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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03 06: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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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700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가 유인원으로부터 갈라졌다고 한다. 뇌 무게는 평균 400g 정도로 작았지만, 초기에는 매 10만 년마다 4.6%씩 100만 년 동안 증가하다가 호모사피엔스 출현 이후부터 10만 년 당 7.6%씩 폭풍적인 성장 비율로 증가하였다. 그러다가 지난 2만 년 사이에 뇌 용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400만 년 전에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의 뇌 용량은 400g 정도로 추정되며, 그리고 이후 170만 년 전에 발굴한 최초의 직립원인(直立猿人)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용량은 1,000g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다시 13만 년 전에 독일 계곡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ensis)의 뇌 용량은 1,600g까지 커진다. 


이처럼 다윈이 등장한 이래로 뇌의 크기는 인간을 측정하는 여러 가지 척도로 사용되었다. 초기의 인간이 점차 직립자세를 갖게 되면서 뇌의 크기는 인간 진화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인간의 뇌는 200만 년 가까이 계속된 진화과정에서 점점 커졌다. 그래서 인간의 뇌의 크기는 지능과 관련된 척도가 된다는 전제하에서 여러 인종들을 구분하는 기준으로도 사용하게 되었다.


원시 아프리카 지역에서 살아온 초기 인류 조상은 식물, 열매, 과일 등 자원이 풍부했지만, 기후 변화로 생활터전이 건조하게 변화하게 되자 식물의존 생존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게 되어 먹거리를 찾아 거리가 먼 지역까지 이동하게 된다. 처음부터 이동하지 않고 살던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었고, 결국은 생존을 위해서 원래는 먹지 않았던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갖게 된 동물들은 그들 자신들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신체적 특징만으로도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아서 별도의 지적 능력을 발달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날카로운 발톱도 털가죽도 없는 인간 스스로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구가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인간은 획기적인 생존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사자와 하이에나, 독수리와 같은 맹수들이 내장과 고기를 먹어버리고 버려진 뼈에서 돌 도구를 이용하여 골수를 빼먹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이러한 돌은 점차 쓸 만한 석기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세월을 거치며 석기를 이용해 점차로 고기를 먹게 되었고,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영양분을 단번에 섭취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런 도구의 발달에 힘입어 필요한 에너지 외의 잉여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사건은 사바나 일부 지역에서 선택했던 전략이었고, 그렇게 해서 생존하게 된 초기 인간 종이 우리들의 조상이라고 가정하게 된다.


400~500만 년 전의 뇌의 무게는 오늘 날의 침팬지와 비슷해서 400g 정도였고, 200~300만 년 후의 호모 하빌리스 때는 750g으로 커지지만, 몸은 여전히 100cm 전후로 작았다. 그 후 20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의 뇌 무게는 1,000g에 육박하게 되고, 몸집도 170cm 정도로 크게 불리게 된다. 결국 호모 에렉투스는 150만 년 전에 불을 사용하는 능력도 알게 되고, 건장한 체력과 뛰어난 전술로 석기를 다뤄 많은 동물을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많은 고기를 다 먹기 위해서는 보다 더 나은 소화 기관을 갖추는 것이 당면한 문제가 되었다. 마침내 초식을 먹는데 길들어 있던 몸은 기름진 음식들도 소화시킬 수 있는 “아포 지방단백질”을 분비하는 기능이 진화된다. 


그래서 150만 년 전에는 “아포 지방단백질” 유전자가 출현하게 된다. 호모 에렉투스는 큰 두뇌와 건장한 몸집을 하고 상당히 효율적인 소화력을 갖추면서 사냥을 본격적으로 즐기면서 고기류를 먹기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되자 고기를 소화시키기 위해서 쓰였던 에너지는 상당히 절약하게 되었고, 소화기관의 크기도 줄어들면서 남아돌게 되는 에너지는 뇌 조직을 더 발달시키고 유지하는데 쓰이게 된다. 


이런 결과 석기시대에 들어서서는 뇌의 무게가 1,500g까지 커지게 되었고, 2만 년 전 석기시대 이후로 뇌 무게가 줄기 시작하여 현대에는 1,400g 정도로 오히려 100g 정도 줄어들어 인간의 뇌는 테니스 공 하나 정도의 크기를 잃어버리는 꼴이 되었다.


수렵생활을 하였던 석기시대까지 뇌가 크다가 2만 년 전부터는 오히려 줄어들게 된 사실에 대한 근거들을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뇌가 줄어든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로 “기억”해야 할 자료가 대폭적으로 감소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가설이 있다. 


