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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2-19 07: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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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음한잔 나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 우리곁에 와있네요.

이 가을을 그냥 보낼 수만은 없어 오늘은 가을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돈은 쓴 만큼이 내 돈이라고 하죠.

삶은 느낀 만큼이 내 삶이 됩니다.


가을하면,

시인 박인환님의 시 ‘목마와 숙녀’ 에서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또 시인 김현승님의 시 ‘가을의 기도’도 떠오릅니다.


‘가을의 기도’ 한번 함께 느껴보시지요.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이 새삼 느껴지시나요.

이제, 나가 가을을 마주하세요. 더 늦기 전에.

하늘이 어제보다 한 키는 더 높아졌어요.

그런데도 훌쩍 뛰면 닳을 듯합니다.

옅은 흰 물감으로 살짝 터치하고 지나간 듯 구름이 아스라하고 묘해요.

태양도, 한여름 질주하던, 그 따가운 태양이 아니랍니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은 또 어떻고요.


날이면 날마다 있는 게 아니랍니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365일을 기다려야 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자기만의 맛과 내음과 정서가 느껴져 좋습니다.

봄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움트는 여리여리한 초록 새싹, 풀잎 향기가 싱그럽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희망이 느껴져 좋고,

여름은 짙푸른 녹음, 강렬한 태양에서 우주의 에너지가 느껴져 좋고,

가을은 여름의 열정을 뒤로 하고 내려놓고 돌아보게 하여 좋고,

겨울은 그 냉혹함 속에서 살아있음과 기다림을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저는 가을이 제일 좋습니다.

가을이 가을! 가을! 합니다.

이것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가을이 뿜어내는 그 대기의 기운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가을은 봄과 비슷한 것 같으나, 제게는 전혀 달리 느껴집니다.


저에게,


봄은 소년이고, 가을은 여인입니다.

봄은 애인이고, 가을은 친구입니다.

봄은 자식이고, 가을은 부모입니다.

봄은 아버지이고, 가을은 어머니입니다

봄은 껴안고, 가을은 품습니다.

봄은 원색이고, 가을은 물듦입니다.

봄은 잰걸음이고, 가을은 황소걸음입니다.

봄은 나아가고, 가을은 물러납니다.

봄은 움켜쥐고, 가을은 활짝 폅니다.

봄은 온화한 듯 강렬하고, 가을은 스산한 듯 포근합니다.

봄은 쌓고, 가을은 내어줍니다.

봄은 시도하고, 가을은 기도합니다.

봄은 생각하고, 가을은 사색합니다.

봄은 내일을 준비하고, 가을은 삶을 준비합니다.



4계절을 고스란히 느끼고 사는 우리는 참 복을 많이 받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선명한 계절의 변화에서 우리는 삶의 운행, 그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달도 차면 기울 듯이, 계절 또한 자신이 머물러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싹이 움트고, 그 싹이 활짝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러나그 꽃도, 열매도 모두 떨구고, 결국 겨울 속으로 침잠해 새로운 환희를 준비합니다.


장미가 그 아름다움을 고집하지 않고, 은행나무가 은행을 품지 않습니다.

열흘 붉어 아름다웠으니 그뿐이고, 열매 맺었기에 그저 떨굴 뿐입니다.


성 주 괴 공!

우리는 생겨나 머무르다 무너져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 머무르다 무너져 사라진다는 순환론적 사고를 가지고 살았기에 우리는 모두 활짝 필 때 시듦을 받아들일 줄 알았고, 시들 때 새로운 움틈을 기다릴 수 있었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서구의 직선론적 세계관에 세뇌되어 무한 발전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며 스스로를 괴롭혀오고 있습니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달도 차면 기우는 간단한 우주의 섭리를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의 시절인연을 모두 감사히 받아들이고, 이대로 행복할 수 있으련만,....


계절의 변화에 예외가 있었던가요.

여름이 지금 자기가 잘 나간다고 좀만 더 있다가 가겠다고 고집 피우던가요.

겨울이 사람들이 추워 괴로워하니 조금 일찍 봄에게 양보하겠다고 하던가요.

회사 생활 어렵다고 제발 아침이 오지 말아 달라고 기도한들, 45억 년 전 지구가 생겨난 이래, 아침이 오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늦게 온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요?


이것이 우주의 섭리이고, 이것이 그 우주 속에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질서이건만, 우리는 이 명백한 진실 그 앞에 자신의 바램을 밀어넣습니다.

그리고는 기도합니다.

“제가 간절히 바라니 우주여 들어주소서. 당신의 질서를 내게만은 비껴가게 해주소서.”


2,500년 전 축의 시대 이후, 많은 성인들이 모두 이 질서를 이야기하고 있지요.


가을은 그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로, 잊고 사는 우리에게, 이 우주의 질서를 다시금 일러주고 있는 듯합니다.


가을엔 우리의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여, 그것이 신이 되었든, 참자아가 되었든, 우리가 왔던 본래 그 자리와 대화를 나눠보시면 어떨까요.


내 마음의 빗장 하나 열어, 당신을 맞고 싶은, 가을! 가을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기쁨입니다.

마음한잔, 나로부터의 자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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