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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러 경제난 '커밍아웃', “쿠바·북한·이란 중 어느 길?” - 국영TV “쿠바·북한·이란 중 어느 길” 서방제재 두고 격론 -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의 목을 조르고 있다 - 러시아. 최악의 상황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 기사등록 2023-01-31 13: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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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TV “쿠바·북한·이란 중 어느 길” 서방제재 두고 격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진영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이 러시아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국영TV가 이에 대한 논의까지 하는 일이 발생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러시아 국영 TV 모니터를 담당하는 프랜시스 스카(Francis Scarr) 기자는 지난 1월 28일 “(러시아) 국영 TV에서 오늘 중요한 토론이 열렸다”며 영문 자막을 달아서 해당 토론 영상 일부를 트위터에 올렸다.


이 영상에서 사회자는 “서방 측의 제재에 맞서는 데는 세 가지 길이 있다”면서 “쿠바의 길, 북한의 길, 그리고 이란의 길이다”고 전제했다. 그런 후 이 세 나라가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이용한 방식을 영상으로 소개한 후 어느 모델이 러시아에 가장 적합한지에 관해 패널 토론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에 대해 이란이 가장 적합하다고 꼽은 한 토론자는 “경제 정책이나 국내 자원이라는 면에서 봤을 때 이란이 우리(러시아)에게 가장 가깝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까지, 우리가 소련이던 시절에, 이 나라들(쿠바·이란·북한) 모두를 지원했었다”고도 지적했다.


다른 토론자는 이 의견에 동의하면서 “이란과 러시아는 다민족 국가라는 점과 매우 까다로운 이웃 국가들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점도 이란 방식이 적합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토론자는 “봉쇄와 경제 제재에서 견디는 경험이 우리보다 더 많은 나라는 전 세계에 단 하나도 없다”면서 다른 국가의 모델 검토 자체가 의미없다고 설명했다.


이란 모델을 설명한 러시아 국영TV는 “이란은 1979년 혁명으로 기존 왕정이 폐지되고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서면서 발생한 주(駐)테헤란 미국 대사관 점거 인질사태를 계기로 미국으로부터 자산 동결과 무역 엠바고 등 제재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국영TV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경제제재를 1981년에 해제했다가 이란이 국제 테러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1987년에 제재를 다시 부과했다.


러시아 국영TV는 쿠바모델을 설명하면서 “1990년대에 소련의 원조 덕택에 붕괴를 면했으며, 소련 붕괴 후에는 ‘불법으로’ 럼과 시가를 수출해 제재를 견뎌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TV는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이유로 2006년에 국제 제재를 받았으나 중국 덕택에 이를 ‘우회할’ 수 있었다”면서 “사이버 절도, 암호화폐 이전, 랜섬웨어 배포 등도 외화벌이에 썼다”고 전했다.


사실 러시아 국영TV에서 서방세계의 경제제재로 인해 글로벌 경제에서 최후진국인 이란과 쿠바, 북한의 모델을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코너에 몰려 있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이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이 서방세계의 제재에도 경제가 오히려 잘 돌아간다고 허세를 부렸지만 이미 러시아 경제가 골병들만큼 어려운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재가 러시아의 목을 조르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23일(현지시간) “서방세계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가 러시아의 목을 조르고 있다”면서 “러시아 루블화의 화폐가치가 추락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러시아 재무장관을 지낸 바 있는 미카일 잔도르노프는 최근 로스비즈니스컨설팅(RosBusinessConsulting)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이 2023년에는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TV들은 러시아가 유럽에 석유를 공급하지 않아 그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며 낄낄대지만 사실은 러시아가 그로 인해 엄청난 시장을 잃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PF 캐피탈 컨설팅 회사의 수석 경제학자 예브게니 나도르신도 지난 12월 “지금 러시아 경제는 이전처럼 정부 지출 증가로도 완화될 수 없는 더 깊은 침체에 들어가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NYT는 이와 관련해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2월 24일 개전후 7개월여 동안은 서방진영의 경제제재로 인한 압박을 거의 느끼지 않았지만 10월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제재 효과가 러시아에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경제분석가 예브게니 샤토프는 “러시아 경제에 2023년은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2023년에는 제재가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시기가 될 것이고, 유가상한제가 실시되면 외국인 투자 부족은 본격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해 12월 4일 유가상한제가 푸틴의 재정에 압박을 가해 “잔혹한 침공에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수익을 창출하는 데 제한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렌 장관은 “러시아 경제는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으며 정부 예산 압박도 심각하다”면서 “가격상한제는 푸틴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을 즉각 단절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도 지난해 12월 2일, “제재는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면서 “제재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증대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대 러시아 경제제재의 3가지 목표]


포린폴리시는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는 서방 측의 목표를 세 가지로 꼽았다.


(1) 크렘린에 단호한 결의와 단합의 신호 보낸 서방국가


첫째, 서방국가들은 크렘린에 단호한 결의와 단합의 신호를 보냈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제재는 확실히 성공했다. 개전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 제재를 위한 범대서양 국가들의 협력은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 미국과 EU는 러시아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축출하여 자금거래를 할 수 없게 만들었으며, 러시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의 절반을 동결시켰다.


(2)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 약화


둘째, 대 러시아 제재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현저하게 약화시켰다. 이로인해 러시아 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빠져들었다. 대표적으로 경제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동차 분야의 퇴조는 충격적이다. 수요도 감소했지만 주요 부품의 수입길이 막히면서 제대로 생산조차 되지 않는다.


특히 지난 9월 동원령 이후 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 깊어질수록 사회 안정도 위협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포퓰리즘 정책을 쓸 여유도 없다. 러시아 예산 자체가 심각한 적자이기 때문이다.


푸틴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국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여력이 전혀없다. 여기에 만약 두 번째 동원령이 선포된다면 그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이것이 지금 푸틴이 직면한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3) 제재의 궁극적인 목표, 러시아 경제의 숨통 끊는 것


셋째, 제재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끊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장기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일단 미국과 EU는 러시아의 석유 및 천연가스 회사들에 서방의 자본과 기술 공여를 중단했다. 문제는 이러한 제재가 길어진다면 러시아는 당장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 러시아의 석유·천연가스 유정(油井)은 고갈되고 있어서, 북극해나 그 주변에 있는 새로운 매장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러면 서방의 기술과 자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러시아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다.


[러시아 상황은 더 나빠질 것]


정말 심각한 것은 러시아의 경제사정은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포린폴리시는 이란에 가해진 미국 경제제재의 선례를 바탕으로 서방 측이 아직도 세 가지 수단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① 미국과 EU는 모든 러시아 은행들을 SWIFT에서 축출하여 러시아를 재정적으로 완전히 고립시킬 수 있다.


② 미국은 러시아의 미국 달러화 사용을 금지시켜 에너지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③ 가장 강력한 제재 방안은 미국의 제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로, 러시아와 거래하는 모든 기업들의 미국 시장 접근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이 방안이 시행된다면 모든 기업들은 러시아와 미국 시장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런 측면에서 포린폴리시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푸틴에게는 최악의 상황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는 러시아 내부에서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러시아 최대은행 스베르방크의 게르만 그레프 대표는 “러시아 경제가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10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러시아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예브게니 곤트마커는 “휴전이 된다 해도 러시아는 계속 ‘포위된 요새’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는 더욱 원시적으로 변하고, 군수물자 생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것이 지금이 러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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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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