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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1-09 12: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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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이솝우화 기준으로 보면 원래는 개미와 매미였는데 번역과 전래 과정에서 변화되어 우리에게는 개미와 베짱이로 알려졌다. 매일 노래만 부르는 매미와 추운 겨울을 대비해서 열심히 일하는 개미에 관한 이야기다. 무더운 여름날에 개미는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을 했지만, 베짱이는 나무 그늘에서 노래를 부르고 놀기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여름과 가을이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돌아오자 굶어 죽게 된 베짱이가 먹을 것을 얻으려고 개미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에 개미가 여름에는 노래를 하고 놀았으니 겨울에는 춤이나 추렴하면서 도움을 거절했다.


20세기에 와서는 아동용으로 순화되면서, 대부분의 경우 개미가 베짱이를 불쌍히 여겨 도움을 줘서 베짱이는 앞으로는 열심히 일하며 살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한 발 더 나아가 베짱이가 개미들에게 보답으로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고 개미들은 베짱이의 노래를 들으며 함께 겨울을 보낸다고 끝을 맺는 결말도 있다. 결말이 어떻게 바뀌던 이 이솝우화는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열심히 일하는 가치에 대한 도덕적 교훈을 주는데 자주 인용된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일만 하는 것으로 알려진 개미 사회를 실제로 관찰해 보고 상상도 못했던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프랑스 태생인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실제로 개미에 대한 과학적 관찰을 통해 “2080 법칙”, 또는 파레토 법칙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그는 어느 봄날 우연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개미를 관찰하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개미의 20%만 열심히 일을 하고 80%는 베짱이처럼 빈둥대며 놀고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흥미를 느낀 파레토는 부지런히 일하는 20%의 개미만 선발하면 그 개미 사회는 모두 열심히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는 20%의 개미만을 따로 골라내서 관찰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도 처음에는 열심히 일을 하더니 곧 그 중 80%는 일을 하지 않고 빈둥대며 놀기만 했다. 일 개미가 모두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놀고먹는 개미를 자세히 관찰해 보니 그 비율이 20:80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파레토는 이런 20:80 현상이 개미만의 특성인가 싶어서 이번에는 벌을 관찰해 보았더니 놀랍게도 벌도 마찬가지로 20:80 현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을 신기하게 생각하여 인간 사회에도 이런 비율의 법칙이 적용되는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유럽의 인구와 부()의 분포도를 살펴보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게 되었다


유럽 전체 부의 80%는 상위 인구 20%가 차지하고, 인구의 20%가 전체 노동의 80%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법칙의 핵심 내용은 상위 20%가 나머지 80%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법칙을 적용하게 되면 직장이나 동호회에서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속상해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에게 20:80 법칙, 즉 파레토 법칙이라고 알려진 이 법칙은 이런 과정을 거쳐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20:80 법칙의 사례들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백화점에서 2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기업에서 보통 20%의 핵심 제품이 80%의 이익을 가져 온다.

즐겨 입는 옷의 80%는 옷장에 걸린 옷의 20%에 불과하다.

20%의 불량 운전자가 전체 범죄의 80%를 차지한다.

20%의 조직원이 그 조직의 80%의 일을 수행한다.

성과의 80%는 근무시간 중 가장 집중한 20% 시간대에서 나온다.


요즘 부모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캥거루족이나 백수보다 더 심각한 니트(NEET)족이 급증하고 있어서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니트란 직업도 없고 그렇다고 취업을 하기 위해 어떠한 훈련이나 교육도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영문 앞 글을 따서 만든 무업자(無業者)라는 뜻의 신조어다. 이들은 15~34세의 젊은 청년으로 취업의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취업을 하지 못한 실업자(失業者)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Free+ Arbeit)과는 전혀 다르다.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서 노래만 부르며 놀고먹는 베짱이에 해당하는 청년들을 의미하는 말로 파레토 법칙에서 80에 해당하는 젊은 사람들이다.


이런 니트족이 우리 사회에서도 2015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서, 이들 베짱이 세대들에 의해 발생된 경제 손실이 2010년에 347천억 원에서 2017년에는 494천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국내 총생산(GNP)2.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 경제연구원 보고에 의하면 2010~2013년에 니트족은 17% 수준이었지만, 2015년에는 19.6%, 2016년에는 20.4%, 2017년에는 21.2%를 기록하며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의하면 2020년 말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273천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 한다


청년 10명 중 1명이 되는 셈인데, 해당 연령층에서 니트족이 10%가 되는 것은 처음 있는 것이다. 일자리 대란이 있었던 2019년의 1116천 명보다 14.7%나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외환위기 때에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일은 남성 니트족이 여성 니트족을 추월하는 추세에 있다는 믿기 어려운 보고다. 초급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층에서는 이미 남성 니트족이 여성 니트족을 추월했으며, 특히 4년제 대학졸업 이상의 경우 남성 니트족의 비중이 벌써 30%를 넘었다고 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생산연령 인구 100명 당 유소년과 고령자를 부양해야 하는 이른바 총 부양비가 201736.7명에서 2038년에는 70명을 넘어서게 되고, 2056년에는 1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근로자 한 명이 한 명 이상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2067년에는 120.2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 우리도 40~50년 후부터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와 같이 20%의 인구가 80%의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세상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정치적으로 여를 택할지 야를 택할지의 문제는 스포츠, 취미, 연예, 미술, 음악 등과 같이 좋고 싫음(like-dislike)”의 판단기준에 따라 결정한다. 그래서 각 정당은 국민들에게 자기 당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언론을 이용한 선전과 선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만약에 정치에도 파레토 법칙을 적용한다고 가정 한다면 20%의 열성 정치꾼들의 선전과 선동으로 80%의 대침묵집단(big silent group)이 자기 정당으로 쏠리도록 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은 정치적으로 후진국에 속할수록 더욱 활발하다. 그러나 교육, 종교, 국방, 법률 등은 어느 정당의 정책 방향과는 무관하게 옳고 그름(right-wrong)”을 기준으로 삼아 언제나 공정하게 판단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나 양심보다 앞서는 정치적 현실에서 옳고 그름이라는 정의(justice)의 기준을 상실하고 특정 정치성향에 따라 좋고 싫음이라는 기준으로 판결한다면 정의(justice)는 사라질 것이고 국민으로부터도 더 이상의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결국 건강하고 행복한 국가의 미래를 약속하기 어렵게 된다. 평생을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으로 살아 온 철인 소크라테스도 아테네의 일반 시민 500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옳고 그름이라는 정의와 진리의 기준보다는 좋고 싫음이라는 당시 시대적 흐름이라는 기준으로 360140이라는 절대적인 차이로 사형에 처하도록 판결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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