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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크렘린 극비 여론조사 유출, 위기 맞은 푸틴 - 푸틴의 전쟁동원령에 싸늘한 러시아 여론 - 여론이 두려운 크렘린, 추가 동원령 포기 - 스텝 꼬인 푸틴, 휴전협상 전략도 함께 꼬였다
  • 기사등록 2022-12-02 07: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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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전쟁동원령에 싸늘한 러시아 여론]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280일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도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대위기를 맞고 있다.


독립적인 러시아 매체인 '메두자'(Meduza)는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안보기관인 연방경호국(FSO)이 '내부용'으로 통제해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입수했다”면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계속하는 데 찬성하는 러시아인의 비율이 4개월 만에 57%에서 25%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 독립적인 러시아 매체인 `메두자`(Meduza)는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안보기관인 연방경호국(FSO)이 `내부용`으로 통제해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입수했다”면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계속하는 데 찬성하는 러시아인의 비율이 4개월 만에 57%에서 25%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메두자는 이어 “FSO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에 찬성하는 러시아인의 비율이 7월에는 32%에 불과했으나 11월에는 55%로 증가했다”면서 “이런 FSO 여론조사 결과는 모스크바 소재 독립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 센터의 10월 조사에서 '전쟁 계속' 지지가 27%, 평화협상 지지가 57%였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결과와 관련해 레바다 센터(Levada Center) 소장인 데니스 볼코프(Denis Volkov)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키로 한 크렘린궁의 결정을 대부분의 러시아인이 지지했으나, 본인들이 전투에 직접 참가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며 “사람들이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인식했으나, 이제는 위험이 커져서 사람들이 (평화) 협상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볼고프는 그러면서 “전쟁에 대한 여론은 9월 21일 푸틴의 전쟁 동원령 이후 극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면서 “결국 전쟁동원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로 여겨지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사회학자인 그리고리 유딘(Grigory Yudin)도 “휴전협상을 원하는 러시아인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전쟁동원령으로 인한 자신의 피해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면서 “전쟁동원령은 러시아인들의 일상생활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유딘은 이어 “전장에서 들려오는 러시아군의 패배 소식은 러시아군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게 만들었고, 러시아가 앞으로도 승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면서 “이러한 기류는 푸틴 정권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여론이 두려운 크렘린]


“이렇게 크렘린 당국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러시아 당국은 곧바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메두자는 밝혔다.


이 매체는 크렘린 당국의 두 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이 여론조사는 국영 러시아여론조사센터(VTsIOM)에서 진행한 것으로 크렘린궁은 이번은 물론이고 앞으로 여론조사 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영 러시아여론조사센터는 오로지 크렘린 당국의 필요에 의한 여론조사만 실시하는 기관으로 결과는 내부에서만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일부만 외부에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취재원 중 한 명은 “요즘은 온갖 결과가 다 나올 수 있어서 아예 공개를 하지 않는 쪽이 더 낫다”고 말했다.


메두자는 “그럼에도 이러한 여론 악화가 전쟁 계속 여부나 평화협상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쟁 반대 여론이 푸틴 정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의 여부다. 이에 대해 유딘은 “이러한 여론의 흐름은 러시아내에서의 반전 시위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면서 “이미 그러한 잠재력은 충분하며 그러한 폭발력이 언제 어느 때에 나타날 것인지의 시점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반면 크렘린 당국과 가까운 메두자의 소식통들은 “러시아내에서 반전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아직 낮다”면서 “크램린 당국도 여론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관점에서 메두자는 “크렘린 당국이 러시아 국민들이 전쟁이 아닌 다른 긍정적인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언론매체들이 내용을 조율하라는 지령을 이미 내렸다”면서 이에 따라 러시아 국민들의 여론환기를 위한 대대적인 분위기 전환작업이 시작될 것임을 예고했다.


