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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1-16 04:56:18
  • 수정 2023-03-19 20: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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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연구회 개강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연구회는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원 회의에서 채택된 결의안에 대한 학습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리커창 총리의 사회로 열린 개막식에는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을 비롯해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후닝 중국 공산당 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이 참석


1. 들어가면서


역사의 시계가 2022년에서 2023년으로 옮아가는 변화의 시기에 지구상에는 전체주의 독재체제를 일거에 궁지로 몰아넣는 세 가지 중요한 사건이 터졌다.


첫째는 중국에서 젊은 남녀들이 백지(白紙)를 손에 들고 공산당정권에 저항하는 집단 시위를 벌였다. 이같은 시위가 거의 같은 시간에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한꺼번에 벌어졌다. 시진핑 주석의 ‘디지털화된 1인독재체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것이다.


둘째로 중동에서는 종교경찰을 앞세워 히잡을 쓴 여성들의 인권을 마구잡이로 짓밟던 카메이니의 회교 전체주의 독재체제가 휘청거렸다. 회교 전체주의의 강도 높은 기세가 조종을 울릴 만큼 급히 가라앉고 있다.


셋째로는 러시아의 푸틴 독재정권이 한주 내에 끝내겠다면서 시작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조국을 수호한다는 우크라 청년들의 용맹과 전 세계 평화 애호 국가들의 응원에 힘입어 승산 없이 패퇴를 거듭하고 있으며 러시아 내부에서도 푸틴의 불의의 침략전쟁을 비판하면서 병역징집을 거부하는 러시아 청년들의 저항 때문에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상 세 가지 사건들은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감히 예견치 못한 현대사의 생생한 사건들이다.


위 세 가지 중에서 필자가 15년간 한중문화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체험했던 중국에 대한 소감을 통해 오늘날 시진핑 주석이 당면한 위기와 그 앞날을 감히 전망해 보고자 한다.


2. 시진핑의 등소평 지우기


시진핑 주석은 중국 지도자 가운데서 큰 포부의 인물이었다. 그는 2012년 중국공산당의 제1인자로 등장하면서부터 중국몽을 들고 나왔다. 중국이 현대사에서 겪은 수모의 역사를 극복하고 중국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 100년의 한(恨)을 풀겠다고 외쳤다. 중국 젊은이들은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그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시진핑 아저씨“라는 애칭을 만들어 인기몰이에도 성공했다. 미국 시카고의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진핑은 중국 인민들로부터 9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일체의 비판이 봉쇄된 나라에서 실시된 조사라는 점에서 물론 액면대로 믿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가 누리는 인기의 수준은 대단했다.


시진핑은 그의 국정 장악력이 강화되고 중국몽이라는 큰 꿈을 달성하겠다는 소명의식이 자기최면으로 내면화되면서부터 중국인들에게 오늘의 부와 번영을 몰고 온 등소평(鄧小平)의 철학과 업적을 하나씩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중국은 2010년 총량 GDP에서 일본을 추월, 세계랭킹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일어섰다. 지구 최빈국의 하나였던 중국이 30년만에 G2로 변모한 것이다. 이러한 발전과 변화는 시진핑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다. 등소평의 실용적 리더십의 결과였다.


등소평은 집단주의적 공유제, 계획경제, 배급제 등을 골자로 하는 공산주의 체제를 ’사회주의 초기 단계이론‘이라는 새로운 논리를 내세워 그럴듯하게 변형시켰다. 밖으로는 중국특색적 사회주의라는 간판을 내달아놓고 실제로는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자본의 본원적 축적에 나섰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길을 열어주면서 외자를 적극 유치했고 외자 유치에 필요하다면 공산주의 체제의 근간인 ’작업단위체제‘(모든 생활을 국가지도하에 보장 통제하는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까지 내팽개치면서 사실상 국가자본주의 체제라고 평할만한 체제변혁을 도모한 것이다. 이것의 열매가 번영이었고 발전이었고 G2로의 변화였다.


