국의 풍선시위 - SVB사태, 중국 금융권을 흔들 수도 있다
  • 기사등록 2023-03-17 12: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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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번엔 풍선시위, “내 예금 돌려 달라!”]


중국에서 백지시위와 백발시위에 이어 이번에는 풍선시위가 일어나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위를 불붙인 것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한마디로 SVB의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여파가 중국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2일부터 중국내 SNS 계정들에서는 지난해 유혈 시위로까지 번진 중국 허난성 마을은행 4곳의 뱅크런 사태 이후 아직까지 예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대형 풍선을 시내 곳곳에 띄우며 예금 인출을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들이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에포크타임스는 16일, “지난 12일부터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완다광장이나 황허(黃河) 강변 등지에선 마을은행 예금 동결 사태 피해자들이 시위 문구를 단 애드벌룬 형태의 대형 풍선을 띄우며 정부 당국에 예금을 돌려달라며 시위를 했다”면서 “허난 정부는 예금주들을 속이고 불법적으로 계좌를 동결했다”, “전 세계에서 은련카드 출금이 다 이뤄지는데 왜 허난에선 안 되는가” 등의 시위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실 허난성에서의 시위는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해 7월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시위는 은행의 부실과 정부에 대한 불신들이 합쳐지면서 수천명이 모여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로 발전했다.


허난성 마을은행들은 그동안 중국 전역의 시민들로부터 고리의 이자를 약속하고 예금을 유치해왔다. 그러나 2021년 중국 2위 민영 부동산 개발사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닥쳤고, 폐쇄적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인한 기업 부진, 그리고 은행 경영진의 방만한 운영 및 각종 비리가 맞물리면서 전방위적인 자금 압박을 겪게 되자 지난해 4월 예금 인출 중단을 결정했고, 이에 예금을 찾지 못하는 예금주 수천 명이 중국인민은행 정저우지행(支行·지역본부)에 모여 시위를 벌이게 된 것이었다.


여기에 직접 연루된 은행들은 위저우마을은행 등 4곳으로 예금 동결사태 피해자들은 지속적으로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1월에도 피해자들이 백지를 들고 “내 예금을 돌려달라”고 외치며 고속도로를 행진하는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도 올라와 논란이 됐다.


이렇게 문제가 확산되자 중국 금융당국은 일단 5만 위안(약 950만 원) 이하의 예금을 대신 지급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여전히 130억 위안(2조4792억 원)가량의 자금이 묶여 있는 상태다.


[미국의 SVB 뱅크런이 불붙인 중국의 풍선시위]


사실 중국내에서 지난해 말 백지시위가 확산된 바 있고, 올들어 2월에는 연금과 관련해 백발시위도 일어났지만, 예금 문제로 또다시 대규모로 공개적인 반정부시위가 일어났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시진핑 3기를 막 출범시킨 상황에서 사회 안정을 제1의 업무 목표로 삼았던 시진핑 정부에 주는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동안 잠잠했던 시위가 다시 본격화한 것은 미국 SVB 폐쇄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에서 SVB의 뱅크런 사태가 터지자마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태 발발 사흘 만에 신속한 예금자 보호조치를 발표했다. 이러한 미국의 신속한 조치를 보면서 중국의 예금주들이 열불이 난 것이다. 중국 당국이 사태가 발발한지 1년여가 지나도록 사태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피해자 왕(王) 씨는 “미국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중국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해결하고 있다”며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에서 일어난 뱅크런 사태에 대해 양국 정부가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비교하면서 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중국 당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서 시위에 나섰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던져 준다. 단순한 금융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SVB사태, 중국 금융권을 흔들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미국의 SVB사태가 중국의 금융권을 흔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가 예상보다 낮아 이미 환멸을 느낀 중국 주식 투자자들이 SVB파이낸셜 그룹의 충격적인 붕괴를 접하면서 중국 시장을 등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번 SVB 사태가 중국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중국 시장에는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로이터의 분석이다.


당장 위기의식을 느낀 SVB와 상하이푸동은행(SPD)의 합작사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안심시키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미국의소리(VOA) 중국어판도 16일,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의 갑작스러운 파산은 미국 금융계에 패닉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강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면서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실리콘밸리은행은 한때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자 중국과 가장 밀접한 미국 금융기관 중 하나였는데, 이 은행의 붕괴는 중국에서 광범위한 관심을 끌었다”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실리콘뱅크 파산의 연쇄 반응은 은행과 무관한 일부 중국 기업에도 확산됐다. 중국 최대의 항암제 회사 중 하나인 베이진(BeiGene)을 비롯해 여러 제약회사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얼마나 많은 중국 기업이 SVB 계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중국 상장 기업 및 비상장 기업은 위험 노출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을 수 있으며, 발표를 선택한 기업은 중국 기업 전체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두에서 텐센트에 이르기까지 중국 기술 스타트업은 수십 년 동안 미국 벤처 캐피털과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실리콘밸리 은행의 갑작스러운 폐쇄는 두 회사에도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SVB는 일반 외국 은행과는 거리가 멀다. 이 실리콘 밸리의 ‘황금 마스터’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미국 신생 기업의 활발한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수년 동안 중국 시장을 미래의 가장 큰 기회 중 하나로 설정했다.


심지어 2010년 켄 윌콕스 당시 CEO는 전체 이사들을 중국으로 불러 이사회를 열고 중국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룹이 해외에서 이사회를 개최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후 SVB는 중국 측이 주도하지 않고 독립적인 법인 지위를 가진 중국 최초의 합작 투자 은행 설립을 승인했다. 그 합작회사의 중국측 파트너가 바로 상하이푸동은행(SPD)이다.


VOA는 이러한 중국과 SVB와의 연계성을 설명하면서 SVB 사태가 중국의 기업들에게 주는 충격도 있지만, 또다른 측면에서 중국의 수많은 예금자들에게 불안감을 갖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지금 불안하다!]


사실 이번에 풍선시위를 불러왔던 허난성의 시위자들은 중산층 그 이하의 사람들이다. 그렇게 부유하지 못한 중국의 서민들이 공공성을 지닌 은행에 당했다는 것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이 중국의 인민들 전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지금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헤지펀드 그로인베스트먼트가 최근 보고서에서 2015년 금융시장 폭락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핫머니(투기성 자본)가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홍콩에서는 외국인 브로커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또한 “중국 본토 펀드가 투기성 자금의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홍콩에 상장된 주식을 사들이고 있으며, 일부는 홍콩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트래커 펀드'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중국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6천700억달러(약 956조원)가량 빠져나간 바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지난 1년간 글로벌 매니저들이 중국과 홍콩, 뉴욕 증시에서 300억달러(약 42조8천억원) 상당의 중국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이 매니저들의 평가에 따라 추가로 1천억∼2천억달러 규모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중국 자산의 위기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금융기관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고 동시에 중국 경제를 위험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중국 금융당국도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리스크가 큰 금융기관들을 정리해 나갈 것임을 밝힌 것이다.


물론 SVB사태가 중국 경제에 어느 정도의 충격을 줄 것인지 아직 짐작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많은 중국 인민들에게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채권 시장까지 불안해지고 있어서, 이러한 금융불안이 중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또한 시진핑 3기의 안정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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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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