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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항복하는 러시아 군인들 - 우크라 핫라인 통해 러 군인 6500명 투항 - 러시아 당국, 차단 급급하지만 우회라인 통해 우크라 연결 - 하루 100명 이상씩 우크라 핫라인 이용, 사기 떨어진 러시아군
  • 기사등록 2023-01-30 12: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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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핫라인 통해 러 군인 6500명 투항]


"우크라이나군이 오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항복해야 합니까? 무릎 꿇으면 되나요?"



영국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각) “6500명 이상의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투항용 핫라인’을 통해 항복을 시도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가디언은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9월15일부터 올해 1월20일까지 6543명의 러시아 병사들이 ‘나는 살고 싶다’(I Want To Live) 핫라인을 통해 투항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비탈리 마트비옌코 전쟁포로부 대변인은 “군번과 개인정보 등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연락한 이들이 러시아군 소속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BBC도 최근 “우크라이나 측에 항복하겠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러시아군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인 헤르손에서 퇴각한 뒤 이같은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항복 문의'를 하는 창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24시간 운영 중인 콜센터 '살고 싶다(I Want To Live)'라는 핫라인으로 이곳에서 전화 상담은 물론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러시아군의 문의에 답을 해준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군의 항복을 받아낼 목적으로 개설한 이 콜센터에는 매일 100건 이상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접속 방법도 간단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로 연결되는 핫라인에 직접 전화를 하거나 텔레그램·왓츠앱 등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세부 정보를 등록하면 '살고 싶다'와 연결된다. 이곳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전달받을 수 있다.


투항하는 방법 역시 간단하다. 병사들은 핫라인에 전화한 뒤 안전하게 우크라이나 병사들과 접촉해서 항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받는다.


핫라인 운영책임자인 마트비옌코는 “러시아 병사들이 핫라인에 전화를 걸어 항복 의사를 표하는 것이 첫 번째”라며 “자신의 개인정보를 남겨야 하며, 이후 우크라이나 영토에 도착한 후 다시 핫라인에 전화를 걸어 ‘항복하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면 요원들이 안전한 장소에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통화 상담가 스비틀라나(가명)도 BBC에 “항복 방법을 묻는 러시아군에게는 통상 '위치를 공유해달라'고 답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으로 전화하는 러시아 군인들은 거의 대다수가 간절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면서 “군 부대에서 몰래 도망쳐 나와 전화할 수 있는 저녁 시간대에 통화 건수가 확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일단 투항하게 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정부의 죄수 교환 프로그램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일단 우크라이나에서 구금상태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 마트비옌코는 “이런 교환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석방한 우크라이나인은 모두 1646명”이라고 밝혔다.


BBC가 확보한 일부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러시아 본토에서 온 메시지도 여럿 있었다. 스스로를 '모스크바 거주자'라고 밝힌 한 문의자는 “수차례 징집당할뻔했으나, 지금까지는 피했다.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고 싶지 않고, 내 목숨도 부지하고 싶다”며 방법을 물었다. 이런 문의자에겐 우크라이나 상담원은 핫라인에 일단 등록하기를 권유하고, 우크라이나 영토로 접근하기 전 사용 가능한 비밀 휴대폰을 하나 준비하라고 추천한다.


실제로 현재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는 한 러시아 남성이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어 “곧 소집 영장을 받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살고 싶다”면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지 않을 것이고, 내 목숨도 구하고 싶다. 어떻게 항복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이에 우크라이나 상담원은 그에게 “실제 파병되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전선에서 쓸 비밀 전화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일반 시민이다. 우크라이나 시민이 되길 원한다”며 “이 모든 것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고통을 토로했다.


[아주 성공적인 평가받는 우크라 핫라인]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핫라인 서비스를 ‘완전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 핫라인을 담당하는 콜센터가 키이우의 국무부 사무실에 있었으나, 러시아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한 달 전 콜센터를 비밀 장소로 옮겼다”고 전했다.