[스텝 꼬인 푸틴, 휴전협상 전략도 함께 꼬였다]


러시아내 여론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다보니 푸틴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여론은 이미 휴전협상을 지금 당장이라도 해야 한다는 분위기인데,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측이 요구하는 2월 당시의 러시아군 배치 상태로 되돌릴 수도 없다는 것이 한계다. 만약 우크라이나측 요구대로 휴전을 한다면 푸틴의 소위 ‘특별군사작전’ 명분도 사라지면서 당장 권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릴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일단 우크라이나를 향해 원래 핵무기 탑재용으로 만들어 놓았던 미사일까지 모두 꺼내 공격을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을 잘 이겨낸다면 러시아로서도 어찌할 방도가 없어진다. 특히 육군을 활용한 우크라이나 압박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 푸틴에게도 선택권이 거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푸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학자인 볼로디미르 젤만(Volodymyr Gelman)은 “전쟁에 대해 러시아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그러한 상황 때문에 크렘린이 당장 휴전협상을 시도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러시아는 지금 우크라이나에게 전혀 양보할 의사도 없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 상황에서 푸틴은 휴전협상이라는 말만 꺼내 놓은 채 일단 시간벌기를 하면서 봄날의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게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메두자는 크렘린 당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는 계획은 포기하지 않았으며, 이번 겨울에 새로운 동원계획을 통해 내년 봄의 또다른 공격을 준비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메두자는 러시아의 해직 언론인 갈리나 팀첸코(60)가 라트비아 리가에서 2014년 설립한 뉴스 사이트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현 러시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매체다.


[푸틴의 새로운 계획, 성공 가능성 거의 없어]


중요한 것은 푸틴이 고려하는 2023년 봄의 제2차 전쟁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1월 30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내년도 군사비 지출을 50% 이상 늘릴 것”이라 발표했다면서 “현재 러시아 내부의 전쟁 관련 공장들을 풀가동하면서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 준비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서방진영의 제재로 첨단 무기에 사용되는 부품들이 전면 차단된 상태에서 제대로된 무기를 만들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심지어 전투 차량이나 탱크 등도 지금의 러시아 능력으로는 제조가 힘들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여기에 더더욱 문제는 이미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러시아군을 어떻게 재정비할 것인가도 중요한 숙제거리다. 특히 지난 9월의 30만명 동원령으로도 러시아 여론이 쑥대밭이 되었는데 추가로 1백만명의 동원령을 집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더타임스는 11월 30일(현지시간) “푸틴이 9월에 전국적 동원령을 선포한 후 러시아인 남자 수십만명이 나라를 떠났으며, 군 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번 전쟁에서 전투 참가를 거부한 이에 대한 '형사 사건'이 지난주부터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피의자는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의 군부대에서 체포된 '유리 데그티아레프'라는 병사다. 영자신문 모스코우 타임스의 1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그는 9월에 징집된 후 제대로 된 군사훈련을 받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다가 “총알받이가 되기 싫다”며 전투 참가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러한 전쟁 회피자들에 대한 재판도 공개적으로 하기가 곤란한 것이 지금의 러시아 분위기다. 피의자로 재판정에 선 그들의 발언이 오히려 러시아 국민들의 반전 여론에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해외로 도피한 수많은 러시아 청년들, 일각에서는 75만명 정도로 추산하기도 하는 이들에 대해 러시아 당국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의 문제도 여전히 숙제다.


결국 러시아 국민들의 여론을 다시 ‘전쟁 승리를 위한 단결’이라는 분위기로 몰고 가지 않는 한 푸틴 대통령의 어떠한 시도도 오히려 자신의 목을 죄는 악수(惡手)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 푸틴에게 남은 유일한 방안은 어쩌면 첫해엔 전장에서 극적인 반전을 보이다 2년 동안 교착상태를 거친 뒤 당사자들이 지쳐 결국 휴전협상에 나섰던 한국전쟁과 비슷해질 수도 있다.


그나마 김일성은 중국의 지원이라도 받아 총공세를 펼치면서 38선까지 다시 내려왔지만 푸틴은 중국의 도움을 사실상 받지 못하면서 어려운 길로 가고 있다.


더구나 새해가 다가올수록 러시아가 제2차 전쟁을 준비하는 것보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군 공격 능력을 확보하는 힘이 더욱 강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의 시간벌기 전략도 별 효용성이 없을 것이다. 푸틴은 이렇게 지금 외통수에 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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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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