원시 수렵시대에는 사냥기술, 먹을 것과 먹을 수 없는 것들을 구분하는 지식, 주변의 환경과 지리에 관련된 기억, 도구를 만들고 생활의 터전을 잡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 하나하나를 개인 스스로의 머리로 해결해야만 했다. 그뿐 아니라 이런 지식에 관한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기억했다가 다음 세대에게도 확실히 전달해 주어야 했다. 이와 같은 일로 해서 뇌 용량이 클수록 생존경쟁에 유리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부족을 구성하는 단위가 커지고 점차로 사회적인 조직체계가 구성되면서 생존에 필요한 자료들을 모두 기억해 두지 않아도 충분하게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뇌의 용량은 점차 자연스럽게 줄게 되었다는 논리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이 가족 단위로 개인적 생활을 하다가 점차 집단적 생활로 변화하게 되었고, 이런 집단생활은 개인이 알아야 하고 기억해야 했던 정보들을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뇌가 작아져도 생활하는데 특별하게 위협을 받지 않게 되었다. 즉 인간은 보다 넓은 협력관계 속에 모여 살기 위해서 스스로를 “자기 가축화”하며 길들인 결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로 사회화되고 가축화가 되었기 때문에 고립상태에 빠지거나 격리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집단적인 사회관계에서 살아가며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개인마다 다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 즉 정보의 공유화와 전문화가 이뤄진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흘렸지만 법과대학에서 강의하던 일이 새롭게 기억이 난다. 


고등 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몇 년을 한적한 절에 들어가 법률의 내용을 머릿속에 넣는 고생을 해야 하는데, 이런 식의 고시 합격생 선발 방법은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법조계 인사가 되기 위해 법률에 관련된 정보를 모두 외워야 하는 기억력 선발 테스트는 필요치 않다. 


구체적인 법률 규정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물어보면 너무도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법조인 선발 기준은 범죄자의 범행 동기에 대한 분석력과 죄를 받은 후 개선의 여지가 얼마나 되는지 행동 개선에 대한 판단력을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소프트웨어(Software) 영역을 평가해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열심히 하드웨어(hardware) 영역만 평가하고 있다. 마치 자동차 면허증 시험을 볼 때, 운전 능력보다 자동차 구조학을 더 잘 알아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주 비행사를 선발할 때, 로켓 구조와 원리를 평가한다면 영원히 비행사를 선발할 수 없을지 모른다.


뇌가 진화를 거치면서 초기에는 아날로그 형식으로 용량이 커지는 방향으로 발전하다가 2만 년 전부터 디지털 형식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뇌 조직의 관계 망이 더 복잡하게 연결되면서 뇌 영역 간 정보를 처리하는 양과 속도 측면이 발전해 가는 형태로 뇌가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머리의 뒤통수 아래쪽에 야구공만한 크기의 소뇌라는 뇌 조직이 있는데, 지금까지 소뇌는 운동 조절에 관여한다는 원시적인 가설만이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20여 년 전부터 소뇌의 다른 새로운 기능이 밝혀졌다. 소뇌에는 주름이 대뇌피질에 비해서 더 많아서 운동 조절능력은 일부의 기능이고, 오히려 중요한 기능은 감각의 통합과 조절, 그리고 대뇌피질과 연합하는 학습의 기능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추세다.


인류의 인지능력의 진화 과정은 단순한 뇌 용량의 팽창뿐만 아니라 다른 뇌 부위와 새롭게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보를 처리하려는 세포의 수가 수천 억 개가 있고, 각 세포는 기지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냅스가 수백 조가 되는 정보처리 기능도 갖고 있다. 사실 인간의 뇌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크기가 커지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크기보다는 기능이 더 복잡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런 뇌 진화과정은 핸드폰 발전과 유사하다. 핸드폰이 처음에 세상에 출시될 때는 크기가 벽돌만큼이나 컸지만 기능은 별로 신통치 못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핸드폰은 크기도 작아졌지만 기능도 상당히 다양하게 발전했다. 우리 뇌 구조도 처음에는 크기 중심으로 진화하다가 2만 년 전부터 기능을 다양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머리가 커야 지능이 높다고 했으나 요즘은 작은 고추가 맵다고 머리는 작아도 기능이 진화했다면 지능도 높다고 말해야 한다.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머리의 크기에서 기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이미 2만 년 전부터 아날로그 시대를 뛰어넘어 디지털 시대로 진화의 방향을 전환하였다.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 국방을 지키는 군인도 사람이 아닌 로버트 군인으로 배치될 전망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시절은 지도자가 모든 정보를 알고 있어야 했지만 현대 지도자는 능력이 있는 전문가를 잘 골라서 활용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의 머리는 항상 빌려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정보화 시대에서는 정말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새롭게 느껴진다.


인간은 초기 원시시대 개별적인 개인 생활에서 점차 집단적 생활을 거치며 사회적인 동물로 진화하면서 분업의 장점을 터득하게 되고 이제 전문화의 시대로 접어들어서며 뇌의 기능도 크기 중심에서 기능 중심의 효율성을 따라 진화하였다. 초기 뇌 기능을 아날로그 시대라고 한다면 현대의 뇌 기능은 디지털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대학생 시절 때 어느 강의에서 인간 뇌를 만들려면 당시 서울 운동장 크기로 만든다고 해도 완벽하게 만들지 못한다고 말씀했던 기억이 있다. 뇌의 기능이 집약되고 소형화 되어서 앞으로 얼마만큼이나 작게 진화될지 궁금하지만 전문화가 이제는 다시 이기주의적 개인주의로 되돌아 갈 것인지 아니면 전문화로 진화하지만 사회적인 동물의 위치는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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