이때 등소평이 대외적으로 내세운 비전은 중국몽이 아니었다. 14억 중국 인민들에게 의식주를 해결해줌으로써(小康社會) 가정의 행복과 자녀의 성공을 꿈꾸는 사회를 만들도록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중국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등소평의 비전은 선진 국가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할 만큼 투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중국은 천안문 대학살의 고립에서 탈피했고 세계는 등소평의 중국에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또 등소평은 대내적으로는 도광양회(韜光養晦-힘을 기를 때까지 발톱을 내보이지 말라)라는 유지(遺旨)로 서방과의 갈등을 피하라면서 1997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시진핑은 등소평의 이론과 철학에 머물러서는 자신의 위대성을 나타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반부패투쟁을 통해 당내 정적들을 제거하면서 등소평의 정치유산을 하나씩 은밀하게 지워나갔다.


3. 등소평 지우기의 전개


시진핑의 등소평 지우기는 아래와 같이 펼쳐졌다.


① 경제가 커진 만큼 생각과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


중국이 일본을 추월했고 미국 다음으로 막강해졌다면 중국의 정치나 외교도 커진 국력에 상응하게 변해야 한다. 더 이상 도광양회에만 머물러서는 중국몽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매우 그럴듯한 논리지만 대내외적으로 반작용이 나왔다. 대내적으로는 오늘의 중국이 등소평 노선을 벗어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중국공산당 내부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인민들의 호응이 높은 시진핑의 반부패투쟁에 묻혀 큰 호응을 못받고 모두 부패대상으로 배제되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과 반중 정서의 확산으로 나타났다.


② 등소평은 공산주의 국가의 아킬레스 건(Archilles’heel)인 후계자 문제를 해결하는 멋진 관행을 세웠다. 세 가지다.


모택동의 1인독재, 1인 우상화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자기 스스로 1인 자의 지위에 오르지 않고 집단지도제를 실시했다.


둘째, 7상 8하의 인사규정을 정착시켰다. 67세까지는 당 대회에서 승진할 수 있지만 68세부터는 은퇴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당 총서기는 5년씩 두 번 연임하나 두 번째 연임하면서 격대지정(隔代指定), 즉 차기 총서기를 맡을 후계자를 지정해서 공산당을 잘 리드할 지도자로 훈련시킨다는 것이다. 등소평의 뒤를 이은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은 이 원칙을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시진핑은 제19차 당대회를 끝내면서부터 등소평의 당 지도 방식을 모조리 바꾸기 시작했다.


그의 명분은 중국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당과 전체 인민이 시진핑의 지도력을 완전 신뢰하고 전폭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요구는 20차 공산당 대회에서 관철되었다. 국가주석에 대한 헌법상의 임기 제한조항은 개헌으로 철폐되었고, 7상 8하 원칙은 ‘나이 본위에서 능력 본위’로 바뀌었고, 집단지도체제도 시진핑 1인 지도체제로 바뀌면서 격대지정은 오리무중(五里霧中)되었다.


⓷ 국가발전목표와 시간표 공시(公示)


시진핑은 제19차 당 대회에서 2025년까지 제조중국(製造中國)완성, 2035년까지 중국식 현대화달성, 건국 100년이 되는 2050년 세계 제1의 선진강대국을 만들겠다고 목표와 시간표를 발표, 도광양회를 외면했다. 지난 10월 18일 중국공산당 20차 대회를 통해 시진핑은 등소평의 유산을 말끔히 지우고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특색적 사회주의“를 중국공산당의 당장에 올렸다. 전당이 시진핑의 1인 독재제체를 확고히 지지하고 충성하도록 굳힌 것이다.


시진핑은 내우(內憂)가 생기면 외환(外患)을 불러온다는 중국 역사의 교훈에 따라 우선 내우 가능성 차단에 통치의 중점을 두었다. 대민통제의 수단으로 과학기술을 활용, 전체 인민의 안면을 인식시키는(Facial Recognition)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한편 인민들의 체제협조도, 성향, 준법 수준까지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완비했다. 길거리에서 친구끼리 속삭이는 소리까지 도청할 수 있는 통제감시체제를 설치했다. 이른바 디지털 독재체제였다. 지구상의 어떤 선진국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물샐틈없는 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당 대회에서 추인받은 것이다.


외부에서 오는 SNS를 통한 사상오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깔았다. 금성 철벽같은 디지털 독재집권체제를 완전히 갖춘 것이다. 이제 내우 걱정은 없어졌으니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서구(西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질서체제를 중국에 이롭게 수정해 나가야 한다면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특히 대양해군강화를 노렸다. ”수정주의“ 노선을 취하는 3국(러시아와 이란)과 한 팀을 이루어 미국이 비판하는 수정주의 세력이 된 것이다.


