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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싫다!’, 고삐풀린 탈중국 러시 - 탈중국 움직임,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도 확대 - “자본 유출로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을 가할 것" - 유학갔던 청년들도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 기사등록 2023-01-30 06: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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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싫다!’ 자본·두뇌 유출 가속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이후 입출국이 자유로워지면서 부유층들의 ‘차이나 엑소더스(탈중국)’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다함께 잘 살자)' 기조에 불만을 품고 있던 내노라하는 자산가들이 이민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간) 복수의 이민 컨설턴트를 인용해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후, 많은 중국 부유층이 부동산 매물을 찾거나 이민 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해외 여행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경제보다는 분배 중심의 '공동부유' 정책을 피하려는 부유층의 엑소더스 움직임은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계기로 시진핑 집권 3기가 출범한 이후 본격화됐다.


시진핑의 이러한 공동부유 정책은 40년 전 덩샤오핑의 “일부라도 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先富論)에 환호를 보냈던 중국의 부유층은 집권 3기의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의 기치를 걸고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매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시진핑의 공동부유 정책이 지금이야 워낙 경제상황이 악화되다보니 발톱을 숨기고 있지만 빠른 시일내에 공동부유 정책을 강행할 것으로 판단해 아예 중국으로부터 탈출하자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부터 중국 부유층 1만800명이 이민을 택하며 탈중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캐나다 이민 로펌 ‘소비로브스’도 “지난 6개월간 중국 정부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의 상담 예약이 급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북미 국가로 이주하려는 중국인들의 긴급 요청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이민 자문사 ‘익스프레스 이민’도 “중국 고객의 (이민 관련)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의 이민 수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국이 해외 입국자 격리 조치를 전격 폐지한다며 '방역 국경'을 개방한 지난해 12월 26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에서 '이민' 검색량은 전날보다 약 5배 증가한 1억1070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탈중국 움직임은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이민 자문 변호사 데니 고는 “중국의 진짜 부자들은 수 년간 비상 계획을 세웠다”면서 “현재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중산층, 기업 임원 등 부(富)의 규모가 더 작은 경향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런데 이러한 중국 부유층의 탈중국 흐름으로 인해 자본 유출이 확대되고, 심지어 위안화 가치 및 경상수지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태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중국 부유층의 이탈로 연간 약 1500억달러(약 185조원)의 자본 유출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해외 이민 수요 등으로 이 금액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은 올해 대규모 자금 유출에 직면할 것이며, 이는 위안화와 경상수지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중국인들은 매년 5만 달러 상당의 위안화만 외화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한 자본 통제를 가하는 나라이지만,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여행 재개만으로 자본 유출이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천즈우 홍콩대 금융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올해 수백만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떠난다면 중국이 보유한 외화보유액이 수천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면서 “방역 규제로 지난 3년간 발생하지 않았던 관광 유출액이 올해 1000억~20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천즈우 교수는 이어 “자본 유출로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도 자본도 탈중국]


이렇게 중국의 중산층들까지 탈중국에 나선다는 것은 그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 주었던 자유 경제 질서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심지어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국수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정책이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동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글로벌 기업과 자금, 인력을 끌어들였던 중국이지만, 최근 몇 년 새 중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국에서 발을 뺀 글로벌 기업으로는 애플이 대표적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이날 “애플은 현재 인도에서 아이폰 물량의 5~7%를 생산하고 있다”며 “애플은 앞으로 인도의 생산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에 생산 기반을 두었던 애플은 코로나19 봉쇄조치 등으로 중국에 의지하는 생산기반 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애플은 베트남으로 아이폰 제조시설을 이전한데 이어 맥북, 애플워치 등도 생산기지 이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이러한 결정은 '차이나 리스크' 부담을 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은 지난해 강한 방역 규제로 인해 대규모 근로자 이탈과 시위가 발생하며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해당 공장은 아이폰14 시리즈 물량의 80%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이다. 이와 관련해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홍콩 TF인터내셔널 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저우 공장 사태로 애플의 아이폰 생산능력이 10% 이상 타격 입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IT기업인 아마존도 올해 6월 전자책 단말기 ‘킨들’ 사업을 중국에서 종료한다. 그리고 2024년엔 중국 앱스토어에서 킨들 앱도 완전히 삭제된다. 아마존은 2013년 중국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어 한때 확고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구글도 지난 해 10월, “사용자가 적다”며 중국 내 번역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구글은 중국 당국이 각종 검색어를 제한하는 등 과도하게 규제하자 2010년 중국에서 철수했다가 2017년 번역 등 일부 서비스를 재개하며 중국 시장 재진출을 노려왔다. 그런데도 완전한 철수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어 번역 사용자도 5000만명이 넘어 성과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번역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중국 시장을 사실상 포기하고 철수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구글은 지난해 이미 픽셀 스마트폰 생산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기로 방향을 잡았다.


나이키는 지난 6월 중국 시장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나이키 런 클럽’ 과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앱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 이유는 중국이 2021년 하반기부터 시행한 개인정보보호법과 데이터보안법의 여파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상당히 규모가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탈중국을 하는 이유는 결국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이후 중국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더 노골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이 밖에도 미중 갈등과 공급망 교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외국 기업에 불리한 경쟁 환경 등도 중국 투자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들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이제 글로벌 기업들은 동일한 표준, 동일한 품질, 동일한 시간, 동일한 비용으로 다른 곳에서 생산할 수 있다면 생산기지를 즉각 중국에서 제3국으로 옮기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1차적으로 관망 접근법인 ‘중국+1개국’ 전략을 점점 더 많이 채택할 것”이라는 것이 SCMP의 지적이다.


[유학갔던 청년들도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러한 탈중국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밖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청년들도 중국으로의 귀환을 거부하고 있다. 외동딸, 외아들인 중국 청년 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외국 유학 경험이 많고, 감시와 통제가 만연한 중국 문화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젊은 엘리트들 역시 ‘차이나 엑소더스’를 꿈꾼다”면서 “특히 시 주석의 영구 집권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가능한 외국에 남으려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비록 중국 지도부가 최근 열린 경제공작회의에서 2023년 경제를 안정적 성장을 최우선 기조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경제 구조 개혁이나 분배를 중시하는 ‘공동부유’ 정책은 속도를 조절할 것임을 시사했지만, ‘차이나 엑소더스’가 이미 하나의 큰 흐름이 됐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이렇게 날이 갈수록 ‘매력을 잃어버린 나라’, ‘희망이 사라진 나라’로 추락하고 있다. 이 모두 중국의 전통을 완전히 깨버린 시진핑 3연임 독재로 인해 빚어지는 일들이다. 이렇게 자국의 엘리트들에게마저 버림받는 중국, 그런 나라에 뭔가 기대를 건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 것이다. 이것이 지금 중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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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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