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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장쩌민 추모 분위기 확산, 백지혁명 단초될까? - 장쩌민 추모 분위기속 반 시진핑 세력 결속 움직임 - 긴장하는 중국당국, 시위 확산 대비 공안 감시확대 -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이 분기점 될 수 있다는 관측나와
  • 기사등록 2022-12-02 11:45:44
  • 수정 2022-12-02 14: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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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前 中국가주석 사망, 애도 분위기 확산]


공산당 내 최대 파벌이었던 상하이방의 대부로 사실상 시진핑 주석에 대적할 유일한 인물이었던 장쩌민 전 주석이 상하이에서 치료를 받던 중 30일 사망했다.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중국을 이끈 3세대 지도자인 장쩌민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무력 진압을 지지했으며, 유혈진압 직후 총서기에 올랐다. 중국 최고지도자로서의 장쩌민은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이끌며 외교적으로 고립됐던 중국을 국제무대에 다시 등장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일단 중국 공산당 정부는 장쩌민 전 주석의 사망과 관련해 1997년의 덩샤오핑 사망 때와 동급으로 국가적 예우를 갖춰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 홍콩 신문 명보는 1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 등은 장 전 주석 부고를 알리면서 '전당, 전군, 전국 각 민족에게 보내는 서한'의 형식을 채택했는데, 이런 서한을 발표하기는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 출범 이후 이번이 3번째”라고 전했다. 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 1997년 2월 19일 덩샤오핑이 각각 사망했을 때의 부고 형식을 그대로 취한 것이다.


서한은 고인에 대한 칭호 면에서 “우리 당과 우리 군, 우리나라 각 민족 인민들이 공히 인정하는 숭고한 신망을 누리는 탁월한 영도인, 위대한 마르크스주의자, 위대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 정치가, 군사가, 외교가이자 오랜 시련을 거친 공산주의 전사”로 표현됐는데, 이는 덩샤오핑 부고에서 등장했던 것과 동일했다.


서한은 또 장쩌민에 대해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사업의 걸출한 영도자이자 당의 제3대 중앙영도자 그룹의 핵심으로 '3개 대표 중요사상(장쩌민 사상)'의 주요 창립자”로 표현했다.



“장례위원회의 인적 구성도 덩샤오핑 사망 때와 비슷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명보는 또한 지난 11월 30일의 관영 중앙TV(CCTV) 메인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는 전체 1시간여 방송 시간 중 장 전 주석 사망 관련 소식이 40분간 나온 뒤에야 시진핑 주석 관련 뉴스가 나왔는데 시 주석이 메인뉴스에서 이렇게 늦게 등장한 것은 최근 1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이렇게 시진핑 정부가 장쩌민 전 주석에 대해 최상급 애도를 보이는 것은 “(고인이 가진) 작금의 중국 정계 영향력이 이미 사라진 터라 그를 성대하게 기리는 것이 현 지도자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명보는 분석했다.


[장쩌민 추모 분위기속, 반 시진핑 세력 결속 움직임]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인터넷에서도 상상외로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명보가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날 장 전 주석의 사망 소식을 전한 중국중앙TV(CCTV)의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에는 순식간에 100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원래 장쩌민 집권 당시에는 인권 탄압과 부패 문제,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 등이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시진핑 체제에 대한 반감이 장쩌민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진핑 정부에 대한 반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장쩌민에 대한 풍자를 통해 시진핑 주석을 희화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의 누리꾼들은 장쩌민이 여러 문제들이 있었지만 국가지도자로서는 파격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인간미를 느끼고 있다. 특히 큰 소리로 말하고, 화통하게 웃으며, 영문 시와 경구 등을 자주 인용한 그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시진핑 주석에게서는 그러한 점을 찾을 수가 없다고들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장쩌민의 추모는 지금 중국 전역에서 불고 있는 백지혁명 시위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장쩌민 추모라는 형식을 빌어 중국 당국의 강압적 시위 억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내 비판세력들은 시진핑 세력에 맞서는 정점에 있었던 상하이방의 장쩌민을 통해 반 시진핑파의 결집과 제로 코로나 정책 반대 시위의 확산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제2의 텐안먼사태를 노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는 직전 후야오방 총서기의 사망에서 촉발됐다. 후야오방은 1982년 총서기직에 올라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꼽혔으나, 1986년 발생한 학생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1987년 실각했다. 이후 1989년 4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고, 그의 죽음은 같은 해 6월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긴장하는 중국당국, 시위 확산 대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1989년 6월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직후, 공산당 총서기에 올랐던 그가 톈안먼 시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진 미묘한 시점에 사망했다”고 평가했다. 장쩌민의 사망이 이미 전국적으로 번지기 시작한 백지혁명의 불을 당길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CNN도 이날 “중국인들은 사망한 지도자를 애도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역사가 있다”면서 “최근 ‘백지행동’ 등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매우 민감한 시점에 찾아왔다”고 전했다.