4. ”시진핑 주석 고마워요“(Thank You Xijinping)


시진핑 주석이 20차 당 대회를 자기 뜻대로 마치고 성공을 자축하는 바로 그날 그 시각인 2022년 10월 18일자로 NYT의 칼럼니스트 Bret Stephens는 ”시진핑 주석 고마워요, 중국과 서구(西歐-미국)간에 벌어진 치열한 경쟁이 당신 덕분에 미국에 유리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자기의 리더십을 민주개혁이 아닌 모택동 시대의 1인 독재체제로 역진(逆進)시키고 제로 코로나를 앞세워 3년 가까운 세월 동안 중국의 거대도시들을 인간이 살 수 없는(Unlivable) 감옥으로 만들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그는 반부패투쟁을 강화한다고 했으나 중점이 정적제거였기 때문에 중국의 부패는 줄지 않고 부패지수는 여전히 세계 80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억압은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Gulag)나 다름없다고 지적한 후 결국 자기에게 맹종하는 사람들만으로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 인민들과 당원들로부터의 올바른 소리를 들을 여지가 사라지는 체제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한 전문 Blog에서는 시진핑의 자기 패거리 정치를 21세기판 환관(宦官)정치의 부활이라고까지 혹평했다.


시진핑이 등소평의 유산을 지우고 자기의 1인 독재체제를 확립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3년간의 제로 코로나(Zero-Covid)정책은 결국 중국을 사실상 모택동의 대약진시대처럼 모든 발전을 정체, 후퇴시키고 말았다. NYT의 칼럼이 보도된 지 1개월이 조금 지난 2022년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의 3일 동안 중국 전역의 거대도시들에서는 남녀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백지(白紙)를 펴들고 시진핑 독재, 공산당 통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단 시위에 나섰다. 백지 속에 전체 인민들의 무언의 공감이 스며들어 시위파동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질 추세였다.


이에 당황한 공산당은 ‘제로 코로나’정책을 중단시키고 아무런 대비도 없이 ‘위드코로나’(With-Corona)로 방역정책의 기조를 하루 아침에 바꾸었다. 한국 모 대학의 친중파 교수는 ‘제로 코로나’정책을 ‘위드 코로나’로 바꾸려는 바로 그 찰나에 백지 시위가 일어나 오히려 정책전환의 명분을 주었다고 중국공산당을 두둔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괴뢰 나팔수 같은 소리였다. 아무 준비 없이 급히 바꾼 정책 때문에 약품과 의료부족이라는 부작용으로 요즘 전 중국이 요동치고 있다. 공산당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5. 글을 맺으면서


누가 고안했는지 모르지만 백지 시위야말로 시진핑 정권에는 회복하기 힘든 강 펀치였다. 백지에는 아무 주장이나 글도 쓰여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시진핑의 강도 높은 독재 감시에 밀려 말 한마디 못하고 맹종하던 14억 인민들의 심중의 뜻과 의지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민중들의 엄청난 공감이 백지시위의 불길을 뜨겁게 타오르게 한 것이다.


지금 선진 민주국가들의 반중(反中)정서는 등소평시대와는 달리 평균 70%를 상회, 중국의 국제고립은 심화되었고, 미국 주도의 탈중국화(Decoupling)가 번져나가면서 중국 청년들의 실업율은 사상 최고다. 중국경제도 성시(盛時)의 고도성장을 기대할 때는 지났다. 시진핑 정권은 백지시위의 강타를 맞고 허우적대고 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전 세계 공산당 중에서 가장 변화에 민감하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데 능하다. 소련공산당은 망해 없어졌어도 중국공산당은 아직 건재하다. 여시구진(與時俱進)이야말로 중국공산당의 생존철학이다. 자기에게 맹종한 자들의 말만 듣는 환관 형의 정치를 버리고 생각을 달리하는 여러 파(派)들의 의견을 취합하면 새롭게 일어설 방도도 나올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계속 흔들릴 것으로 얕보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이유다. 조용히 지켜보면서 우리와 인접한 중국과의 공존을 도모할 지혜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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