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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1-30 0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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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hy Times]


마을버스 타고 세계일주를 하더니 당나귀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를 마친 여행작가가 돌아왔다. 세상은 코로나로 겁에 질려 있었지만 여행이 일인 그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한도에서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당나귀 한 마리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 814km를 걷겠다고 떠났고 그의 이름은 임택, 동행한 당나귀의 이름은 동키호택이다. 그 옛날 순례자와 같이 당나귀와 함께 재워주는 곳에서 자거나 노숙을 하며 당나귀의 속도로 하루 20km를 걸었다.


수 년 전 나이 50살이 넘으면 여행작가가 되겠다던 그는 정말 마을버스를 타고 나타났다. 폐차 직전의 마을버스를 수리해서 타고 2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고, 귀국한 후에는 국내 오지와 낙도 여행을 하며, 틈틈이 당나귀와 함께 시골길을 걷기 시작했다. 마을버스 은수와 함께 떠난 강원도 여행은 대략의 좌표만 있을 뿐 여행 계획이나 매뉴얼이 없는 자유로운 여행이었지만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 필요한 독특한 여행이라는 걸 경험했다.


여행이 본업인 사람들은 혼자 걷든 섬에 가서 머물든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행에 갈급한 사람들은 여행작가가 방송에 나와서 해주는 마을버스 세계일주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기 원했다. 때가 오기를 기다리던 그는 방역지침이 완화 되고 여행이 가능해지자마자 스페인으로 날아가 당나귀 한 마리를 빌렸다. 이름은 돈키호테와 임택 대장의 이름을 합한 호택에 당나귀를 말하는 동키를 앞에 붙였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산티아고 길을 순례한 당나귀에 대한 이야기를 동화를 쓰기 위한 여행 계획이었다.


그가 순례길에서 밥 한 끼를 얻어먹거나 나눌 때마다 그의 여행을 응원하는 친구들(코긱스-Korean Geeks. 대한민국의 괴짜들이라는 의미. 고 이민화 박사의 책 <협력하는 괴짜들>의 철학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아프거나 배고픈 어린이들을 위해 한 끼에 3,000원 씩 기부 했고, 그는 책을 판 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돌아와서 안동의 오래된 정자에서 열흘 간의 자가격리 중에는 (그 정자의 주인은 유럽대륙을 걸어서 누빈 도보여행가인데) 홀로 비어있는 문화재를 쓸고 닦으며 밥값을 했다. 마을버스 여행을 할 때나 당나귀 여행을 할 때나 자비량이 기본이다. 그동안 우리가 누려온 깃발 여행이나 자연을 피곤하게 하는 여행이 아니라 최소한의 것을 먹고 쓰며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생태여행이다.


지난 8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임택 대장을 만나 당나귀와 함께 걷게 된 산티아고 여행과 여행 후의 계획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의 여행이 갖는 특별한 의미, 파급효과와 가치에 동의하며 응원과 기도를 약속했다. 갈 때부터 중앙일보에 여행이야기를 싣기로 하고 길 위에서 틈틈이 원고를 써서 보냈지만, 돌아와서 전화로 긴 인터뷰를 했다며 신문에 난 기사를 보내왔다.


생각해보면 인류의 역사 중에 전쟁과 질병, 자연재해와 기근에서 자유로웠던 시기는 없었다. 재난 중에는 특별히 연약한 어린이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고난을 당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빈민가의 어린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친구가 말하기를 그곳에서 시작된 오미크론은 주로 기저질환이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창궐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인심까지 극도로 흉흉해졌다고 한다. 봉쇄하지 않는 한 사람들의 왕래를 무조건 막을 수는 없는데 아프리카대륙의 백신 접종률은 겨우 5%에 머문다고 한다. 어차피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세상인데 그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삶의 여정은 계속되어야 한다. 자연보호나 환경이라는 인간중심적인 발상이 아니라 사람과 동식물과 모든 생물이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계의 회복을 실천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삶이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더욱 단순한 삶의 방법을 통해 자연밥상을 차리고 천천히 걸으며 발견해야 할 것들이 많기에 대도시에 살면서도 성곽길, 둘레길, 골목길을 유심히 살피며 걷는다. 이곳은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우마차가 천천히 거리를 누볐고, 사람들은 밥 때 찾아온 사람들에게 밥상을 차려주었던 도시가 아닌가.


미친 듯 속도를 내며 달리다 브레이크가 걸린 우리에게 어쩌면 잊었던 어제의 생활방식에 내일을 살아갈 답이 있는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에 옛날의 순례자들처럼 당나귀와 동행하며 경험한 기적 같은 이야기들이 교과서보다 깊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믿으며 아름답고 영민한 생명체인 당나귀 순례자의 여행이야기가 어떤 동화로 재탄생할지 사뭇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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