또한 반중 성향의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1989년 6월의 톈안먼 민주화 시위와 비교하면서 “최근 확산하고 있는 ‘백지행동’에 장쩌민의 죽음이 불을 지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중국 당국은 아주 예민하다. 중국 당국은 지금 코로나 봉쇄 반대 시위 지역에 공안을 대규모로 배치하는 동시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시위 조직·참여를 막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중국의 대규모 시위는 청년층이 우회 접속한 트위터에서 자발적으로 조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안당국은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등에서는 공안이 지나가는 행인이나 지하철 승객의 휴대전화를 검사하면서 스마트폰에 트위터·텔레그램 등 외국 소셜미디어 앱이 깔려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시위 주동자 또는 참여자들을 골라내려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공안당국이 철통같은 시위 차단에 나서면서 베이징, 상하이 등의 도심은 텅 비었다.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대학교들도 사실상 휴교상태에 들어갔고, 학생들을 귀향조치시키고 있다. 이 상황만 본다면 중국에서의 제로 코로나 관련 백지행동은 일단 잦아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장쩌민 전 주석의 사망은 물밑으로 숨어들어간 저항세력에게 공개적으로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장쩌민의 애도를 이용해 반 시진핑 세력 결집을 할 수 있어서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1월 30일 “장쩌민 전 주석의 사망은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를 다시 살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이미 비밀 채팅그룹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llei Asia)는 1일 “중국 소식통들은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반대를 명분으로 하는 백지혁명세력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지난 2020년 홍콩 시위를 중국 당국이 진압하면서 민주화 주동자들을 탄압하고 잠재우는 훈련을 충분히 했다”고 봤다.


닛케이는 그러면서 “이번 제로코로나 반대 시위는 사실 지난 10월 13일 베이징의 한 고가도로 위에서의 현수막 사위가 단초가 되었다”면서 “그러한 선도적 시위가 폭스콘 공장의 대대적인 시위로 점화되었으며 여기에 11월 24일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시에서의 아파트 화재 사건이 기폭제가 된 것”이라 분석했다.


닛케이는 “지금의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는 이렇게 도도히 저변에 흐르는 반 시진핑 분위기가 뭉쳐지면서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되었다”면서 “지금의 분위기는 텐안먼 사태 때와 너무나도 흡사하다”고 판단했다.


닛케이는 이런 관점에서 “다가오는 12월 10일의 세계인권의 날은 중국인들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날에 집권세력이 상상할 수 없는 저항을 직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중국 공안당국은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 곳곳에 공안들을 완전히 깔아 놓았고, SNS에 대한 대대적 감시에 나섰다. 특히 장 전 주석의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 당국이 한층 더 사회 통제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고강도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는 엄두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 최고 지도자였던 장 전 주석을 추모한다는 명분으로 집결해 시위를 벌일 경우, 효과와 영향력이 높아져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네티즌은 “장 전 주석 사망은 우리에게 정당하게 모일 기회를 준 것”이라며 “당의 중요한 지도자에 대한 추모조차 못 하게 한다면 시 주석의 위상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학자 우창도 홍콩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장 전 주석의 사망은 현 정세에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며 “특히 학생과 중산층이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전국적으로 시위의 동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의 화교들을 중심으로 이번 시위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것도 변수다.


일단 중국 정부당국은 시위의 명분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방역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코로나 확진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렇다고 또 격리중심 방역으로 가자니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 ‘대략난감’의 상황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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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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