콜센터에 근무하는 옥사나(25)는 각각의 통화를 통해 러시아의 전쟁 활동이 약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전화를 걸어 ‘나는 군대 어딘가에 있고 항복하고 싶다’, ‘항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고 묻는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살고 싶다'는 핫라인은 러시아군의 사기 저하 작전용으로도 활용된다. 우크라이나 측이 만든 선전 영상에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라.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라는 음성이 나온 후 폭발음과 함께 러시아 군인이 항복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핫라인 책임자인 비탈리 마트비옌코는 “우리는 싸우기를 원치 않는 러시아 징집병들을 대상으로, 전장에서 방패막이로 버려지는 군인들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들이 자발적으로 항복한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디언은 한 러시아 병사가 건 전화 녹취를 공개했다. 이 병사는 “나는 이미 동원돼서 군대에 있다. 조만간 헤르손 쪽으로 보내질 것”이라면서 “혼자가 아니다. 여러 명의 병사들이 항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 직원이 안내사항을 전달하자 그는 “우크라이나 군인이 오면 무릎을 꿇어야 하나. 어떻게 항복하면 되나”라고 묻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나?]


러시아군의 집단 투항은 지난해 전쟁 초기부터 있었다. 처음에는 전쟁에 끌려온지도 모르고 엉겁결에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군인들이 겁에 질려 투항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또한 최전선으로 보내진 러시아 군인들에게 먹을 식량조차 제대로 보급되지도 않은 열악한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러시아 군인들이 속속 항복 의사를 밝히며 투항했던 것이다.


지난 해에는 자녀를 전쟁터로 내보낸 러시아의 가족들이 핫라인으로 전화를 해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일도 있었다. 한 러시아군의 아내는 “남편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후 연락이 두절됐고, 키이우로 간다고 했을 뿐 다른 말은 없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심지어 러시아가 아닌 미국 등의 러시아 가족들이 러시아에 있는 친척을 대신해 사촌의 안부를 문의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사촌의 신분증 사진을 봤다”고 말했다. 이 채널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에서 교전 중 숨지거나 다친 러시아 병사들 또는 포로로 잡힌 이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곳이다. 여권 사진, 이름, 인식표, 부대 이름 등의 정보가 올라온다.


CNN은 이 핫라인에 대해 인도적 지원 뿐만 아니라 러시아인에 대한 선전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병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러시아 내 전쟁 반대 여론을 부추기기 위해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15일. 영국 일간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러시아 군인들이 자국 지휘관을 살해하고 핫라인을 통해 집단 항복했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항복한 군인들은 적절한 훈련도 받지 못하고, 기본 장비도 없이 소집된 지 며칠 만에 전선으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일부는 탄약이 바닥난 상태에서 소총 하나를 둘이 공유했다. 이들은 “지휘관이 멋대로 물러서면 총에 맞을 것이라며 전투를 강요했다. 절망적인 상황을 깨닫고 항복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우크라이나 측은 항복한 러시아 군인들이 모두 아픈 상태여서 우선 병원 치료를 받게 한 뒤 수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핫라인에 대해 러시아도 민감하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핫라인 사이트가 러시아 내부에서 작동되지 못하도록 차단 조치를 했다. 당시의 조치는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 군인 2000명 이상이 해당 핫라인을 통해 항복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한 뒤 나온 것이었다.


비록 러시아에서는 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게 됐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대체 사이트가 개설됐고, 나중에 이 사이트가 차단되더라도 우크라이나에서 유심칩만 구하면 항복을 요청할 수 있다.


결국 푸틴의 전쟁동원령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의지도 없이 무작정 최전선으로 끌려 나온 러시아의 청년들이 개죽음을 당하느니 차라리 도망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우크라이나의 핫라인으로 전화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자신의 명예욕과 권력욕으로 벌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아무런 의미도 없이 희생당할 처지에 놓이자 생명의 의미를 찾고자 핫라인을 찾는 이들의 처절함이 눈에 밟힌다.


이런 모습을 보면 푸틴은 정말 지독한 전쟁범죄자로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하루 빨리 전쟁이 마무리됨으로써 꽃다운 청년들이 전쟁터에서 개죽음 당하는 일들이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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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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